"세월호 특별법 약속 지키라 채근하겠다" 국회 공전 주범인 '법안 인질극' 반성은?"비대위원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추천해달라" SNS 환청 현상 계속되나
  • ▲ 5일 오전 열린 '국민공감혁신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대표직무대행 ⓒ연합뉴스DB
    ▲ 5일 오전 열린 '국민공감혁신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대표직무대행 ⓒ연합뉴스DB

    국민도, 공감도, 혁신도 없었던 '국민공감혁신위' 기자회견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대표직무대행은 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칭 국민공감혁신위원회를 통한 당 재건 방안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국민'이 없었다.

    박영선 직무대행은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함께 하겠다"며 "국민의 근본적인 물음에 답할 수 있고, 그 답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투쟁 정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생활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로 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복지·세월호 특별법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채근하겠다"며 "행동하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이며 집권여당과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이 비대위를 구성하게 된 까닭은 7·30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이 '세월호 심판론' '정권 심판론'만 반복하는 새정치연합의 선거 전략 때문에 야권이 참패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박영선 직무대행의 '세월호 특별법 인질극'으로 국회 공전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하반기 원구성을 마친 국회는 식물 국회로 전락했으며, 산적한 민생 경제 살리기 법안이 낮잠을 자고 있다.

    심지어 9월 6일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앞두고 있는 안산 단원고 3학년 수험생들은 언론에 보도된 '정원외 특별전형'이 도입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해 대입전략 자체를 세울 수 없는 형편이다. 단원고 희생자들을 위한다며 또다른 단원고 학생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셈이다.

    박영선 직무대행이 "국민의 뜻을 받들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밝힌 이상 국민들은 박 직무대행이 국회 공전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5일 기자회견은 이러한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를 철저히 배신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기자회견에는 '공감'도 없었다.

    박영선 직무대행은 "국민이 공감하는 정치를 실천하겠다"며 "국민의 공감 속에 당의 재건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당 내외의 인사를 망라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널리 구하고 모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기자회견 중에 국민공감혁신위를 어떻게 구성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질의응답을 통해 박영선 직무대행은 비로소 "오늘(5일)부터 어떤 분을 모셔야 하는지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겠다"며 "국민들도 비대위원으로 추천할 분이 있으면 내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추천해달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선거 연패 행진의 원인이 'SNS 환청 현상'에 있음을 모르는 듯 비대위원을 SNS로 추천해달라고 말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SNS에서 울려퍼지는 '정권 심판' '선명 야당' '강경 투쟁' 일변도의 목소리에 취한 '몽유병 환자'처럼 좌측으로 발걸음을 내딛다 선거를 그르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와중에도 선수별 안배 원칙에는 철저할 모양이다. 박영선 직무대행은 "초선 의원들과 가진 비상회의에서 초선의원들이 추천한 1인을 비대위에 포함시키기로 약속했다"며 "지금 (추천)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선수별 안배가 이루어지면 지역별·계파별 안배 또한 이루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박영선 직무대행은 실제로 이러한 안배가 이루어지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민공감혁신위는 공감과 혁신에 방점을 둘 생각"이라는 동문서답으로 답변을 피했다.

    '공감'이 계파별 공감을 뜻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국민공감'과는 거리가 이미 멀어졌다는 지적이다.

  • ▲ 5일 오전 열린 '국민공감혁신위' 출범 기자회견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직무대행 ⓒ연합뉴스DB
    ▲ 5일 오전 열린 '국민공감혁신위' 출범 기자회견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직무대행 ⓒ연합뉴스DB

    기자회견에는 '혁신'도 없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3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광역·기초단체장 비상회의에서 "김대중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재·보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퇴진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새정치민주연합부터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혁신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주문을 남기고 정계를 은퇴했다.

    모든 구태를 버리고 새롭게 거듭나야 할 때이건만, 박영선 직무대행은 김대중·노무현·김근태 정신을 언급한 뒤 여기에 안철수 현상과 손학규 철학까지 접목시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명한 이름들이 언급된 것까지는 좋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혁신하겠다는 청사진이 없다는 지적이다.

    기자회견 중 유일하게 언급된 혁신안은 "전략공천을 배제하고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겠다"는 것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혁신은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에서 시작된다. 박영선 직무대행은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민주정책연구원 중심으로 분석위를 꾸려서 다시는 그런 아픔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최근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박영선 직무대행은 2012년 대선 패배 직후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았던 한 교수에게 '책임질 것이 없다' '최선을 다했다'며 30여 분간 폭언을 퍼부었다고 알려졌다.

    "혁신의 화려한 겉치레가 아닌 근본에서부터 출발하겠다"는 박영선 직무대행이 수일간의 고심 끝에 연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혁신안이 겨우 '오픈프라이머리' 하나라니, 내심은 7·30 재·보선 패배도 '책임질 것이 없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혁신에 대한 진정성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기자회견에서 유일하게 의미 있었던 대목은 당명을 다시 '민주당'으로 개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박영선 직무대행이 "그 질문은 아직 이르다"며 웃은 것이다. 만일 '민주당'으로 당명이 되돌아가게 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새정치 실험은 4개월여만에 '헌정치'였다는 것이 판명나는 것이 된다.

    국민이 공감할 수 없는 '세월호 심판론' '정권 심판론' 등을 일관한 끝에 내몰리듯 탄생하게 된 '국민공감혁신위'는 '그들만의 공감 위원회' '국민 비공감'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해답은 박영선 직무대행의 '혁신'에 대한 진정성과 국회 공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