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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사건, 說로만 떠도는 정관계 로비 실체는?

쟁점 별 사건 정리, 핵심은 살인교사 동기 규명..정관계 로비 수사 불가피

입력 2014-07-08 17:07 | 수정 2014-07-08 21:51

▲ 수천억원대 자산을 지닌 재력가를 살해하도록 사주한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를 나선 뒤 차량에 타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수천억원대 재력가 청부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정관계 뇌물 게이트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은 서울남부지검이 살인교사 혐의 입증에 주력하는 가운데, 김형식 의원과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철도납품업체 비리 의혹’(철도마피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맡고 있다.

이와 별도로 서울지방경찰청은 김 의원의 친구 팽모(44·구속)씨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송씨(67)의 금전관계에 초점을 맞춰 수사에 들어갔다.

현직 서울시의원이 연루된 세 개의 사건을 두 곳의 지방검찰청과 서울경찰청이 나눠 맡은 모양새다.

살인교사 사건과 ‘철피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사건 진행상황에 대한 설명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검찰은 숨진 송씨(67)가 작성했다는 비밀장부의 내용과 관련된 기사에 대해서는 불쾌한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정치인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

숨진 송씨의 장부에서 일부 정치인들의 실명이 나왔다는 검찰發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숨진 송씨의 금전관계를 살피고 있는 경찰의 반응은 검찰과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숨진 송씨가 작성한 장부의 내용, 정치인 개입 여부, 뇌물혐의 정황 등에 대해 검찰보다 한 단계 나아간 설명을 내놓고 있다.

경찰은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철피아’ 사건도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 이성한 경찰청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돈과 관련된 부분은 별도로 서울경찰청 수사과에서 한다”면서 송씨의 장부와 관련된 의혹들을 폭 넓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살인교사 혐의 입증,
정황증거만으로 가능할까?

서울강서경찰서로부터 김형식 의원 살인교사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남부지검은 수사 진행상황을 언론에 공개하는데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관련 수사 기록을 지난주 목요일 경찰에서 이관 받아, 강력사건을 담당하는 형사4부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해 사건을 배당했다. 강력사건 전담 검사도 3명을 투입했다.

평검사가 아닌 부장검사를 주임검사로 지정한 것은 검찰이 이 사건을 대하는 비중을 실감케 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중인 사건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룰을 깨고 이례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브리핑을 할 계획이다.

사안이 중대하고 관련의혹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수사 상황을 언론에 공개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의 태도는 기본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살인교사 혐의와 관련돼 검찰은 경찰과는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사건을 송치한 경찰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면서 김 의원의 살인교사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검찰은 한발 물러선 태도를 취하고 있다.

송씨를 직접 살해한 팽씨의 살인혐의 입증과, 김 의원의 살인교사 혐의 입증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실제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팽씨의 자백이외에는 다른 물증이 없어, 검찰의 혐의 입증이 생각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다.

팽씨의 자백이 경찰에서 이뤄진 사실을 근거로, 팽씨가 김 의원으로부터 살인을 사주받았다는 진술을 번복한다면, 팽씨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다른 간접증거가 깨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조심스럽게 유죄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내는 견해가 힘을 얻는 모습이다.

여대생을 청부살해한 혐의를 받은 영남제분 회장 부인 윤모씨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의 살인교사는 직접 증거를 남기지 않는 특성을 고려할 때, 팽씨의 진술과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증거들만으로도 유죄입증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영남제분 회장 부인 윤모씨의 청부살인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직접 여대생을 살인한 윤씨 조카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다면서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무엇보다 검찰은 팽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증거능력으로서의 신뢰도가 높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검찰은 김형식 의원이 경찰서 유치장에서 팽씨에게 쪽지를 건넨 사실도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유력한 간접증거로 보고 있다.

사건 브리핑을 맡은 이상호 남부지검 차장검사 역시, 정황증거만으로 유죄 입증이 가능한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직접 증거 없다고 하지만, 공범의 진술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팽씨가 자백을 번복하는 경우, 혐의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일반론적인 얘기”라면서 사안에 따라 혐의 입증 방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반론으로 증거판단은 각자 검사들이 판단.정황증거 여러 개 있다면 직접 증거 없어도 유죄될 수 있다.

증거의 가치판단은 개별사항마다 다르다. 증거판단 문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검찰은 앞으로의 수사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압수수색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송씨 작성 ‘매일기록부’..
살인교사 동기는?

김형식 의원 청부살인 사건은, 살인교사 혐의를 넘어서 정관계 로비 의혹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김형식 의원 사건에 정관계 로비 의혹이 포함돼 있다면, 혐의 입증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철저하게 비공개 수사 원칙을 지켰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이 특수수사의 원칙인 ‘미행성’을 스스로 훼손해 무책임하게 사건을 키웠다는 비판도 같은 이유에서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검찰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송씨의 장부와 관련된 질문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송씨의 장부와 관련돼 확인해 준 사항은, 장부의 명칭이 전부다.

숨진 송씨가 자필로 쓴 장부의 명칭은 ‘매일기록부’로, A4 용지 크기의 노트다.
검찰은 지난주 목요일 이 장부를 송씨 가족으로부터 직접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장부에 정치인과 공무원 이름이 포함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나아가 검찰은 장부에 이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장부 안에 10여명의 정치인 이름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남부지검 관계자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신중한 보도를 당부하기도 했다.

장부에 대해 수없이 질문 받았다.
장부는 매일기록부. 목요일 날 저녁에 가족으로부터 입수해 검토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하는 게 당연하지만, 장부 관련된 언론 의혹제기나 추측성 보도만으로 수사하기엔 무리가 있다.

(김형식 의원의 살인교사) 동기와 관련된 부분은 당연히 수사대상.
다만 수사상황은 말씀드릴 수 없다.

매일기록부 검토는 했으니까 내용은 알고 있지만, 말씀드릴 수 없다.

명부 안에 정치인 10여명 있다는 기사 나왔는데, 남부지검 관계자가 어디까지인줄 모르겠다.

수사관들 언론접촉 금지했다. 남부지검 관계자가 그런 말 한건 없다.

   - 이상호 남부지검 차장검사



정관계 뇌물 제공?
검찰은 신중, 경찰은 적극..
상반된 행보

정관계 뇌물 의혹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정중동(靜中動)’이다.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난다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단순한 의혹제기만으로 수사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송씨와 관련돼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로비 정황은, 송씨가 김형식 의원에게 건물 증축을 위한 토지용도변경을 청탁했고, 김 의원이 그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내용이 전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사건의 본질은 살인교사. 지금 단계에서 뇌물이나 인허가로비 의혹과 관련돼 수사를 한다, 안한다 말 할 수 없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장부에 나온 이름만으로 수사에 나설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도 재확인했다.

검찰이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살인교사의 동기 규명을 위해서는 송씨와 관련된 자금의 흐름과 성격, 규모와 시기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서울경찰청이 내놓을 수사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경찰은 검찰과 달리, 송씨 금전관계에 대한 수사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이미 이성한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내비쳤다.
나아가 이성한 청장은 정치인, 공무원의 수뢰 부분도 살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해자 송씨 사무실에서 나온 여러 자료들 근거로 해서 조사 중이다.
(송시 작성 장부에) 정치인, 공무원들이 포함된 자료 있는 걸로 안다.

(정치인·공무원 수뢰 수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전반적으로 훑어볼 생각.
가급적이면 검찰과 중복되지 않도록.

   - 이성한 경찰청장, 7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러면서 이 청장은 장부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다면서, 철도 납품업체 관련 부분도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독자적으로, 돈 부분은 서울청 수사과에서 한다.
살인교사 부분은 (검찰로) 다 넘어갔고, 돈 부분은 별건으로.
철도 납품업체와 관련 부분도 있고. (장부)내용은 다 파악하고 있다.

   - 이성한 경찰청장



‘철피아’ 비리,
김형식 의원과 무슨 관계?

청부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의원은, 철도 레일 수입 납품업체 AVT의 로비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AVT의 정관계 로비로 촉발된 이 사건은,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 전현직 임원들이 그물망처럼 얽힌 ‘철도마피아’ 의혹으로 번졌다.

이 사건은 비리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지목된 이광재(58)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과 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 간부가 잇따라 목숨을 끊으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AVT사 대표 이모(55)씨를 불러 조사하는 등 철도업계에 독버섯처럼 퍼진 정관계 의혹을 캐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에 소환된 이모 대표는 권영모 새누리당 전 수석부대변인(55·구속)에게 납품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AVT사는 2012년께부터 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하는 궤도공사 부품 납품을 사실상 독점해왔다.

검찰은 권 전 부대변인이 청탁의 대가로 받은 돈의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돈의 흐름을 뒤 쫒고 있다.

김형식 의원도 납품 청탁의 대가로 이모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이 AVT로부터 돈을 건네받으면서, 송씨 살인사건의 공범인 팽씨 부인 계좌를 이용했다는 주장이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지금까지 철피아 수사와 관련돼 검찰이 구속한 인사는 권 전 부대변인과, 감사원 김모(51) 감사관 등 두 명이다.

검찰은 유력 혐의자들의 잇따른 자살로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수사 흐름상 김형식 의원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송씨 살인사건에서 드러난 정관계 로비 정황은 김형식 의원과 관계가 있는 여야 정치인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AVT사가 김형식 의원에게 돈을 건넨 의혹은, 송씨 살인사건 못지않은 파괴력을 갖고 있다.

두 사건 모두 김형식 의원이 연루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형식 의원에 대한 살인교사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은 구속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구속기간 만기인 12일 전에 수사를 끝낼 예정이나, 필요한 경우 구속기간을 1회 연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김 의원에 대한 구속기간은 22일까지 늘어난다.

검찰은 구속기간 연장 여부를 이번 주 목요일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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