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입은 전의경 입원한 경찰병원에 에이즈 환자 수용…층수만 다를 뿐 격리 조치 없어
  • ▲ 불법폭력시위 진압 도중 부상을 입고 기절한 전경 [자료사진]
    ▲ 불법폭력시위 진압 도중 부상을 입고 기절한 전경 [자료사진]

    전투경찰과 의무경찰.
    병역 대신 근무하는 ‘대체복무’의 한 형태지만 근무 환경이 좋은 것은 아니다.
    수시로 일어나는 시위에 대응해야 하고, 공권력이 무너진 우리사회에서
    경찰이 당하는 온갖 수모를 함께 겪기 때문이다.

    이런 근무환경 탓에 전의경 가운데는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전의경도 ‘군인’과 같은 신분이어서 부상을 입으면 서울 송파구에 있는 경찰병원에 입원한다.
     

  • ▲ 2008년 광우병 폭동 당시 부상당한 전경들이 입원한 경찰병원을 찾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8년 광우병 폭동 당시 부상당한 전경들이 입원한 경찰병원을 찾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런데 최근 경찰병원에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 환자 10여 명이 입원해 있으며,
    이들이 입원한 전의경 환자들과는 아무런 격리조치 없이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접했다.

    제보를 받은 뒤 질병관리본부와 통화를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에이즈 환자 관리를 총괄책임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조직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에이즈 환자를 경찰병원이 수용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맞다. 에이즈 환자들이 경찰병원에 입원해 있다.
    다만 이들이 에이즈 환자인지에 대해서는 비공개하도록 돼 있다.
    법에 따라 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 ▲ 현재 국내에는 1만여 명의 에이즈 환자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주간조선 그래픽 캡쳐]
    ▲ 현재 국내에는 1만여 명의 에이즈 환자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주간조선 그래픽 캡쳐]

    에이즈 환자들이 경찰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은 타 언론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일 한겨레 신문은 ‘갈 곳 없는 에이즈 환자들…국립병원이 받아줘 고맙긴 한데’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는 경찰병원에도 에이즈 환자들이 입원해 있다고 돼 있다.

    “…지난해 말 경기도에 있던 에이즈 환자 장기요양병원이
    인권침해 문제로 위탁 지정이 취소되면서
    환자 40여 명 중 일부가 우선 국립병원들로 옮겨졌다.
    국립중앙의료원으로 5명, 국립경찰병원으로 10명이 갔다.…”


    이튿날 경찰병원으로 향했다. 경찰병원에는 별도의 홍보팀이 없어 총무과로 향했다.
    총무과에서는 “에이즈 환자에 대한 부분은 잘 모른다”며
    QI(Quality Improvement) 실 관계자와 연락했다.
    QI실 관계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총무과 담당자는 “아, 글쎄 만나서 설명하세요”라며 전화를 끊은 뒤
    기자에게 QI실로 가보라고 했다. 

    잠시 후 QI실로 향했으나 문은 잠겨있었다.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담당자는 사무실을 비우고 문을 잠근 뒤 사라졌다.
    한 시간 가까이 QI실 앞에서 기다렸지만 담당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 ▲ 시위진압 또는 범인체포 중 부상을 입은 전의경은 경찰병원에 입원한다. 군병원과 달리 경찰병원은 일반인 진료도 한다. [자료사진]
    ▲ 시위진압 또는 범인체포 중 부상을 입은 전의경은 경찰병원에 입원한다. 군병원과 달리 경찰병원은 일반인 진료도 한다. [자료사진]

    에이즈 환자의 경찰병원 입원 소식은 이미 전의경 부모들 사이에서도 퍼져 있었다.
    전의경 부모모임 강정숙 대표는
    “경찰병원에 입원한 에이즈 환자들이 전의경 환자들과 아무런 격리조치 없이
    어울린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의경들에게 경찰병원은 군 병원과 같은 곳이다.
    군대 대신 경찰로 가서 부상을 입은 전의경들이
    에이즈 환자들과 아무런 격리조치 없이 입원해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
    에이즈도 감염되는 질병 아니냐.”


    강정숙 대표는 “경찰청의 태도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찾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서울경찰청 관계자와 만나 이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 이야기를 듣더니 놀라서
    경찰청 본청 담당자(경정)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경찰청의 담당자라는 경정은 ‘법대로 하는 건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


    강정숙 대표는 에이즈가 ‘감염성 질환’인 점을 지적하며,
    “만약 자기 자식이 그런 상황이면 그렇게 큰 소리를 치겠느냐”고 되물었다.

    “군 병원과 경찰병원이 다르다는 것은 안다.
    경찰병원은 일반인들도 진료를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우리 부모들이 말하는 건
    군대 대신 경찰로 입대해 근무하는 아이들이
    에이즈 환자들과 격리되지 않고 수용돼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왜 우리 아이들이 ‘불필요하게 위험’에 노출되어야 하느냐.
    에이즈 환자에게만 인권이 있고 전의경 부상자에게는 인권이 없느냐.”


    강 대표의 지적은 상당 부분 공감이 갔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

    “에이즈 환자들과 함께 수용돼 있다고 해서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치료제들이 좋아져서 감염확률이 극히 낮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에이즈 환자를 수용한 병원에서 감염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과연 그럴까.
    현재 전의경 부모들 사이에서는 경찰병원에 입원한 에이즈 환자의 간병인 가운데
    한 사람이 ‘에이즈 감염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경찰병원 QI 실 관계자를 만나지 못해 보다 구체적인 사실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보여준 태도나 경찰청 본청 관계자의 태도로 볼 때,
    전의경 부상자들의 인권보다 에이즈 환자의 인권을 더욱 중시한다는 점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 ▲ 에이즈 환자의 인권을 존중하라는 시위 모습. 하지만 이들이 전의경 인권에 대해 말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사진: 인권운동사랑방 홈페이지 캡쳐]
    ▲ 에이즈 환자의 인권을 존중하라는 시위 모습. 하지만 이들이 전의경 인권에 대해 말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사진: 인권운동사랑방 홈페이지 캡쳐]

    ‘만성질환’으로 변한 에이즈 환자.
    좌파 진영에서는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이들의 ‘인권’이 침해받는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이 경찰병원에 입원한 탓에 전의경들과 그 가족들이 불안해 하는 데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않고 있다.

    강 대표의 말처럼
    ‘만약 당신의 자녀가 군 생활 중 병원에 입원했는데
    바로 옆에 에이즈 환자와 함께 생활한다면 뭐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경찰과 정부 관계자, 그리고 소위 ‘인권단체’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