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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주말드라마(밤 9시 40분) <정도전> (연출 강병택 이재훈, 극본 정현민)에서 왕위에 오르는 것에 대해 강한 반발심과 거부감을 갖고 받아들이지 않아 대신들의 애를 태우던 이성계는 정도전과 오랜 독대 끝에 드디어 왕위에 오름으로써 세계 유례 사상 없는 무혈전쟁으로 조선이 탄생된다.
5월 31일 방송에서 정몽주(임호 분)가 죽고 공양왕(남성진 분)이 폐위되자 이성계(유동근 분)를 왕위에 앉히려고 대신들이 옥새를 가지고 이성계를 찾아왔지만, 이성계는 옥새가 사람 죽이는 요물이라고 팽개치고 들어가버린 난감한 상황에 때를 맞춰 구세주처럼 정도전(조재현 분)이 나타난다.
정도전은 정몽주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싸여 정계를 떠나 정처없이 유랑하고 다녔다. 이성계는 이방원이 정몽주를 때려죽인 충격과 권력다툼에서 일어나는 권모술수와 피비린내로 인한 염증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이성계의 마음을 잘 아는 정도전은 이성계와 독대하여 차가운 이성적인 논리와 뜨거운 심장으로 이성계를 괴롭히고 있는 혼란과 두려움 강한 반발심과 거부감을 하나하나 녹여 나간다. "군자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꼭 지킬 것이고 주군께서 보위를 거부하시면 세상은 더욱 큰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옥새를 받으라"고 간청한다.
고려를 무너뜨린 대신들은 승리감과 큰 기대 속에 들떠서 마냥 기뻐하지만 유독 이성계만 "그 자리에 앉는 순간 지옥을 경험할 것이외다"는 이인임(박영규 분)의 말과 "난세는 더욱 큰 난세를 부를 것입니다"는 정몽주의 말을 떠올리며 깊은 회의와 두려움 암담과 고통속에 휩싸여 있다.
정도전의 확고한 신념에서 나오는 진실한 설득에 이성계는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대업의 명분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받아들일 구실로 삼는다."포은 선생이 죽는 순간 내한테는 대업도 모두 다 끝났건메!
내한테 중요한 건 내 정당성을 입증해 줄 포은이 죽었다는 거우다!
포은의 시체 위에서 나 이성계는 임금 노릇을 할 수는 없음메!"
"살아있는 사람은 어찌합니까? 가련한 사마리아 땅의 백성들은 어찌하느냔 말입니까?"
"내 임금을 안 해도 백성들은 죽지 않슴메! 산 사람은 어떻게 되든 살게되어 있찌비"
"산다고 다 사는 것입니까? 사람답게 살아야죠!
그것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대업이었습니다!
이 땅에 핍박받는 백성이 단 한 명이라도 살아 있는 한 우리의 대업은 끝난 게 아닙니다!
소신 살아서는 이곳을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굳게 닫혀있던 마음이 조금씩 열린 이성계는 누그러져 정도전에게 순진한 아이처럼 진지하게 물어본다.
"이봅쇼! 삼봉!
내 보위에 오른다고 해도 선생 말대로 백성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맹글 수 있소?"
"반드시 그리 만들 것입니다!"
"이 다음에 내 저승에 가서 포은을 만났을 때 말입메!
포은한테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나라를 과연 만들 수 있겠는가 그 말이외다!"
"소신 죽을 힘을 다해 만들 것입니다!
만들겠습니다!"
"그 말에 삼봉 당신의 목숨을 걸 수 있겠소?"이성계는 정도전의 간절한 청에 결심을 하고 마지못해 옥새를 받고 조선의 왕위에 오른다.
정도전은 밖으로 나가 기다리고 있는 대신들에게 벅찬 가슴에 격앙되어 외친다."방금 이 나라의 새로운 주인이 탄생하였습니다!"
어린아이같이 왕을 안 하겠다고 떼를 쓰는 이성계를 왕을 할 수 밖에 없는 명분을 가지고 설득하면서도 조금도 다그치지 않고 이성계가 스스로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생각할 시간을 주며 말없이 기다려주는 정도전은 정치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어 탄복하게 된다.
정도전이 이성계의 돌아 선 마음을 돌리기 위해 독대하는 과정은 대업을 이루기 위한 과정 못지 않게 피 말리는 씨름 속에서 인간 확고한 신념 신뢰 기다림 설득 소통 새 생명의 탄생이라는 정치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사진출처=KBS1 드라마 <정도전>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