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특유의 화전양면전술, 국민 대북관 흔들려선 안 돼
  • 북한이 27일 오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4발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오늘 오후 5시42분부터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 일대에서 북동 방향 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4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09년 1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북한군의 포사격 훈련 모습.ⓒ 연합뉴스
    ▲ 북한이 27일 오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4발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오늘 오후 5시42분부터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 일대에서 북동 방향 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4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09년 1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북한군의 포사격 훈련 모습.ⓒ 연합뉴스



    박수근 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전 국군정보사령관)


    [한반도 미래구상]에 ‘찬물’ 끼얹는
    북한의 도발행보


  • 박수근 전 국군정보사령관.ⓒ 뉴데일리 DB
    ▲ 박수근 전 국군정보사령관.ⓒ 뉴데일리 DB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 후 국내외적으로 한반도의 통일담론이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며칠 전 열린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개회식 인사말에서 “통일 한국에는 전쟁의 공포도 핵위협도 없을 것이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땅에서 남북한 주민은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모두가 함께 아시아의 공동번영과 협력을 견인해 나갈 것”이라고 [통일된 한반도]의 미래상을 설명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기아와 질병에 신음하는 북녘동포들의 고통을 해소하고, 새로운 한반도를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해 동아시아 전체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번영의 불빛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제가 꿈꾸는 통일시대의 한반도”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통일로 가는 길은 북한의 핵포기가 빠를수록 앞당겨질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내려놓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채워나가면 남북한 모두 행복한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통일 한반도 구상]은 남북한 민족 모두가 여망해야 할 비전임에 틀림없다.
    한반도에 대한 국제적 인식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담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반도 정책에 관한 [레드라인](대북정책에 설정된 정책전환의 한계선. 즉 대북 포용정책을 봉쇄정책으로 전환하는 기준선)으로, “동란이나 전쟁발발 절대 허용 불가”를 재확인했다.

    이어 왕이 외교부장은 한반도가 비핵화를 실현할 때 진정한 항구적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연초부터 유별날 정도의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는 한미연합훈련이 진행 도중 신형 방사포와 미사일 발사시험 등을 비롯한 무력시위성 도발을 감행했다.

    도발행위에 대해 북한은 “자위를 위한 단순한 훈련일 뿐”이란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모처럼 조성된 남북 대화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이중적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2일에는 남북 화해모드를 뒤엎은 노골적인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남조선 집권자와 당국, 언론이 비방중상을 계속해, 비방중상 중단을 합의한 남북 고위급접촉 합의 이행이 엄중한 기로에 놓여있다.

    비방중상을 중단하지 않으면 앞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

       - 12일, 남북 고위급 접촉 북측대표단 대변인 담화 중 일부


    이어 16일에는 다량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다시 한 번 한반도룰 둘러싼 긴장을 고조시켰다.

    [화전양면전술]의 두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북한의 최근 도발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최근 북한의 이중성은 지난 2006년 당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2006년 남북관계는 화해협력의 시대였다.

    그러나 남북 화해모드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기념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10월 9일 1차 핵실험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최근 벌어진 북한의 신형 다련장미사일 사격과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그 횟수와 사거리를 고려할 때 2006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규모도 컸지만 [항행경보]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경악할만한 대목이다.
    [항행경보]는 기본적으로 인도적인 문제다. 미사일이나 로켓 등이 지나는 구역을 지나는 항공기나 민간 선박 등이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무기 실험 전에 항행금지 구역을 사전에 설정하는 것은 국제적 의무이고 도리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최소한의 도리마저 내던졌다.
    이는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도발이나 다름이 없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북핵 위협에 대한 우려도 다시 깊어지고 있다.
    최근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대북전문가들은 지난해 8~9월께부터 이곳에서 수증기가 포착된 이후 지금까지 원자로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8,000여개에 달하는 폐연료봉 재처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면, 핵무기 3-4개를 생산할 수 있는 무기급 프로토늄을 얻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0년 방북한 핵 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해커 박사가 처음으로 공개한 영변의 원심분리기를 통한 우라늄 농축이 본 궤도에 올랐다면, 우라늄탄 양산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정보당국 고위관계자의 발언도 북한 핵개발이 양산단계에 들어갔다는 추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 총책임자인 제임스 클래피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1월, 미 상원정보위 청문회에 제출한 <글로벌 위기 평가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영변 핵단지의 우라늄농축시설 규모를 확장하고, 플로토늄 원자로도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무장 노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것은 김정일의 유훈이자 김정일 사후 개정된 북한헌법 서문에 치적으로 부각돼 있다.
    그 뒤를 이은 김정은은 핵과 경제발전 병진전략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핵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기간 중 이례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를 향한 명백한 도발이다.

    문제는 우리국민의 안보불감증이다.

    얼마 전 피겨퀸 김연아 선수의 열애 사실이 세계적 이슈가 된 날, AFP통신의 보도는 한국의 안보불감증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본적 인식을 보여준다.

    한반도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진행 중이었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군사적 긴장이 조성돼 있었지만, 한국인들의 유일한 관심은 피겨여왕의 사랑에 집중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제사회가 바라는 [통일 한반도]의 미래구상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북한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견고한 대북관이 절실하다.

    한반도의 통일과 항구적 평화비전은 국민들의 확고한 안보의식 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