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첫해 성과 드러난 건 없고 상처만 남아..대통령 직접 나서게 만든 참모들
  • 홍보는 항상 부족하게 되어 있는 겁니다.
    그러니 언론의 지적이나 외부의 비판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거나 직설적 반응을 보이면
    오히려 소통의 장애가 됩니다.
       -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집권 1년차를 마무리 중인 청와대에 홍보 무능론이 드리웠다.
    새정부 출범 첫해 굵직한 성과 속에서도
    가장 많았던 비판이 [불통]인 만큼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홍보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특히 이런 인식은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가 가장 실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홍보라인 개편까지 점쳐진다.
    2103년 마지막 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격 사표를 던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목소리다.


朴대통령 직접 일갈, 

"홍보, 선제적 대응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세종시에서 주재한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책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국민들과 함께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실천, 현장, 홍보를 꼭 유념해 달라.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정책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하는 평소 지론이다.

하지만 각 부처 장관들에게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주로 [현장]과 [실천]까지만 강조해 왔다.

대통령이 직접 [홍보]까지 챙기는 것은
자칫 부정적으로 비쳐질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런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의혹 왜곡과 철도-의료 민영화 괴담이 퍼지면서
정권 퇴진 운동까지 일어나자 적극적인 주문을 시작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례적인 [홍보] 강조 발언을 한 불과 3일만인 30일에는
더욱더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 청와대를 긴장케 했다.

SNS 등을 통해 퍼져 나가는
잘못된 유언비어를 바로잡지 않으면
개혁의 근본 취지는 어디로 가 버리고
국민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예를 들어
철도경영 혁신을 철도 민영화라고 왜곡을 하고,
KTX 요금이 28만 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또 원격의료제도 도입과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에 대해서도
[이것이 의료 민영화다, 진료비 폭탄이 될 것이다],
이런 잘못된 주장들로
국민들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데,
이런 것을 정부가 방치하면 국가적으로도 큰 혼란이 올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여기에 그동안 홍보 전략에 대한 질책도 더했다.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알리고,
상황을 왜곡하려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

각 수석들께서는
과거 정부에서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결과
지금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 나가기를 바란다.

철도, 의료, 가스 등
최근의 개혁정책 등에 대해서
명확한 데이터와 쉬운 논리로
정책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주셔서
국민의 협조를 얻는 데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




불통 낳은 홍보 라인, 그 중심에는..


박 대통령의 질책에
청와대 홍보라인은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늘상 [우리는 할만큼 했다]는 자의식을 가진 홍보 보좌진의 얼굴에는 
[더 열심히 하라]는 박 대통령의 말에 다소 섭섭한 표정만 맴돈다.

그동안 나름대로 [소통]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
김행 대변인만 조용히 사의를 표명했을 뿐이다.

한 사람밖에 없는 대통령이
국민 4800만 명을 전부 청와대로 불러
밥 먹이는 게 소통이 아니다. 

당연히 저항세력 입장에서는 불통이다.

암초가 있다고 항해를 안 하느냐.
국민 전체에 이득이 돌아가게 하려는 것을
방해하고 손가락질하는데
(굽히지 않는) 그것도 불통이라면
자랑스러운 불통이 아닌가.


박 대통령의 질책 이전에 이정현 홍보수석이 했던 말이다. 

불통이라는 지적이 억울하다는 말이며,
그게 불통이라면 그 지적을 감수하겠다는 얘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모든 홍보 정책의 중심에 있었던 이정현 수석이다.

[저항세력]의 억지와는 소통할 생각이 없다는
이 수석의 이런 인식이
[불통]의 근원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의 일갈 이후
이정현 수석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반성적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주 들락거리던 청와대 기자실 출입만 뜸해졌을 뿐이다.



  • ▲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이정현 홍보수석이 왼편에 앉아 있다. ⓒ 뉴데일리
    ▲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이정현 홍보수석이 왼편에 앉아 있다. ⓒ 뉴데일리


  • 홍보를 [정치]로만 알았던 청와대


    청와대 집권 1년차 홍보 실패론의 핵심은
    이정현 수석의 1인 독점 체제에서 비롯된다.

    국정원 댓글 의혹부터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사태,
    기초연금안과 세제개편,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 
    철도노조 파업까지.

    굵직한 국내 현안은
    모두 청와대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을 관통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런 이슈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본적이 없다.

    "청와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청와대가 나설 일이 아니다."

    공식적인 대답은 이 두가지 뿐이었고,
    이 대답은 모두 이정현 수석의 입에서만 나왔다.

    사안마다 관련된 각 수석들의 얼굴은
    좀처럼 구경하기도 힘들었고
    이정현 수석은 홍보수석이라는 이름으로
    [외교], [안보], [복지], [사건사고] 등
    모든 분야에서 유일한 소통 매개체로 군림했다.

    조원동 경제수석만이
    이따금 기자실을 찾아와 경제정책 이야기를 풀어놨지만,
    유명한 [거위의 털뽑기] 발언 이후 그나마 발길도 뚝 끊겼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외교안보수석의 대북 동향 파악을 듣고 싶다거나
    채동욱 사태에 대한 민정수석의 조사 결과를 알고 싶다고 해도
    이정현 수석은
    [내가 취재해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훌쩍 떠나기 일쑤였다.

    대부분 수석들은
    [왜 기자실 한번 오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말에
    [홍보수석이 불러야 가지]라는 농반진반을 말할 정도다.



  • ▲ 브리핑 중인 이정현 홍보수석 ⓒ 뉴데일리
    ▲ 브리핑 중인 이정현 홍보수석 ⓒ 뉴데일리


  • 청와대 홍보수석? 

    박근혜 대변인 이정현!


    그래도 이정현 수석은 [나는 소통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홍보수석으로 온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는
    매일 아침 7시과 오후 5시쯤 가지는 브리핑 시간이 그것.

    하지만 일생을 [정치]만 해왔던 그에게
    각종 사안에 제대로 된 해명이나 설명을 기대하긴 어렵다.

    정부나 청와대 비판기사를 두고
    침을 튀기며 강한 톤으로 비판을 하다가
    [이건 쓰지 않는 걸로 하자]며 휙 돌아서는 모습에
    기자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이 수석이 말하는 [저항세력]의 반대 의견에
    논리적인 반박을 한다기보다는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성질만 내고 가는 셈이다.

    이정현 수석은 홍보를 정치로 안다는 비판이 여기서 나온다.

    끊임없는 팩트 제공과 해명을 기초로 하는 정책 홍보라기 보다는
    [너는 틀렸고 내가 맞다]고 주장하는
    정치적 싸움(정쟁政爭))에 치우쳤다는 지적이다.

    [박근혜]라는 단어에 유독 민감한 것도 이정현 수석의 약점이다.

    [귀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 등 야권의 발언에는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독설을 풀어놓는다.

    이런 태도는 좋지 않는 여론으로 이어진다.

    이정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확신이 너무나 강한 사람]이란 인식은
    그의 말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대통령을 향한 무조건적인 충성과 비호는 
    [이정현은 박근혜의 정치적 호위무사]라는 평가를 낳았고 
    그가 정부 최고기관인 청와대의 홍보수석인지 
    정치인 박근혜 대통령의 대변인이지를 헷갈리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것도 정확히 이와 부합한다.

    [명확한 데이터와 쉬운 논리로
    정책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달라]
    는 주문은 
    더 이상 정쟁만 부추기지 말고,
    국정홍보의 컨트롤타워인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달라는 일침이다.

    기업홍보는 단점을 숨기고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선전]하고 
    정치홍보는 우리가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투쟁]해야 하며 
    정책홍보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는 

    홍보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이정현 수석이 깨달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