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욕은?

    북한에는 각 성씨를 대표하는 욕이 있다
     
     최다미 기자   /뉴포커스
       
2011년 탈북한 혜산 출신 박미옥 씨는 흥미로운 증언을 했다.
 어릴 적 북한에서 친구들과 싸울 때는 항상 상대방의 성씨와 관련해 비난했다고 말했다. 

성씨란 사람의 혈족 관계를 나타내기 위해 이름 앞에 붙이는 칭호를 일컫는다.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성과 관련하여 상대방을 비난한다고 했다.
싸움을 할 때면 상대방의 성씨와 관련한 북한정권 반대세력들을 갖다붙인다는 것.

박미옥 씨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싸움이 붙으면 항상
 '이 박헌영 같은 놈' 혹은 '박정희 같은 놈'이라는 욕을 듣곤 했다"고 말했다.
"내 부모를 욕하는 것보다 더한 수치심을 느끼곤 했다"면서
 "얼굴도 알지 못하는 박헌영, 박정희이지만 북한에서는 이들이 역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런 욕을 들을 때면 항상 울분이 치솟곤 했다"고 말했다.

박헌영은 1955년 12월 북한 최고재판소 특별재판에서
'정권 전복 음모와 반국가적 간첩 테러 및 선전선동 행위'로 사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역적인 셈이다.

"항상 박가라는 것이 콤플렉스였다.
싸움이 붙기만 하면 상대방은 으레 박씨라는 점을 이용하여 박정희 같은 놈이라는
 비난을 퍼부었고, 싸움은 울분을 이기지 못한 나의 주먹질로 끝나곤 했다"고 말했다.

2010년 탈북한 평성 출신 정은철 씨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정은철 씨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 중에 이씨 성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고 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절친이었지만 하루는 싸움이 크게 번진 적이 있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정해놓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친구에게 화가 난 정은철 씨가
 "야 이 이승만 같은 놈아"라고 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것.

"애초에 잘못한 쪽은 친구였지만 나의 한 마디에 친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거의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북한주민이 생각하는 이승만은 매국노 이완용보다도
더 심한 친일파이다. 조선기록영화에 이승만은 미국사람들의 앞잡이 역할을 했다고 나온다"고 했다. 

"웬만하면 친한 친구에게 이런 욕을 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나도 너무 화가 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발언을 했던 것"이라면서 "친구의 분은 며칠이 지나도 풀리지 않았고, 결국 몇 번이나 찾아가 잘못했다는 사과를 한 후에야 일단락됐다"고 했다.

증언에 따르면 각 성씨마다 대표적인 욕이 있다고 했다.
이씨의 경우 '이승만', 박씨의 경우 '박정희', 최씨의 경우 '최진팔' 등이다.
그렇다면 가장 흔한 김씨 성에 대해서는 어떤 욕을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은철 씨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왕국 북한에서
김씨를 대표하는 욕은 없다"고 했다. 

박미옥 씨와 정은철 씨는 북한에서 싸움을 하는 상대방에게
성씨와 관련한 비난을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정은철 씨는 "얼마 전 장성택이 국가전복음모행위라는 죄목으로 처형되지 않았는가"라면서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는 장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잘못을 하면 '장성택 같은 놈'이라는
 비난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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