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 20년…한국 유통지도 바꾸다
    저비용 구조로 고속성장…전통시장 소상인과 끊임없이 갈등
    저성장·규제·경쟁으로 '성장 정체기' 맞아


    오는 12일이면 한국의 첫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 창동점이 문을 연 지 꼭 20년이 된다.

    이마트 창동점에서 출발한 한국의 대형마트는 지난 20년간 급성장하면서 우리나라 쇼핑문화의 지평을 바꿔 놓았다.

    과거 주로 백화점이나 재래시장에서 여성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쇼핑을 가족 쇼핑으로 바꾸어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여러개의 매장을 가진 대형 할인점들은 막강한 구매력과 전용물류센터 등을 이용한 유통구조 개선, 자체 브랜드(PB) 상품 등을 통해 저비용 구조를 만들어냈다.

    1996년 유통시장 개방과 함께 국내에 들어온 까르푸, 월마트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치열한 가격 경쟁기를 거치면서 2000년대 초반에는 연간 8∼10개씩의 매장을 여는 등 급성장세를 구가했다.

    이런 고속 성장기를 거치면서 이마트의 매장 수는 146개까지 늘었다. 여기에 1998년에 뛰어든 롯데마트의 105개, 1999년 삼성테스코로 출범한 홈플러스의 138개 등을 합하면 대형마트 3사의 매장수는 389개에 이른다.

    고용효과도 적지 않다. 현재 이마트가 직접고용한 인원은 2만8천명, 용역회사 및 협력사원까지 포함하면 7만8천여명에 이른다.
    홈플러스는 2만7천여명, 롯데마트는 1만4천여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는 점포를 연 지역에서 인력을 수급하기 때문에 지역 고용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런 지속적인 투자 속에 매출도 급격하게 늘었다. 올 상반기 국내 할인점 매출은 9조1천억원으로 백화점(8조7천억원)을 넘어서며 한국 유통의 주력 채널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고속성장에 따른 후유증도 적지 않게 빚어졌다. 전통시장 소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요인이 됐고, 이 때문에 대형마트 출점 과정에서는 갈등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대형마트가 급성장하면서 전통시장 수도 대폭 줄었다.

    시장경영진흥원 집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고도 성장기인 지난 2004년 1천702개에 달했던 전국의 전통시장 수는 지난해 기준 1천347개로 줄었다.

    출점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어진 소상인 등의 반발은 결국 규제로 이어져 지난해 4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의무휴업이 시행됐다.

    휴업일 지정을 둘러싼 대형마트와 지자체간의 줄다리기 속에 강행된 자율휴업은 내년부터 주말 의무휴업으로 전환돼 대형마트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홈쇼핑, 온라인쇼핑몰,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다양한 유통채널이 성장하는 가운데 경기까지 침체되면서 국내 할인점 사업은 본격적인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20년을 맞은 할인점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자 풀어야 할 과제다.

    허인철 이마트 대표는 "지금의 경기위축 상황이 갑자기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다만 다양한 외적변수에도 지속성장이 가능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할인점이기 때문에 유통혁신 노력을 통해 상품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