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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오셨어요?"…"아니 독일입니다"
경영에서 실무까지…독일 임직원 산업계 포진
"한국인에 대표 맡겨도 재무관리는 양보 못해"
독일계 글로벌 화학업체 바스프의 한국 지사인 한국바스프는 지난 9월 독일인을 새 홍보팀장으로 맞았다.
라인하트 슈타우다허 팀장은 1994년부터 현재까지 바스프 본사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한 20년차 '홍보통'이다. 그러나 현지 언론과 접촉이 잦은 홍보 업무의 특성을 감안할 때 임원도 아닌 실무자급에 외국인을 앉힌 인사는 이례적이다.
한국바스프 관계자도 "본사 출신 홍보팀장은 전례가 없다"고 전했다.
국내 진출한 독일의 글로벌 기업들이 사세를 확장함에 따라 산업계 곳곳에 독일 임직원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요직을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한국바스프 사례처럼 업무 범위를 넓히기도 한다.
24일 주한독일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 시장에 진입한 독일 기업은 300여곳이다. 임직원 현황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대부분 경영진에 몰려 있다.
주요 독일인 CEO로는 최근 국정 감사에 기업인 증인으로 출석한 브리타 제에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이사와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 토머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미하엘 그룬트 한국머크 대표 등이 눈에 띈다.
BMW코리아(김효준 대표)와 한국지멘스(김종갑 회장) 등은 예외적으로 한국인이 수장을 맡은 독일계 한국법인이다.
CEO 못지않게 본사 임원의 비중이 높은 보직은 CFO다.
한스 크리스천 베텔스 BMW 부사장과 클라우스 에빙거 벤츠 부사장, 클라우디아 알렉산드로 아만 아우디폭스바겐 부사장, 토머스 스나이 머크 CFO 등이 본사에서 온 독일인 재무담당 임원이다.
한국지멘스와 지멘스에너지솔루션의 재무를 관리하는 싱가포르 출신 츄콩럼 부사장도 2003∼2004년 독일 본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독일계 A업체의 한 관계자는 "독일 임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CFO는 꼭 독일 사람이 맡는다"면서 최근 10여년간 5명의 CFO가 모두 독일인이라고 전했다.
돈줄을 쥔 독일 임원과 한국인 직원들간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 수입차시장의 1인자로 등극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경우 실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전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십수명이 회사를 떠나는 '이직 러시' 사태가 벌어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회사가 한국 사람을 도둑 취급한다"면서 "근거 없이 비리를 의심하고 돈줄을 막아 대행사 수수료도 못 올려주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독일계 B업체의 직원은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지만 주요 경영진은 항상 독일인으로 채우고 영어 실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독일어 하는 사람을 승진시키는 등 내부적으로 차별이 심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머크처럼 독일인 대표가 직접 한국법인과 본사의 인사 교류를 강화해 한국 임직원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있다. 한국바스프도 전 홍보팀장이 본사로 2년간 교환 근무를 떠나 발생한 공석을 독일인이 채운 경우다.
독일상공회의소 우호재 부소장은 "한국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꾸준한 성장세에 매력을 느끼는 독일 기업들이 많아 향후 진출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