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치는 美軍 이야기
쉬는 날이면 운동화를 신고 조깅을 하던 미군 장교들과 부사관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김필재
서울에서 태어나 3살 때 경기도로 이사와 30년 넘게 의정부에서 살고 있다.
의정부에는 美육군 최강사단으로 알려진 2사단 사령부(CP. Red Cloud)에 꽤 넓은 골프장이 있다. 1986년~2001년 기간 동안 ‘레드 클라우드’ 근처에 살면서 골프를 치는 미군을 두 차례 목격했다.
미군부대를 지나갈 때 마다 골프를 치던 사람들은 미군부대 출입이 가능했던 일부 한국인들,
그리고 부대 내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노무자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미군과 인연이 있었는지 대학 재학 중 토익(TOEIC)시험을 봤고, 병무청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아 미군부대에서 카투사(KATUSA) 헌병으로 근무했다. 미군 헌병은 기본적으로 전투헌병(Combat Military Police)이기 때문에 헌병 본연의 업무 외에 보병의 전술을 배운다.
그래서 훈련 기간이 되면 서울, 경기, 강원 지역의 미군 부대를 두루 돌아다녔다. 가는 곳 마다 크고 작은 골프장이 부대 내에 있었다. 헌병차량을 타고 순찰을 돌면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부대 내 골프장을 체크했다. 역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대개 한국인들이었다.
어느 날 의정부 모 미군 부대 정문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의 사람이 승용차에 타고 있었다. 국회의원 H씨였다. 트렁크를 체크 했는데 골프채가 보였다. 미군부대까지 와서 골프를 쳤던 것이다. 현재 H씨는 모 당에서 중책을 맡은 국회의원이다.
현역시절 미군들이 골프 치는 것을 두 번 목격했다, 장교와 부사관(NCO)들이 친구처럼 말을 주고받으면서 골프를 즐기는 것을 봤다. 100%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격이 없이 얘기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경례를 서로 주고받지도 않았다. 미군은 ‘군복’과 ‘계급’에 대해서만 경례하기 때문에 사복을 입었을 때는 어지간해서는 경례를 하지 않는다.
제대 후 기자생활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한국군 고급 장교 중에는 골프를 좋아하는 분들이 꽤 많다. 다만 참전 경험이 있는 예비역 장교들의 경우 골프를 거의 치지 않는 듯 하다. 실전을 경험한 군인과 경험하지 않은 군인의 전투력은 거의 10배 가량 차이가 난다고 한다.
지난 9일 국회 국방위 소속 모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해공군 장군 450여명이 지난 2년간(2011~2012년) 골프장을 2만 2000여회 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국민일보’ 보도 인용). 장군 1인당 연평균 24.5회로 격주마다 한 번씩 골프를 친 것이다. 물론 계급이 낮아질수록 골프장 이용 횟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골프를 치는 것을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골프장이 있어도 골프를 치지 않았던 미군들과는 비교가 된다. 군대를 갔다 온 남성들은 알겠지만 사격연습을 하다 탄피 하나 없어지면 난리가 나는 군대가 대한민국 군대다. 그런데 골프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관대하다. 쉬는 날이면 운동화를 신고 홀로 조깅을 하던 미군 장교들과 부사관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직하고 검소한 그들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진짜 군인 같아 보였다.
[사진] 의족을 끼고 군복무 중인 美 특수전 요원
美國 사회에서 가장 신뢰받는 집단은 군대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 군대를 지휘했던 모세 다얀 장군은 애꾸눈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선진국의 사병, 현역장교들 중에는 부상당한 군인들이 부지기수다.
대한민국에는 애꾸눈 참모총장, 의족을 찬 국방장관, 팔 하나 없는 군 출신 국회의원들을 한명도 찾을 수 없다. 나라를 지키는 전쟁에 국가의 부름 받아 전투하다가 부상을 입는 것은 국가로부터 크게 칭송 받을 만한 일이고, 국민의 존경의 대상이어야 되어야 한다.
전쟁국가 대한민국은 전쟁영웅의 경험요소를 전군(全軍), 나아가 전(全)국민이 배우게 해야 국민의식이 성장할 것이다. 국민 의식의 성장 없이는 자유통일은 요원하다.
조갑제닷컴 김필재 spooner1@hanmail.net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