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연합뉴스) 2차대전 패전 직후 히로히토(裕仁·1901∼1989) 일왕 업무 등을 보좌했던 궁내성(현 궁내청)이 기밀문서를 전부 소각할 것을 지시한 문서가 발견됐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3일 보도했다.

    궁내청 공문서관에서 발견된 `기밀문서 소각의 건' 제목의 문서는 일본이 항복한 3일 후인 1945년 8월18일자로 돼있다.

    문서는 당시 궁내성 각 부서가 보관하고 있는 문서류와 육·해군 등이 궁내성에 보낸 문서류 가운데 "기밀에 속하는 것들을 8월18∼22일에 전부 소각할 것"을 구체적인 소각 장소까지 지정해 지시했다.

    일본 패전 당시의 문서 소각과 관련해서는 일본 육군성 전 간부가 항복 하루 전인 8월14일 전 부대에 소각 지시를 내린 것을 인정하는 서면을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제출한 바 있다.

    또 히로히토 일왕에게 불리한 문서를 소각하도록 지시한 일본 해군의 암호전보를 해독한 미군 자료와, 내무성과 외무성에서도 소각이 이루어졌다는 전직 관료들의 증언 등이 있다.

    요시다 유타카(吉田裕) 히도쓰바시(一橋)대 교수는 히로히토 일왕이 전쟁범죄자로 추궁당할 가능성을 의식해 궁내성의 문서소각 지시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