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교수 작품 하나 더 촬영 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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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신정균 감독  ⓒ 이미화 기자
    ▲ 신정균 감독 ⓒ 이미화 기자

     

     
    서울의 한 카페에서
    영화 <가자, 장미여관으로>의
    신정균 감독과 인터뷰가 진행됐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신정균 감독은
    “적은 예산에 촬영을 진행하다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말로
    첫 인사를 대신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한국 영화계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다. 

    영화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마광수 교수의 원작이란 점과
    출연배우 여민정의 노출로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던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가운데
    어떤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 신정균 감독  ⓒ 이미화 기자
    ▲ 신정균 감독 ⓒ 이미화 기자

     

    이번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

    처음에는 타이틀에서 주는
    <장미여관>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몇 개의 에피소드들을 모아 봤다.
    코믹도 넣어보고 했는데,
    결국은 [여관]이라는 곳이 은밀한 장소니까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홍보자료에는 [성접대]라고 나갔는데,
    엄밀히 말하면 [성매매]다.
    자의에 의한 성매매가 아닌
    타의에 의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전직 가수의 이야기다.
    이전에 <노리개>(감독 최승호)란 영화가
    스폰서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난 소재에 그런 식으로 접근 한 것이 아니라
    돈에 욕심을 내는 연예계 매니저 출신의 포주와
    일찍 음반을 냈지만 성공하지 못한 가수가 서로 만나
    재기를 노리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려 했다.
    <노리개>는 이야기를 무겁게 다뤘다면
    난 비교적 가볍게 다뤘다.
    <노리개>는 연예계의 핫이슈라면
    난 그저 사회면에 나오는 사건을 드라마화 해서
    거기에 성, 사랑을 가미시켰다.


    영화의 장점, 혹은 자신 있는 부분은?

    연출자로서 감히 그런 말을 하긴 힘들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저예산만 네 작품 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갈수록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 신정균 감독  ⓒ 이미화 기자
    ▲ 신정균 감독 ⓒ 이미화 기자


     

    성에 대한 영화를 많이 다루는 것 같은데,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관심에 대한 것은)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의 문제인 것 같은데,
    원래 내가 지향 했던 것은 코믹 액션이었다.
    아니면 진한 사랑 이야기거나.
    시나리오를 준비하기도 했는데,
    투자 문제나, 배우 캐스팅 문제 때문에 좌절됐다.
    그러다 우연찮게 삼양동 정육점 작가를 만나
    시나리오를 읽어보게 됐는데
    그 시나리오가 뭔가 이상했다.
    보통 시나리오를 읽으면 재밌다, 재미없다,
    좋다, 나쁘다가 딱 나오는데 그것은 그렇지 않았다.
    또 예산도 많이 들 것 같지 않아서 한 번 해보자 생각했다.
    운이 좋게 제작자도 붙었다.
    그런데 여자의 이야기가 보여줄 게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자의 이야기, 성이 아니라,
    운명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자기가 중심이 돼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여자도 있지만
    아직도 남자의 그늘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여자가 있는데
    그럴 경우 그 여자는 남자를 잘 못 만나게 된다면
    인생이 뒤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무살>이라는 영화도
    남자들 때문에 망가져가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것인데
    그러다보니 여자가 주인공이 됐고.
    지금은 정말 여자에 대해서 깊게 연구해서,
    성 뿐만이 아니라, 여자의 일생도 좋고,
    이야기를 좀 더 심도 있고 여유 있는 예산과
    여유 있는 캐스팅 좋은 상황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그쪽에 있어서는 남들보다
    내가 좀 더 공부하지 않았나 싶다.


    흥행과 거리가 있는 소재를 주로 다루는 것 같다.
    흥행과, 내가 하고 싶은 영화
    그것에 대한 접점을 어떻게 두고 있나?

    대한민국 영화계에 능력 있는 감독님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감독도 많다.
    능력이 충분치 못 할 경우 감독은
    자신의 연출 세계를 맘껏 펼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투자자의 의견도 있고,
    또 자신이 위축된 부분도 있을 테니까.
    <장미여관>이란 작품을 하게 된 것도
    내가 쓴 작품으로는 투자를 받기 어려우니까,
    투자를 받기 위해선 유명한 작품을 해야 했다.
    그래서 직접 마광수 교수를 찾아가 원작을 구입했고
    어느 정도 투자에 성공한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 전체를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난 <장미여관>이 어쨌든 수익을 내면
    다음엔 조금 더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무조건 성에 관한 이야기를 뺄 생각은 없다.
    필요한 장면이라면 들어가야 한다.

     

  • ▲ 신정균 감독  ⓒ 이미화 기자
    ▲ 신정균 감독 ⓒ 이미화 기자


     

    마광수의 원작과 영화 내용이 많이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마광수 교수님과 이야기는 된 건가?

    괜찮다. 마광수 교수가 쿨한 부분이 있다.
    자신이 이미 팔았으니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대신 마 교수가 아주 사랑하는 작품이 있다.
    <즐거운 사라>.
    그것은 만약에 누구든지 연출을 한다고 하면
    원작에 충실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현재 내가 마 교수의 작품을 두 개 갖고 있는데
    <가자 장미여관으로>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다.
    그것은 안의 내용과 상관이 없다.
    [마광수]라는 이미지가 필요한 거지.
    마 교수님은 내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셨다.
    그래서 아주 쿨하게 반응하셨다.
    이미 시나리오도 보내드렸다. 별 반응이 없다.(웃음)
    다만, 그분의 생각을 최대한 영화에 담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 앞 서 있는 부분이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주연 캐스팅은 어떻게 하게 됐나?

    성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
    가장 힘든 것은 배우 캐스팅이다.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노출은 여자로서 수치스러울 수 있다.
    고민이 많이 됐다.
    그런데 성은채라는 배우와 나의 만남의 시기가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마침 그 친구가 개그우먼에서 배우로의 전향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때 맨 처음으로 노크를 한 게 나였다.
    성격이 너무 쿨했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시간이 없다보니 디테일하게 잡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선
    미안한 부분도 있다.

     

  • ▲ 신정균 감독  ⓒ 이미화 기자
    ▲ 신정균 감독 ⓒ 이미화 기자

    촬영 중 재밌는 에피소드는?

    여자 배우 성은채도 신인이라서
    베드신이 처음이지만
    남자 장성원도 베드신이 처음이었다.
    은채는 오히려 쿨하게 있는데
    성원이 떨고 있었다.
    클로즈 업을 들어가서 성원의 손을 잡았는데,
    손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웃음)
    키스 신을 찍을 때는 입술을 떨고 있었다.
    완전히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원래 키스신이 있기 전에 양치도 하고 가글도 하고 그러는데,
    그 전에 담배를 대 여섯 가치(개비)를 피우더라. 초조해서.
    결국 잘하긴 했다.(웃음)


    좋아하는 감독이나 영향 받은 감독이 있는가?

    보통 이런 질문을 받고 답을 하면
    주변 사람들이 "왜 넌 가식적이냐?"고 하는데
    난 그냥 할리우드 영화가 좋다.
    액션영화 잘 찍는 감독이 좋다.
    특히 코폴라 감독을 좋아한다.
    코폴라는 드라마와 액션을 적절히 섞어서
    드라마도 액션도 아닌
    명작을 만들어 내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을 빨아들이면서
    이야기도 오락거리도 주는 그런 감독이다.


    원래 액션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액션 영화를 해보고 싶지 않은가?

    해보고 싶다.
    하지만 투자가 들어오지 않는 걸 어떡하나(웃음).
    그것도 그렇지만 정말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여자 동성애 영화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이거를 10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준비했고 지금도 갖고 있다.
    하지만 투자가 안 들어온다.
    난 그게 흥행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시대 분위기도 많이 변했고.
    거기엔 남녀의 사랑 얘기는 다 있다.
    단지 여자들이 주인공일 뿐이지.
    죽기 전에 내 돈 갖고라도 찍고 싶은 영화다.

     

  • ▲ 신정균 감독  ⓒ 이미화 기자
    ▲ 신정균 감독 ⓒ 이미화 기자


     

    아버지 신상옥은 어떤 사람이었나?

    아버지가 영화감독이고 아들이 영화감독이지만
    급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홍보문구에도 신상옥, 최은희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부담스러운 게 있다.
    물론 그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 부족한 작품만 찍다보니
    아버지께 죄송해서 그런 마음이 있다.
    아버지는 나에게 영화 하지 말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나이 육십이 넘으셨을 때도,
    당신은 새로운 영화 촬영기법이라던가
    책을 들고 다니며 밥을 먹고 자기 전에도 보고 하는데,
    놀기 좋아하는 "네가 무슨 감독이 되겠냐?"고 하셨다.
    사실 아버지 말씀이 맞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신상옥, 최은희의 아들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작품을 찍고 싶은 바람이 있긴 하다.         
    아버지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아버지는 지독한 이기주의자였다. 당신 밖에 모르는.
    그분은 영화 찍는 것 밖에 몰랐다.
    식도 마누라도, 집도 다 필요 없는 사람이었다.
    영화를 위해 집까지도 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난 그게 싫었다.
    영화 감독으로서는 정말 존경하지만
    인간 신상옥과는 너무 안 맞았다.
    정말 20, 30대 때는 집을 나가기도 하고
    대화를 하지 않기도 했다. 혈기왕성 할 때니까.
    지금은 내가 이해를 한다.
    아버지는 술 담배조차 하지 않으셨다.
    오로지 영화 생각밖에 없으셨다.


    이번 영화에 점수를 준다면? 또 원하는 스코어는?

    일단 원하는 스코어부터 말하자면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면 좋겠다.
    점수는 내가 못 주겠다.
    관객들이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부분이 많다.
    솔직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마광수 교수님 작품 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원작으로
    하나 더 찍고 싶다.
    잘 돼서 또 찍을 기회가 있다면
    사극을 하나 촬영하고 싶다.
    아버지도 만들었던
    <연산군>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연산군>이라는 왕은 이야기는
    파도파도 매력 있는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연산군>에 대한 정사보다는
    야사를 들춰내서
    폭군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려 보고 싶다.  
          


      


    [사진 = 이미화 기자]
    [장소협찬 = 정동극장 길들여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