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거리 풍조에서 개인의 독립성으로?
“우리 사회에서
[진보=반미(反美)] [보수=반북(反北)]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사장 하영선)이 최근 발표한
<2013 정치안보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보 성향 유권자 중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10년 전 29.0%에서 올해는 62.4%로 늘었다.
또 보수 성향 유권자층에서도 대북 지원을 확대·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10년 전 33.9%에서 올해 47.6%로 늘었다.” -
<조선일보>(5/28) 기사다.
비단 이 사안(事案)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진영이나 패거리를 떠나
개인의 독립된 세계로 복귀하려 하는 자세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식인-지성인이라면, 패거리에 무조건 매여선 곤란하다.
보수라 할지라도 개개인의 현안(懸案) 진단은 다를 수 있다.
다른 게 정상이다.
또, 진보라 할지라도 서로 다른 게 자연스럽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총체적 대결에서,
개인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게 용납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순 있다.
백마고지에서 전투를 할 때 진영 내부의 다양성이란 따질 여유가 없다.
그러나 평상(平常)의 상태로 갈수록,
그에 비례해서 다양성으로 가는 게 문명세계의 자연스러운 양태다.
지금 이 시점이 얼마나 [평상적]이냐 하는 평가는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념적 차이 뿐 아니라, 다른 차이도 생각하는 정신적 여유다.
예컨대,
참이냐 거짓이냐,
정확 하냐 부정확 하냐,
필요한 것이냐 불필요한 것이냐,
중요한 것이냐 사소한 것이냐,
아름다움이냐 추함이냐,
품위 있는 것이냐 천박한 것이냐,
등등.
대한민국이냐 반(反)대한민국이냐 하는 데선,
진영이 짝 갈라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테두리 안에 있는 한에는,
보수 안에서도 의견이 달라지고 진보 안에서도 의견이 달라지는 게
평상상태의 인간의식의 정상성이다.
문제는 우~ 하고 휩쓸리는 풍조다.
조사나 검증 없이 소문이나 유행에 끌려가는 중우(衆愚)적 사회심리다.
사이버 공간이 넓어질수록,
이런 비(非)지성적인 풍조가 심해지고 있다.
이런 세태에서 진정으로 지성적인 사고를 하려면,
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그것은 집단주의에서 벗어나, 영롱한 개인의 판단력을 키우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영롱해지기 위해서는, 차가운 실증적 검증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에 난 조사 자료를 어떻게 정확하게 해석해야 할지는,
더 연구해 볼 일이다.
다만 세태가 좀 달라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은 든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