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분석원(FIU), 3년 전부터 수상한 자금 흐름 포착…검찰 70억 규모 추정
  • ▲ 21일 오전,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는 해외비자금 조성혐의로 CJ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사진: 연합뉴스]
    ▲ 21일 오전,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는 해외비자금 조성혐의로 CJ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사진: 연합뉴스]

    21일, 서울 남산 중턱에 있는 CJ그룹 본사 사옥에 검찰 수사관 20여 명이 들이닥쳤다.
    검찰 수사관들은 그룹 주요 사무실로 들어가 직원들을 내보낸 뒤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혐의는 [해외 비자금 조성]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CJ그룹이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 70억 원을
    국내로 들여와 사용한 정황이 있어 그룹 본사 사옥 등
    주요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을 하기 전에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CJ그룹의 해외 비자금 조성과 국내 유입 정황이 담긴 자료를 넘겨받아
    정밀 분석을 시작했다고 한다.

    <금융정보분석원>은 2010년 무렵부터 CJ그룹이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을 사용하고 있는
    단서를 포착했고, 이 돈이 해외 계좌에서 흘러들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자금이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인지,
    조세 포탈을 목적으로 해외에 빼돌린 돈의 일부인지를 조사 중이라고 한다.

    검찰은 일부 언론과의 대화에서 “자금 흐름과 사용처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면서
    추가 비자금이 있는지 등도 조사 중이라고 발혔다.

    검찰이 CJ그룹 본사 사옥 등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시작하자
    CJ 관계자들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지금 20여 명의 검찰 관계자들이 사옥으로 와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조사 중이다.
    한 마디로 [탈탈 털리는] 분위기다. 우리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한편 언론과 재계는 검찰의 이번 CJ그룹 [해외 비자금 수사]가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재벌 압수수색이라는 점에서 [재벌 군기잡기의 신호탄]이 아닌가
    보고 있다.

    일부 언론은 검찰의 CJ그룹 압수수색을 2007년 12월 경찰의 첩보 입수로 불거진
    <이재현 회장 비자금 사건>과 연결해 해설하고 있다.

    당시 CJ그룹 핵심인사의 추천을 받아 자금관리팀장이 됐던 이 모 씨가
    조폭에게 수십 억 원을 맡겼다 모두 잃게 되자 다른 조폭을 동원해 청부살인을 시도했다는
    사건이다. 이 씨는 2008년 1월 살인청부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이 씨의 재판 과정에서 “CJ비자금이 530억 원대”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CJ그룹 비자금] 이야기도 함께 사라졌다.

    어떤 언론은 이번 [CJ그룹 비자금]을 <서미 갤러리>와 연결짓기도 한다.
    최근 CJ그룹이 <홍송원> 서미 갤러리 대표를 통해
    해외 미술품 1,400억 원 어치를 사들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 ▲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버진 아일랜드'의 위치. 카리브해 섬나라들은 조세피난처로 유명하다. 국내 재벌들도 다수 이런 곳을 이용하고 있다.
    ▲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버진 아일랜드'의 위치. 카리브해 섬나라들은 조세피난처로 유명하다. 국내 재벌들도 다수 이런 곳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추정보다는 [조세피난처(Tax Heaven)]에 [비자금]을 묻어놨던
    [70명의 한국인] 중 하나가 CJ그룹이 아닌가 하는 주장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수 년 동안의 노력 끝에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비자금]을 숨겨놓은 인물들의 명단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명단 중 우리나라 사람의 수는 70명으로 세계 3번째였다고 한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에서는 입수한 명단을 주요 국가 정부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가 명단을 입수했고, 우리나라는 미국의 협조를 얻어
    한국인 명단을 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재미 저널리스트] 안치용 씨가 몇 년 전부터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를 통해
    N사, H사 등 일부 재벌기업들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던 사실을
    이미 美공문서를 통해 공개한 적도 있어서다.



  • 만약 <금융정보분석원>이 3년 동안 추적하던 [재벌 오너들]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입수한 명단에서도 중복돼 나타났다면,
    CJ그룹 압수수색은 [재벌의 해외비자금 수사]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뜻이 된다.

    한편 CJ그룹의 현재 상황은 [설상가상]이다.

    최근 CJ E&M이 운영하는 채널 <tvN>의 프로그램 문제로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회장으로부터 5억 원대의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데 이어,
    어버이연합이 연이어 본사 사옥 앞에서 시위 중이다.

    이럴 때 [해외 비자금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았으니 CJ그룹에게는
    한동안 힘겨운 시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