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신한 모스크바 스파이 사건을
    너무나 차분하게 다루는 미국 언론

    한국의 국정원 직원이 만약 이런 식으로 붙잡혔다면
    우리 언론은 어떻게 보도하였을까?
    기자들은,
    국정원장이 국격(國格)을 떨어뜨렸다고 대공세를 펼 것이다.

    趙甲濟    


  • 지난 주(週) 모스크바에선,
    미국의 CIA 직원 라이언 C. 포글(미국 대사관 직원으로 위장)이
    러시아의 방첩기관 직원을 포섭하려다가 현장에서 체포되어 추방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러시아 당국은 미리 함정을 파고 기다리다가 포글을 체포하였는데,
    이 장면을 찍어 공개까지 하였다.
    포글은 가발과 나침반, 칼, 선글라스를 갖고 있다가 압수되었다.
    러시아 정보기관은 포글이 포섭대상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만나면 10만 달러를 주겠다"고 말하는 것까지 녹음하여 親정부 방송사에 넘겨 공개하도록 했다.
     
    CIA답지 않는 너무나 서툰 공작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사건을 보도하는 미국 언론의 태도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15일 기사에서,
    [러시아 정부가 이 사건의 확대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보도하면서,
    [체포 장면을 공개한 것은 국내 정치용이고 3년 전 미국이 미국인으로 위장하여 살고 있는 러시아 첩보원 10명을 체포한 데 대한 보복인 듯하다]고 분석하였다.
     
    포글이 나침반과 가발 및 지도를 갖고 있다가 잡힌 데 대하여,
    이 신문은 "모스크바엔 곳곳에 CCTV가 있고, 전자 추적을 피하려면 나침반과 지도가 유리하다"고 해명해주었다.
     
    한국의 국정원 직원이 만약 이런 식으로 붙잡혔다면, 우리 언론은 어떻게 보도하였을까?

    기자들은, 국정원장이 국격(國格)을 떨어뜨렸다고 대공세를 펼 것이다.
    대통령 사과도 요구할 것이다.
    미국 경찰이 윤창중 전 대통령 대변인을 경범죄 혐의로 수사하는 데 불만을 품고 중범죄로 다뤄야 한다는 식의 보도를 하는 기자들도 있으니까.
     
    미국 언론이 냉정하게 다루니 모스크바 스파이 사건은 미국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CIA 부장을 문책해야 한다는 미국 언론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사실과 함께 국익(國益)을 생각하는 미국 언론과,
    선동으로 자해적(自害的) 보도를 서슴지 않는 한국 언론이 비교된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