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정세 긴장 속에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추진 방향을 두고 각국 전문가들이 29일 다양한 조언을 내놓았다.

    외교부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주최한 '21세기 전략적 사고와 신정부 외교비전' 국제회의에서는 북한과 이른바 '부정적 신뢰'(negative trust)를 쌓을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일단 한국은 북한과 최소한의 부정적 신뢰를 쌓아가는 것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정적 신뢰'는 부정적인 면에서라도 예측 가능한 관계를 맺는 것을 뜻한다. 가령 북측이 자기네 잘못에 대해 우리가 보복 등의 부정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게 되는 것을 통해서도 남북간에 예측가능성, 일종의 신뢰가 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 부원장은 "최소의 부정적 신뢰를 위해서는 한국이 북 도발시 보복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면서 (이와 관련된) 의지와 결정을 북한에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며 "이와 동시에 긍정적 신뢰 구축을 위한 절차도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지금도 진행 중이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며 "상대(북한)의 잘못한 행동에는 확실히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점은 '부정적 신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비서관은 "개성공단 문제는 분명히 북한이 잘못 한 것이기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당장 해결을 위해 양보할 수는 없다"며 "약속을 지켜야만 관계가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서로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신뢰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과 신뢰를 구축하려면 ▲ 약속을 통한 신뢰 쌓기 ▲ 서로의 이익을 찾아 교환 ▲ 이익 교환을 통한 신뢰 기초 작업이 끝나면 제도화하는 3단계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에는 북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한미가 제공할 때에만 신뢰가 구축된다"며 "북한은 비핵화가 아닌 핵합의, 체제안보가 아닌 체제보장을 원하지만 미국이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것이 딜레마"라고 말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 신뢰 기반이 부재한 북한과 신뢰 구축 ▲ 북한 '병진' 전략을 '공진'(coexistence) 전략으로 변화 유도 ▲ 각국의 출구전략을 반영할 향후 협상단계 주도를 정부의 대북정책 과제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