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中, 북한 핵문제 공동해결 합의”

     

  • 미국과 중국이 북한 핵문제 공동해결 원칙에 합의했다.
    중국이 북의 뒷전에 서서 “모든 관련국들은 자제하라...”며 마치 구경꾼 같은 노릇이나 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이제부터는 미국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해결사 노릇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을까?

    우선 중국은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미-북이 직접대화를 하는 방식을 제시할 것이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 역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 “6자 회담이든, 미-북 직접대화든...”이라고 말함으로써, 그런 방식을 수용할 뜻을 비쳤다.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도 미-북 직접대화다.
    그래서 이번의 미-중 합의는 미-북 직접대화로 가는 발단을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북 직접회담에서 한국은 물론 빠진다.
    한국은 휴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일단 미-북 직접대화가 열린다고 가정할 때, 북이 들고 나올 어젠다가 무엇일지는 뻔하다.
    바로 미-북 평화협정 논의다.
    이것만 되면 남한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은 미국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의 핵무장은 자주권에 속한다.
    핵 폐기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와 평화협정만 맺으면 당신들이 우리한테 우려할 게 뭐 있나?”


    이에 대해 미국은 어떻게 나올까?

    “한반도 비핵화 원칙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평화협정도 논의하고 대규모 지원도 해 주겠다”


    그러면 북은 또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걸 요구하기 전에,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을 걷고,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남북한을 중립적인 위치에서 대하라.”


    중국은 제3자 아닌 북의 지원군 노릇을 하며, 미국이 북의 그런 요구에 호응하라고 압박할 것이다.

    “당신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비핵화 하나 아닌가?”


    이 과정에서 미국 안에서도 “미-북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하는 도리밖에 달리 무슨 수가 있느냐?”는 여론이 고개를 들 것이다.
    그리고 “북한 핵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만 없도록 하자”는 여론도 일 것이다.

    그러면서 남북 사이에는 6. 15선언과 10. 4 합의 이행문제를 위한 접촉이 국제적인 입김 하에서 추진될 것이다.
    남북 사이에서는,
    [우리 돈 갖다 주기],
    [국보법 폐지],
    “존엄한 우리체제에 신성모독을 하지 말라”
    “반북(反北)소동을 그만두고 반북 언론을 손 봐라”
    “자주적인 통일원칙, 남북 연방제 통일원칙을 수용하라”는 게
    북이 들이밀 중장기적인 어젠다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과히 밝지 않은 시나리오다.
    이보다 한결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낙관적일 수 없다.
    미국의 가장 심각하고도 막중한 관심사항은 한반도 비핵화,
    그게 아니라면 북의 핵확산 억지(抑止) 정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응은?
    미-북 직접대화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이 있다 해도 북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인식,[북이 말하는 ‘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화가 아니라는 인식,
    그들의 [대화]는 총(銃) 대신 말로 항복을 받아내자는 꼼수라는 인식,
    그 꼼수를 통해 남남갈등을 유발하자는 전술이라는 인식,
    그들이 말하는 [연방제 통일]은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의 전단계라는 인식을 다시 한 번 투철하게 상기하는 게 우선 필요하다.

    앞으로 올 강대국 관리 하의 대화국면에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능숙하게 대처할지는 미지수다.

    걱정하는 것은 [겉멋주의]다.
    우리 사회에는, 그리고 정책당국자 중에도, [겉멋] 취미에 들린 사람들이 꽤 있다.
    어떤 [겉멋]인가?
    우리가,
    북을 돈으로,
    회담으로,
    합작 프로젝트로 능히 변화시킬 수 있다고 낙관하면서,
    이벤트성(性) 사업을 자꾸 벌이고 싶어 하는 [호사](好事) 취미가 바로 그것이다.

    북은 우리가 무슨 재주를 부려도 변하지 않는다.
    왜?
    우리가 바라는 대로 북이 변하면,
    그들의 신성불가침의 [천황제] 폭압체제가 흐물흐물 녹아버릴 것이라고 그들은 걱정하기 때문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