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협정체결하라고’? 이 어인 생뚱!

    김정은 일당과 敵들은 대한민국 파괴공작에 광분하는데...

    지난 3월 초 어느 날 서울 성수동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길 건너편에 현수막 하나가 걸렸다.
    ‘평화협정체결하라, 전쟁훈련이 아니라 대화!’ 글귀가 적힌 가로 5, 6미터 크기의 현수막이었다. 통합진보당이라 찍혀 있었다. 아마 이 지역 내 통합진보당이 3월11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을 반대하며 내 건 것으로 보였다.

    현수막이 걸린 근처에 사무실이 위치한 관계로 자주 보는 현상이지만 선거철이면 말할 나위 없고, 평상시나 특별한 의미가 내포된 시기라도 있을 때면 근처는 각 정당이나 재향군인회, 그리고 보수단체에서 내건 현수막들이 눈길을 끈다.

    그 날도 마찬가지지만 통합진보당은 이전에도 같은 자리, 같은 위치에 수시 현수막을 내걸곤 했다. 그런데 이날 통합진보당의 현수막이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당이 추구하는 노선 상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도 시선이 더 가게 한 것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2월12일 중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경고와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에 유엔 안보리가 강력 규탄하면서 유엔헌장 7장 41조에 따라 제재 범위와 강도를 한층 강화한 새로운 제재 결의 2094호(2013)를 3월8일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하자 김정은 집단은 미국과 유엔을 상대로 특유의 본색, 깡패근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한미 군 당국의 연례적인 훈련을 트집 잡으면서 연평도 포격도발을 자행한 김정은이 서해 연평도 포격도발 부대를 방문했다. ‘작전 지침’을 하달하며 ‘국가급 훈련’으로 무력시위 위협하더니 ‘핵 불바다’ ‘제2조선 전쟁’ ‘대한민국 최종 파괴’ 등 도저히 한민족이라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섬뜩한 발언으로 도배하며 대한민국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적(敵)들은 털끝만치도 대한민국을 생각지 않고 파괴공작에 광분하고 있는데, 정작 적에게 분노의 화살을 쏴야할 대한민국의 공당(公黨)은 태평세월, 태평성대를 논하는 듯 ‘평화협정을 체결하란다’, 자위적 차원의 통상 훈련을 ‘전쟁훈련’이라며 ‘전쟁훈련 하지 말란다’. 적도(賊徒)들은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것 같은 기세로 칼날을 들이대며 눈알을 희번덕이는데, 어떤 자들은 ‘대화’ 하라고 말발을 세운다’. 누가 대화를 싫어해서 안하고, 평화를 원치 않아 대결의 장에 서는 것인가? 1945년 이래 6․25남침전쟁을 벌여 국토를 유린하고 국민을 수렁으로 빠뜨렸으며 숱한 도발만행과 위협으로 불안의 그늘을 드리우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양의 탈을 쓴 늑대의 편에 서서 미소 지으며 부추기는 건 누구인가? 어찌 쓴웃음이 돌지 않겠는가. 

    현수막이 걸린 성수동 4거리는 우리나라 보수단체의 맞형 격인 재향군인회 본부가 위치하고 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제재조치를 발표한데 이어 사회 분위기가 들끓으면서 재향군인회 또한 북한을 강도 높게 규탄하는 입장의 언론 발표와 광고 성명, 규탄기자회견으로 단계별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런 즈음에서 국민의 보편적 눈높이와는 전혀 다른 생경한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으니 어찌 생뚱맞지 않겠는가?

    ‘대한민국 최종 파괴’를 논하며 으름장 놓는 평양의 적(摘)들은 핵을 무기로 ‘정전협정 백지화’ ‘서울과 워싱턴 핵 불바다’ 등 듣기에도 소름끼치는 용어로 우리 국민을 볼모 삼으려 하는데, 정작 대한민국 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 공당(公黨) 통합진보당은 ‘평화협정 체결하라’고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북한 주장의 답습이다. 북한은 지난 1월 14일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며 유엔군사령부(UNC)의 해체를 촉구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는가? 이는 6.25전쟁을 종식하고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들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협정이다. 그러면 유엔군사령부는 해체되고 주한미군도 철수해야 한다. 평화협정 체결과 유엔사 해체는 한반도 적화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런 음모를 알기에 한미 양국이 응하지 않는 것이다.

    ‘키 리졸브’ 훈련이 시작된 지난 11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당국은 한미연합 키리졸브 군사연습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논의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날 기자회견장에는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 한국진보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참여연대 관계자 등 이 참석해 ‘평화’를 합창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고 한반도를 항구적 평화 상태로 전환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 평화협정 논의"라고도 했다.

    김일성, 김정일을 비롯해 스탈린, 히틀러, 무솔리니, 피노체트, 폴포트, 트루히요와 셀라시에, 무바라크,  카스트로, 차우세스쿠와 카다피. 시대를 석권한 희대의 독재자나 전쟁광들을 제외하고 평화를 바라지 않는 이가 얼마나 될까?

    인간의 천부(天賦) 인권과 평화를 파괴하는 어떤 행위도 정당화되거나 미화,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불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바라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으며, 부정할 이 또한 얼마이겠는가?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 서로의 합의와 합당한 의견 조율, 필요충분조건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것임도 필수적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성수동 4거리에 내걸렸던 그 현수막은 19일 아침 출근길에 보이지 않았다.

    이현오(객원기자 /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