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용 “몇 년 만이라도 한미연합훈련 중단하면 미국과 전 세계에 새로운 기회 생길 것”
  • ▲ 지난 23일(현지시간) 美AP통신과 단독 인터뷰를 가진, 리수용 北외무상의 모습.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3일(현지시간) 美AP통신과 단독 인터뷰를 가진, 리수용 北외무상의 모습.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파리기후협약 서명’을 이유로 미국을 방문 중인 리수용 北외무상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한다면 우리도 핵실험을 중단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리수용 北외무상은 지난 23일(현지시간) 美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서 美AP통신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국과 미국을 향해 “조선 반도에서의 핵전쟁 연습을 중단하라”면서 이런 주장을 폈다고 美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리수용 北외무상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계속 대결 구도를 유지한다면 한미 양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재앙이 되는 결말이 올 것”이라면서 “美정부에게 북한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폐기하고, 이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조선 반도에서의 전쟁연습을 중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으로 핵실험 중단을 내세웠다.

    리수용 北외무상은 또한 “(북한과 미국이 적대시하는 정책을 중단하고 한미군사훈련이 몇 년 동안 중단된다면)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도 새로운 기회들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리수용 北외무상은 뿐만 아니라 “미국의 조선 적대시 정책 때문에 북한은 어쩔 수 없이 핵무기를 개발했다”며 기존 북한 김정은 집단의 주장을 반복해서 설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2270호와 한국, 미국, 일본, EU의 독자 대북제재로 북한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며 북한 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리수용 北외무상은 “만약 우리 공화국을 제재로 좌절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완전한 오판”이라면서 “우리 조선과 같은 작은 나라는 미국과 전 세계에 위협이 안 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리수용 北외무상이 美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놓은 말은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들이 줄기차게 반복해 주장하는 내용들을 짜깁기한 것이다.

    리수용 北외무상이 인터뷰에서 ‘美-北 평화협정 체결’을 이야기하지 않고 “수 년 동안이라도 한반도에서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해 달라”고 말하는 것은, 북한이 지난 60년 동안 한국을 향해 내놨던 ‘한 발 밀어 넣기’ 협상 전략의 변형으로 보인다.

    즉, 현재 ‘재정절벽’을 겪고 있고, 2016년 11월 대선으로 소란스러운 美정부에 한국이 절대 반대하는 ‘북한과의 평화협정’보다 수위가 낮은 제안을 한 뒤, 이 목표가 달성되면 요구 조건의 수위를 서서히 올려가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 김정은 집단의 ‘잔꾀’에 속아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의 ‘리수용 인터뷰’가 나온 뒤 한미 양국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의 핵실험과 한미연합훈련은 당연히 연계 불가능한 사안”이라는 입장이 다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美국무부의 캐티나 애담스 동아태국 대변인은 리수용 北외무상의 인터뷰가 전해진 직후 논평을 통해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과 궤변을 더 이상 삼가하고, 국제사회의 요구와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이나 취하라"며 일침을 가했다.

    한국 일각에서는 존 케리 국무장관 등 美정부는 “만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리수용 北외무상이 미국 뉴욕을 찾은 것은 현재의 대북제재가 그만큼 북한 김정은 집단의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