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조, 한국협동조합연대 이사 인터뷰박 시장, ‘협동조합 도시 서울’ 선언..볼로냐 사례, 무늬만 벤치마킹?좌편향 협동조합, 선거조직화 의혹..시민사회 우려 쏟아져
  • ▲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볼로냐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볼로냐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한국의 수도 서울은 인구 천만이 넘는 ‘국제도시’다.
    그런 도시가, 밑으로부터의 자생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협동조합 도시]를 만들겠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협동조합연대> 임헌조 이사가 얼마 전 만난 외국의 한 지인이 자신에게 던진 물음이라며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100년에서 150년, 긴 풀뿌리 협동조합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럽과 달리, [협동조합]이란 용어 자체가 낯선 서울시가, 무엇 때문에 [협동조합]에 목을 매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협동조합의 ‘상징’인 이탈리아 볼로냐 보다 경제규모가 10배 이상 크고, 이미 국제도시로서의 위상과 인프라를 갖춘 서울이, 갑자기 [협동조합]에 ‘올인’을 한다면, 시가 가진 국제도시로서의 경쟁력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특히 시가 추진하는 협동조합의 실체가 [반(反) 시장적]이거나 심지어 시장에 [적대적]이라면,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 갈 것이란 ‘경고’의 뜻도 포함돼 있다.

    지인의 말을 소개한 임 이사는 [박원순 시장이 추진하는 협동조합 정책]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그는 아래가 아닌 위로부터, 자생이 아닌 관 주도의, 자연스런 발전이 아닌 인위적인 생태계 조성에 시가 역량을 집중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시장과의 경쟁 속에서 검증을 거치고, 적응력을 키운 [친 시장적] 협동조합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도외시한 채, 협동조합의 [무늬]만을 지닌, 자신을 위한 [전위부대]를 양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가 추진하는 협동조합 정책]에 박 시장의 친위부대나 다름 없는 <아름다운가게>와 <희망제작소> 출신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고 전했다.

    내년 6월에 있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언한 박 시장이, [우후죽순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협동조합]을 어떤 식으로든 선거에 이용할 것이란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협동조합]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는 기본적 인식이 무엇인지 확실히 밝혀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지난해 11월 박원순 시장은 이탈리아 북부의 고도(古都) 볼로냐를 이틀간 방문했다.

    전 세계 [협동조합의 산실]이라 불리는 볼로냐는 협동조합을 통한 경제규모가 지역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국내외에서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누구든 ‘볼로냐’를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이 도시는 협동조합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박 시장은 볼로냐 체류 중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소비자 협동조합인 <코프 아드리아티카>와 <레가코프>를 방문했다.

    민관이 힘을 합친 보육 협동조합 <카디아이>(CADIAI)도 둘러봤다.

    박 시장은 볼로냐의 협동조합의 생태계 전반을 두루 살피면서 자신이 구상하는 [협동조합 도시 서울]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비르지니오 메롤라 볼로냐시장과 만나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대화를 나누는 한편, 협동조합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자마니 교수와 토론회도 가졌다.


    귀국 후 박 시장은 [10년 안에 8,000개의 협동조합을 만들겠다]는 청사진과 함께, 직간접적인 재정지원을 비롯한 적극적인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협동조합 지원을 위한 시의 행보]는 빨랐다.

    강남과 강북에 [협동조합 상담지원센터]를 만들었고, 여기에 발 맞춰 서울시의회는 [협동조원 지원의 근거를 담은 조례]를 의결했다.

    박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각별한 관심 속에서 서울은 국내 협동조합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실제 서울은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협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3월 13일 현재, 서울시가 신고·수리(인가)한 협동조합은 137개에 달한다.
    법령 제정 후 불과 100일 사이에 얻은 성과다.


    [협동조합 도시 서울]로 집약할 수 있는 박 시장의 [볼로냐 구상]은 시가 속속 내놓는 세부 실천 방안 속에서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과 안정행정부가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마을기업 정책은 서울을 협동조합 도시를 만들려는 박 시장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지원을 명문화한 기본법]과, [협동조합과 연계할 수 있는 마을기업]은, 박 시장이 협동조합을 활성화 하는데 가장 확실한 우군이다.


    그러나 박 시장의 행보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눈길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우려는 서울시가 육성하는 협동조합의 [좌편향화]이다.

    협동조합기본법과 마을기업 지침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좌편향] 협동조합에 [합법적으로 혈세를 쏟아 붓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임 이사는, 서울시로부터 인가를 받은 협동조합 중에는 좌편향적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곳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임 이사는 [반 시장적] 성향을 드러내는 [사회주의적] 조직에, 협동조합의 [외피]만을 두른다면, 좌편향적 의식과 사고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협동조합 본래의 취지를 망각한 채, [깡통진보] 성향 세력의 [전진기지][교두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협동조합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이 어떤 생각과 인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협동조합의 실체]가 달라진다.

    협동조합 실무를 지도하는 강사와 교재, 교육콘텐츠가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협동조합]이 만들어 진다.
        - 임헌조 이사


    [협동조합을 정치적 조직화하려는 움직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미 1년 전부터 [협동조합]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교육을 당원들에게 실시했다.

    실제 야권에서는 [협동조합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협동조합]이 자본주의의 대안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시장의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현재 볼로냐의 성공한 협동조합들은 모두 친 시장적이다.
    시장을 인정하고 시장 속에서 경쟁을 통해, 검증된 협동조합만이 본래의 취지를 살린다.

    그런데 관이 조합의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만든다면, 역으로 시장의 기능을 교란시키고 국가경쟁력을 해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 임헌조 이사


    현재 서울시는 [마을기업형 협동조합]에 사업비를 직접 지원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마을기업]으로 지정을 받아, 사업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관할 구청과 서울시의 선정 외에도 행안부의 지정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마을기업형 협동조합]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마을기업의 바람직한 법인형태가 협동조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행안부와 협의를 마친 사항.

        - 서울시 관계자


    임 이사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좌파들이 [협동조합]을 불순하게 이용하려는 시도는 막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의 힘이다.

    국민들이 [협동조합]의 실체를 정확히 알 때, 정치권도 그 어느 누구도 [협동조합]을 악용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박원순 시장이 [협동조합]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대안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지식인들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