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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 마을공동체 활동가 거느린 빅 브라더는?

코드 맞는 마을활동가? [빅 브라더]의 하수인? 세금으로 지원해선 안 돼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2013-05-07 12:58 | 수정 2013-05-08 23:07

▲ 2011년 10월, 자신의 마을공동체 공약을 설명하는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을공동체 사업에 발 벗고 나섰다.
동네 사람들끼리 옆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알 정도의 마을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 정책이 표방하고 있는 비전이다.
일종의 원시공산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사람은 누구나 현실보다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삭막한 도시의 현실보다는,
동네 사람끼리 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마을공동체적 생활방식이 좋아 보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그러나 서울 시민들이 진정으로 그런 삶을 좋아할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만약 사람들이 정말 마을 공동체 방식으로 살고 싶어한다면,
이미 많은 마을공동체들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공동체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서울시장이 직접 나선다는 사실 자체가
현실에서는 낭만적인 공동체가 잘 만들어지지 않음을 반증해준다.
여건이 나빠서 안되는 것도 아니다.
초기에 만들어진 주상복합아파트들에는
입주민들끼리 같이 모여 밥이라도 같이 먹을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입주민들끼리 밥상공동체를 만들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아파트마다 부녀회가 결성되어 있으니,
주민들이 원하기만 하다면 얼마든지 낭만적인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이 꿈꾸는 정도의 공동체를 갖춘 아파트는 어디에도 없다.
이것은 서울 시민들이 말로는 공동체를 원해도,
행동으로는 각자의 방식대로 살기를 선택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이유는 아마도 공동체적 삶에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어도 감출수가 없는 것이 마을 공동체의 치명적 단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사람들이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면 착각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산악자전거 동호회, 마라톤동호회, 색스폰동호회, 직장밴드,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카페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중심으로 맺어진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국민의 다수가 농촌공동체에 속해 살던 50 년 전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자발적 모임들이 만들어져 있다.
그것들이 모두 공동체이다.
다만 마을공동체와는 달리,
어떤 활동으로 어느 정도의 공동생활을 할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가 있다.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지고 나면,
이웃을 얼마나 자주 볼지 어떤 방식으로 볼지는 각자가 선택할 수 없다.
각 개인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마을의 행사와 분위기에 휩쓸려야만 한다.
마을공동체는 일종의 강요된 공동체가 될 것이다.
게다가 마을공동체가 확산될수록 기존의 자발적 공동체들은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 두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기억하고 사귈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대개 원시공동체 구성원의 숫자 정도라고 한다.
마을공동체가 확산되어 사람들이 저마다 마을 사람들과 친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각자의 취향과 선택에 따라 만들어진
수많은 동호회들, 카페들, SNS 활동에 필요한 정신 에너지는 남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이해하고 나면 필자가 마을공동체 정책을 걱정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 많은 시민들에게,
마을공동체는 일종의 감시나 간섭 조직이 되어갈 것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감옥 말이다.
3천명이나 되는 마을활동가들은 [빅브라더]의 하수인들처럼 느껴지게 될 것이다.
한발짝 더 나아간다면 다음 번 대선에서 벌어질 일도 미루어 짐작해보게 된다.
그 3천명의 활동가들이 박원순 시장과 [코드]를 같이 하리라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박원순 시장, 또는 그가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는
2017년의 대선에서 이 3천명 활동가들과 그 네트워크의 뒷받침을 받게 될 것이다.
얼마나 유리한 대선 게임이 되겠는가.
여러 해에 걸쳐 정부의 돈으로 마을 사람들의 표심을 만들어 놓았을테니.
서울 공동체를 동력으로 해서,
대한민국을 거대한 좌파공동체로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공동체가 아무리 낭만적으로 보인다 해도 정부 돈으로 해서는 안된다.
지금도 원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인터넷이 발달해 있으니 인터넷으로 원하는 사람을 모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무원인 서울 시장이 나서서 공공자금으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어하는,
또 각자의 방식대로 살고 싶어하는 시민들의 삶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

서울 시민의 돈으로 박원순 진영을 위한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셈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마을공동체 운동에 반대한다.
서울 시민들도 마을공동체 정책의 본질을 파악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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