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무관 출신 안보전문가 권태환 장군 인터뷰"美, 韓日전력 보완으로 아시아서 中과 균형""中 5대 전구 개편, 한반도 유사시 개입 의도""한반도 유사시 日 후방지원…반응시간 줄여야""오키나와 주둔 美 해병대, 신속 전개 가능""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 논의, 시기상조"
  • ▲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예비역 육군 준장)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예비역 육군 준장)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일본이 2022년 '전략 3문서' 개정에 이어 최근 미일동맹 강화로 '보통국가화' 전환의 발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은 미사일 등 무기를 공동개발·생산하고 평시·유사시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양국 군 지휘 통제체제를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특히 일본은 미국의 중국 견제용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 이어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의 8개 첨단군사기술 분야(인공지능·양자컴퓨팅·사이버 안보·해저기술·극초음속 미사일)인 '필러 2'에 첫 협력국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미국의 글로벌 및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 핵심 파트너임을 재확인했다.

    국내에서는 좌파 진영을 중심으로 일본의 이러한 전력 강화 동향을 '대동아공영권' 부활 차원으로 해석하며 경계하는 시각이 여전히 상당하다. 일본에서 국방·육군 무관을 지낸 대표적인 한미일 안보협력 전문가인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은 "일본의 전력 증강은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경계론을 일축했다.

    권 회장은 미국이 2025년 전력 면에서 중국에 열세하다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전망에 주목했다. 그는 미국이 동아시아 내 자국의 전력 부족을 일본과 한국의 전력으로 보완해 중국과의 군사력 균형을 맞추고자 하며 특히 일본을 통해 미사일 전력공백을 해소하고 있다고 짚었다.

    권 회장은 "일본은 그동안 육상 자위대가 운용해온 12식 지대함유도탄을 지상·함정·항공기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사거리를 기존 200㎞에서 1000㎞ 이상으로 개량해 2026년부터 지상에 우선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며 그때까지의 미사일 전력 공백은 "사거리 약 1600㎞의 토마호크 미사일 400기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함으로써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3~6개월 내 핵 개발이 가능한 핵 잠재력(nuclear latency)을 갖춘 일본이 핵 투발 수단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능력을 우리가 활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한미일 3국 간에는 공동가이드라인과 공동작전계획(공동작계)이 부재한 실정이라는 것이 권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서울에는 2분 30초, 일본에는 7분 30초 만에 닿는다. 북한의 공격이 이뤄지고 나서야 공동작전계획을 짤 것인가"라며 "전쟁을 억제하려면 한미일 공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국민들은 한미일 공동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것만으로도 동맹인 미국, 우방인 일본에 관련된 군사적 충돌에 한국이 연루될 수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며 '한미일 협의체'(KOJUS Initiative)를 제언했다. 한반도에서는 한미동맹과 한국이, 대만해협에서는 미국과 대만이, 동중국해에서는 미일 동맹과 일본이, 남중국해에서는 미국-필리핀 동맹이 각각 주도권을 잡고 평시부터 가용자산을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대응 체제를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다만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나 한국군 투입 여부와 관련해서는 "미국조차도 중국의 대만 침공에 따른 양안 전쟁에 참전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며 "미국이 대만과 결정한 뒤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 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권 회장을 인터뷰한 뒤 22일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 ▲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미중 전력비교.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 제공
    ▲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미중 전력비교.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 제공
    다음은 권태환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미일동맹이 최근 정상회담을 계기로 '보호 동맹'에서 지역방위를 위해 글로벌 차원에서 협력하는 '투사 동맹'으로 전환됐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일본의 역할 분담 강화를 공식화했다. 미일 공동성명에 언급됐듯이 일본의 위상이 미국의 글로벌 및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 새로운 파트너로 격상됐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한 미국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일본은 인도태평양을 놓고 미일 동맹을 통해 미국과 글로벌 차원의 역할 분담을 논하지만, 한국은 한미 동맹의 역할을 한반도를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 미일 동맹을 격상한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남중국해, 대만, 동중국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대처 능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7년 전 미일 싱크탱크가 미중 군사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이 4곳을 꼽았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에 미국이 관여하고 있다. 2개의 전쟁에 관여하는 것은 이미 미국의 능력 범위 밖이다.

    물론 과거의 미국은 지구 상에서 2개 지역의 분쟁에 대처(2MRCs)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미군 전력이 제한되면서 미국은 '2개 전선 전략'에서 '1 플러스 전선 전략'(2018년 국가국방전략)으로 수정했다. 1개의 전선에 대해서는 침공을 타도하는 한편 다른 1개의 침공을 억제한다는 전략 구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외 추가 전선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개입이 제한된다. 해외 주둔병력(2023년 기준 15만6000여 명)을 통해 힘을 투사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지역의 분쟁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일 동맹의 격상은 그 공백을 일본의 군사적 역할로 대체하고자 하는 역내 군사력 변화를 의미한다."

    ▲미군의 능력이 얼마나 제한적인가.
    "2022년까지 미국 싱크탱크들이 워게임(war game)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대만을 둘러싼 미중 전쟁에서 중국이 100%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2025년 중국이 미중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는 동아시아 지역의 전력 면에서 미국에 우세하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우주, 항공, 해상에서 미국에 약간씩 우세하고 미사일 전력 측면에서 크게 앞서게 된다. 미국이 '미러 중거리핵전력조약'(INF, 2019년 8월 2일 파기)에 따라 사거리 500~5500㎞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약 1800기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우위를 갖게 됐다. 한반도 유사시 시나리오의 출발점은 미사일 도발이다. 유엔군사령부 후방 기지가 있는 일본의 지원을 미사일로 차단하는 것이 전쟁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사일 전력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미국은 한미일 전력을 통해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군사력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 과거에는 미국이 보유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을 괌에 전진 배치하거나 한국과 일본에 배치하는 방안들이 많이 논의됐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전력으로 미국의 전력을 보완하는 방안을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 미사일의 사거리와 중량을 제한했던 '한미 미사일 지침'을 2017년과 2021년 두 차례 개정했고, 일본에 미국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400기를 판매하는 계약을 올해 1월 체결한 이유다.

    미국은 특히 일본을 통해 미사일 전력 공백을 해결하고자 한다. 오는 2025~2027년 일본이 사거리 약 1600㎞의 토마호크 미사일 400기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하면 핵 투발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구미가이 히로시 전 관방장관이 '일본은 유사시 3개월 내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공언했던 사실을 기억하는가.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면서 핵무기에 전용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우라늄 연료의 농축과 사용 후 핵 연료의 재처리 권한을 얻어냈다. 그 결과 일본은 현재 핵탄두 6000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5톤을 확보했다. 핵 잠재력과 핵 투발수단을 모두 갖춘 일본의 능력을 우리가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 ▲ 2003년 3월 2일 지중해를 항해하는 미국 해군 순양함 케이프 세인트 조지(CG71)에서 함대지 순항 미사일 '토마호크'가 발사되는 모습. ⓒ미국 해군 사진/뉴시스 제공
    ▲ 2003년 3월 2일 지중해를 항해하는 미국 해군 순양함 케이프 세인트 조지(CG71)에서 함대지 순항 미사일 '토마호크'가 발사되는 모습. ⓒ미국 해군 사진/뉴시스 제공
    ▲일본은 2022년 12월 '반격능력' 보유, '5년간 방위비 2배 증액'을 골자로 전략3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를 개정해 '보통국가화', 즉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전환했다.
    "일본은 지난 70년간 유지해온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헌법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적 기지 공격 능력'이라는 용어를 '반격 능력'으로 바꿨다. 적으로부터 핵 미사일 공격을 받은 뒤에야 사후 대처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공격 징후가 있거나 예상될 때 적의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런데 반격 능력을 갖추려면 먼저 장거리 미사일 등 타격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일본이 12식 지대함미사일과 미국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차세대 장거리 미사일 등 장사정 미사일 무기체계를 도입할 계획을 세운 배경이기도 하다. 일본은 그동안 육상 자위대가 운용해온 12식 지대함유도탄을 지상·함정·항공기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사거리를 기존 200㎞에서 1000㎞ 이상으로 개량해 2026년부터 지상에 우선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12식 지대함유도탄 사거리를 개량해 늘릴 때까지 미사일 전력 공백은 어떻게 해결하나.
    "사거리 1600㎞에 달하는 토마호크 400기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한다. 토마호크는 수상함과 잠수함에 탑재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지상·해상·수중·항공·해상 등 모든 면에서 사거리 1000㎞ 이상의 장사정 미사일 1000기를 2027년까지 확보하고, 토마호크 400기를 확보한다. 이렇게 미국 미사일 전력의 공백을 일본이 1400기로 메꿔주는 형태가 된다. 한반도 방어와 전쟁 억제 측면에서 한미동맹이 열세한 미사일 측면을 일본 전력으로 보완할 수 있다."

    ▲일본의 전력으로 보완해도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중국에 열세인가.
    "아니다. 미국이 중국과 대만에서 충돌하면 미국이 승리한다는 결과가 2023년 1월 나왔다. 당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다음 전쟁의 첫 전투'(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라는 제목의 시뮬레이션 보고서를 공개했다. 2026년에 중국 해군이 수륙양용으로 대만을 침공하는 워게임을 24개 시나리오를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중국의 대만 점령은 실패하지만, 미국과 중국 모두 막대한 피해를 본다는 내용이다. 미 해군은 2척의 항모와 10~20척의 대형 전함을 잃고 전쟁 시작 3주 만에 3200명의 미군이 전사한다. 중국은 해군이 궤멸하고 1만 명이 전사하고 전쟁포로 수만 명이 발생하며 155대의 전투기와 138척의 주요 전함을 잃는다. 일본 역시 주일미군 기지가 공격 받아 전투기 100대 이상, 전함 26척을 잃을 수 있다. 앞서 다른 싱크탱크들의 보고서와 달리 미국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일본의 개입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강행에 반발한 중국 인민해방군이 2022년 8월 4일 정오부터 7일 낮 12시까지 대만섬 주위 6개 해공역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뉴시스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강행에 반발한 중국 인민해방군이 2022년 8월 4일 정오부터 7일 낮 12시까지 대만섬 주위 6개 해공역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뉴시스
    ▲일본이 굳이 큰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대만 문제에 관여하겠는가.
    "2022년 8월 중국의 대만 침공훈련을 계기로 일본 국민들은 '대만의 유사가 일본의 유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당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주변 해역에 총 11발의 둥펑(東風·DF) 계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런데 DF 탄도미사일 11발 가운데 5발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2022년 11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늘리기로 했다.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에 마이너스가 될 결정을 한 것이다. 대만해협에 실질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당연히 중국이 미국의 대만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해상을 차단할 것이고, 이에 따라 일본도 자연스럽게 전장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만 유사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을 대만에 투입해야 하는지를 놓고 이견이 분분하다.
    "미국조차도 중국의 대만 침공에 따른 양안 전쟁에 참전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이 대만과 결정한 뒤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 우리에게는 당연히 한반도 안보가 가장 중요하다. 주한미군의 구호는 오늘 밤이라도 당장 전투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의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다. 대만 문제와 달리 한반도 문제는 상시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대만 유사가 일본 유사'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대만 유사가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관점에서 상정해야 하며 역내 안정과 해상교통로 보호 차원에서도 일본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 ▲ ⓒ주재우 경희대 교수의 저서 '불통의 중국몽' 발췌
    ▲ ⓒ주재우 경희대 교수의 저서 '불통의 중국몽' 발췌
    ▲대만 문제가 아니더라도 한중 간에는 군사적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존한다. 
    "2016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육군을 기존의 7대 군구(軍區)에서 동, 서, 남, 북, 중부 지역을 관장하는 5개 전구(戰區)로 공식 개편하면서 중국 변수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급격히 커졌다. 북중 접경지역을 관할하는 북부전구에 옛 선양(瀋陽)군구 전체 권역과 베이징(北京) 군구와 지난(濟南) 군구 일부와 산둥반도까지 배속시켰다. 바다를 끼고 멀리 떨어져 있고 한반도를 향해 돌출된 산둥반도를 북부전구에 편입시킴으로써 한반도 유사시 개입 태세를 갖춘 것이다. 특히 산둥반도에는 중국의 모든 핵잠수함과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을 운영하는 전략기지인 북해함대(NSF)와 중국의 가장 중요한 부대인 로켓군이 배치돼 있다. 중국군의 체제 개편은 한반도 안보에 많은 영향을 준다."
  • ▲ 자위대 배치현황.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 제공
    ▲ 자위대 배치현황.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 제공
    ▲중국은 해상민병이나 민간 무장어선을 동원해 해상에서 '회색지대 전술'을 펼치고 있다. 정규군이 아니라 우리 군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중국 함정과 전투기 등은 1년 365일 대만해협을 지나고 있고, 중국 해경은 1년 중 330일 이상을 동중국해의 센카쿠열도 주변을 순시하고 있다. 센카쿠열도는 무인도라 중국 해경이 진입하면 중국의 영토가 될 수 있다. 중국 해군 소속인 해경이 핵을 동원해 일본을 위협할 수도 있다. 2015년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의 핵심 키워드는 평시부터 빈틈없이 대처하는 것이었다. 해상자위대는 일본 해상보안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센카쿠열도에서 평시에도 군사적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이 우발적인 충돌을 가장한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국은 자국의 가짜 어선(해상민병대)을 스스로 파괴한 뒤 그 책임을 대만에 돌리는 방식으로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한반도에도 그런 식의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인지전은 전략적인 의사 결정을 마비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실제 전쟁 도발이 시작돼도 도발인지를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도발하는 것처럼 평시 내내 도발하면 사람들이 위협이라고 인식하겠는가. 평시의 회색지대 도발이 바로 유사 사태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동중국해·남중국해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에서는 백령도와 연평도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지역이 몇 군데 있다."

    ▲한반도 해·공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출 방안은 없나.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해·공역 위기관리 대응태세를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 해·공역에서는 제1·2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과 같이 남북 충돌 사례도 있었다. 회색지대 전술을 쓸 가능성이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 공동훈련(함정, 항공기)을 늘리는 추세다.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돼 이해관계까지 상충한다. 양자협정에 의존하면 중국과 러시아에 군사적 침범의 빌미를 줄 수 있다.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이 참가하는 다자안보대화를 신설하고 협정을 체결해 해·공역에서 우발적 무력충돌과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 2014년 4월 아세안, 중국, 일본 등 21개국이 '서태평양 심포지움'에서 승인한 '해상에서 우발적 충돌 시 행동 기준'(CUSE, The Code for Unplanned Encounters at Sea)이 좋은 사례다."
  • ▲ 주일미군 기지 현황. ⓒ일본 외무성 제공
    ▲ 주일미군 기지 현황. ⓒ일본 외무성 제공
    ▲한미 안보협력은 물론이고 한일 안보협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일본에는 요코스카(해군), 요코다(공군), 캠프 자마(육군), 사세보(해군), 가데나(공군), 화이트비치(해군), 후텐마(해병대) 등 7개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다. 한반도에 유사 상황이 벌어지는 등 일본 주변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일본은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따라 신속 대응 전력을 보내고 군수물자를 지원하는 등 미군을 후방 지원한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은 한국전 당시 16개 유엔 참전국에 대한 후방지원도 가능하도록 2015년 관련 안보 법제를 정비했고, 작전계획을 수립해 훈련하고 있다. 한국군, 미군, 일본 자위대, 16개 참전국은 한국 유사시를 대비해 미일 공동작전계획과 한미연합작전계획에 따라 훈련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16개 참전국 전력이 일본 내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한반도에 전개되기까지 반응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우려해왔다."
  • ▲ 경항공모함 운용 개념.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 제공
    ▲ 경항공모함 운용 개념.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 제공
    ▲한반도 유사시 반응시간을 줄일 방안이 있는가.
    "일본에서는 경항모를 운용하는 방안이 거론돼왔다. 경항모 자체는 크게 위협적이진 않지만, 반응시간을 단축해 평시에서 전시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동해상에 항모를 띄우고 전투기를 발진시키면 바로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첫 항모인 1호 랴오닝함과 2호 산둥함, 최초의 사출형이자 3번째인 푸젠함 등 3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4번째 항모를 건조 중이다. 현재 요코스카에서 운용하는 7함대 전력이 마게시마(馬毛島)섬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일본 경항모가 동시에 운용된다면 동중국해의 항모전력 분야에서 대중국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일본은 내년이나 내후년이면 경항모 3척을 운영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춘다. 이미 10년 전에 앞으로 중국 항모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정세 판단 덕분이다. 일본은 이즈모급 호위함 갑판을 개조하고, 최신예 단거리이륙·수직착륙(STOVL) 스텔스 전투기인 F-35B 42기를 도입해 본격적인 경항모 운용이 가능하도록 태세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방위력정비계획에 따라 F-35B 42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이 완료되는 2027년쯤에는 경항모 2~3척 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 ▲ 마게시마섬의 전략적 운용.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 제공(위키피디아)
    ▲ 마게시마섬의 전략적 운용.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 제공(위키피디아)
    ▲일본이 설치할 예정인 '자위대 마게시마 기지'를 일본판 '반접근·지역거부 전략'(A2/AD)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경항모 운용방안에서 마게시마섬이 왜 중요한가.
    "일본 정부는 지난 2019년 11월 규슈와 오키나와 사이에 있는 무인도 마게시마를 160억 엔(당시 약 1511억 원)에 매입해 국유화했다. 미 항공모함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함재기 이착륙훈련(Field Carrier Landing Practice, FCLP)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FCLP는 항공모함 착륙 시 직면하는 상황과 유사한 형태의 조건을 만든 지상훈련시설이다. 현재 미 항모에 탑재하는 함재기를 야마구치현의 이와쿠니 기지에 배치하고 있고, 제3해병원정군(Ⅲ MEF)의 해병항공전력인 F-35B도 이와쿠니에 배치돼 있다. 이와 멀지 않은 지역에서의 훈련시설로서 마게시마가 적격으로 선정된 것이다. 방위성은 마게시마섬에 항만(항모 가능)과 항모탑재기 이착륙장 운용이 가능(미일 공동사용)하도록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평시에 독자적으로 중국에 대응할 수 없으므로 미일 동맹을 강화했다. 준비 태세를 갖추려면 평시부터 미국과 점검해 전투 반응 시간을 단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 ▲ 오키나와섬의 전략적 유용성.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 제공
    ▲ 오키나와섬의 전략적 유용성.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 제공
    ▲그밖에 한반도 유사시 중요한 역할을 할 주일미군 기지를 꼽는다면?
    "오키나와 기지다. 남서제도의 거의 중앙에 있고 일본 해상교통로에 가까운 오키나와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한반도나 대만해협과 같이 일본의 안전보장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적인 분쟁 발생지역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다. 잠재적 분쟁지역에 신속하게 부대를 파견할 수 있는 거리에 있으면서 쓸데없이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지 않고 부대 방호상으로도 너무 가깝지 않은 일정한 거리를 둘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주변국에서 보면 대륙에서 태평양으로 접근하든, 태평양에서 대륙으로의 접근을 거부하든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오키나와에는 뛰어난 즉응성과 기동성을 지니고 무력 분쟁에서 자연재해에 이르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임무에 대응할 수 있는 미 해병대가 주둔하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해병대는 훈련·전개 시에는 사령부, 육상, 항공, 후방지원 등 각 요소를 동시에 활용해 각종 사태에 대한 신속한 대처에 적합하다."

    ▲2차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이자 한국을 식민 지배했던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한반도에 진입한다면 좌파 진영의 공격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반감도 상당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우려할 필요가 없는 문제일 수도 있다.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입하는 것은 일본 국민들의 우려사항 중 하나다. 3년마다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들은 일본이 한반도 전쟁에 말려들어 가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북한은 핵미사일로 일본 본토는 물론이고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입하면 한반도 전쟁에 일본 자위대가 연루돼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 ▲ '한미일 협의체'(KOJUS Initiative) 구상.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 제공
    ▲ '한미일 협의체'(KOJUS Initiative) 구상.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 제공
    ▲한미일 공동 작전계획은 없다는 사실도 한미일 안보협력을 저해하는 장애물인 듯하다.
    "한미일 공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서울에는 2분 30초, 일본에는 7분 30초 만에 닿는다. 북한의 공격이 이뤄지고 나서야 공동 작전계획을 짤 것인가. 전쟁을 억제하려면 한미일 공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한미일 연합사령부는 없지만, 한미일은 미사일 탐지훈련과 잠수함 탐지훈련도 하고 북한 미사일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도 갖췄다. 그런데 훈련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계획에 따라 훈련을 반복해 유사시 대처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한미일의 공동목표와 각자의 역할 분담을 통합하고 그에 따른 임무를 도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최초 원점 단계에서는 한국의 이지스함이 요격 태세를 갖추고, 조금 더 지나면 일본 이지스함이 요격 태세를 갖춘다. 지구 곡률(曲率)로 인한 탐지오차를 최소화해 요격 태세를 갖추려면 한미일이 이지스함 태세, 인공위성과 정찰기를 통한 탐지력을 결합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은 한미일 공동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것만으로도 동맹인 미국, 우방인 일본이 관련된 군사적 충돌에 한국이 연루될 수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한반도는 한미동맹과 한국이, 동중국해는 미일동맹과 일본이, 대만과 남중국해는 미국과 대만이 각각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가용자산을 평시부터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대응 체제로 발전시키자는 취지의 '한미일 협의체'를 제언했다.
    "국민들의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동중국해, 대만, 남중국해 등 4가지 영역으로 지역을 구분해야 한다. 한반도 영역에서는 한국 정부와 한미동맹이 주도권을 잡되, 일본 정부와 16개 참전국, 유엔이 역할분담(지원)을 하고, 대만해협에서는 미국과 대만이 주도권을 잡고 한미일 협의체가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동중국해 영역에서는 일본 정부와 미일 동맹이 주도권을 잡고 한국 정부가 역할 분담을, 남중국해 영역에서는 미국-필리핀 동맹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쿼드, 오커스 등이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한국이 이러한 구상을 선제적,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지 않으면 힘의 논리와 상황 논리에 의해 국익이 희생될 수 있다."

    ▲한미일 공동가이드라인은커녕 한일 간에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악사)은 물론이고 '(군사협력) 상호접근 협정'(RAA, 일본명 원활화협정)도 체결되지 않았다.
    (기자 주: RAA는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거나 인도주의적 임무를 수행할 때 상호 군대의 입국과 무기 반입 등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상호 군대를 원활하게 파병할 수 있게 해주는 상호접근협정이다. ACSA는 식량, 연료, 운송, 탄약, 기기 등 무기를 제외한 군수물자와 수송 등 서비스 분야에서 상호협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상호군수지원협정이다. 한국은 미국·태국·뉴질랜드·터키·필리핀·이스라엘·호주·캐나다·싱가포르·인도네시아·캄보디아·스페인·영국·몽골·독일·아랍에미리트(UAE) 등과, 일본은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인도, 독일 등과 각각 ACSA를 체결했다.)

    "일본과도 RAA와 ACSA를 체결할 필요가 있다. 미군에 대한 모든 후방 군수 지원을 일본이 해야 하므로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에 진입하는 미군 항모를 미국 본토에서 호위하겠는가. 유엔 참전국 16개국도 마찬가지다. 긴박한 상황에서 논의하고 합의하는 데 쓸 시간이 별로 없다. 실시간 후방지원을 위해 ACSA와 RAA 협정이 필요하다. 일본은 2022년 호주, 2023년 영국, 필리핀과 각각 RAA를 체결하며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호주, 영국, 필리핀 등 자국의 국익에 중요한 국가들을 안보 파트너로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 좌파 세력과 일본 극우 세력의 반대와 선동으로 ACSA와 RAA는 물론이고 한미일 가이드라인 마련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윈윈이 아닌 제로섬 게임으로 협상에 임하는 경향이 있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도 마찬가지다. 방위비분담금 인상률을 조금 높이면 마치 우리가 미국에 이긴 것이고 미국은 우리에게 진 것으로 해석한다. 반면에 일본은 미일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공동목표를 놓고 역할을 어떻게 분담할지 윈윈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한미일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지금까지 얼마나 달성했고 앞으로 얼마나 달성할 것인지를 수치화해야 한다. 일본의 전력 증강은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된다. 서방 모든 국가는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는데, 우리 국민들이 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정부가 대국민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미일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공동성명), '캠프 데이비드 원칙',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을 통해 3자 안보협력을 위한 기회의 창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공동 목표를 제시했고, 3국 정상, 외무장관, 국방장관, 안보담당 고위관료 간 4가지 수준의 협의체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러한 협의를 통해 역할을 분담하고 임무를 도출해야 한다." 
  • ▲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예비역 육군 준장)이 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예비역 육군 준장)이 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예비역 육군준장)은: 육군사관학교(38기)를 졸업한 후, 서강대 정책대학원에서 북한 및 통일정책 석사, 일본 다쿠쇼쿠대학에서 안전보장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방부 정책실에서 대외정책 총괄을 담당했고, 일본 자위대에서 지휘참모대와 국방대학원과정을 연수했으며, 오카자키 연구소 객원연구원, 주일본 한국대사관 국방무관과 육군무관 등을 역임했다.

    전역 후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원, 국방대학교 초빙교수를 지낸 그는 현재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 한국군사학회 부회장과 한일군사문화학회 회장, 북극성연구소부소장, 국방부, 합참 및 육군 정책자문위원 등을 맡아 국제안보정세와 일본의 안보군사,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 등 국방외교를 연구하고 국방외교 발전과 후진양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새로운 안보환경과 한국의 생존전략', '통일한국의 비전과 군의 역할', '한일 새로운 미래, 어떻게 만들 것인가?', 번역서로 '근대일본의 군대'가 있으며 '월간국방외교저널'(구 '주간국제안보군사정세')를 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