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참모들 "부유한 한국, 더 기여해야"'원자력협정' 조기 개정해 핵 잠재력 확보해야방위비분담금 인상을 핵잠수함 확보 기회로 "분담금 인상하되 전술핵 배치하면 남는 장사"美, 韓 독자 핵무장 의심…한미 신뢰 강화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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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동맹 청구서' 제출로 악명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피격 사태'로 승기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트럼프 재집권 시 사실상 '주한미군 주둔경비'인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은 예정된 수순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국 정부가 방위비분담금 인상이라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실질적 실익을 얻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출범에 앞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핵잠재력 확보, 원자력추진잠수함(핵추진잠수함) 확보, 전술핵 재배치 등 가능한 '핵옵션'을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했다.◆트럼프와 참모들 "韓, 아주 부유한 국가 … 더 기여해야"18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타임지 인터뷰에서 한국을 "아주 부유한 국가"로 규정하며 '아주 부유한 국가인 한국은 방위비를 더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집권 1기 때인 2019년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당시 기존(1조389억 원)의 약 6배에 이르는 50억 달러(6조9000억 원)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협상이 교착되자 내부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카드'까지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해 "더 큰 기여"를 주문하며 트럼프의 논리에 가세했다.오브라이트 전 보좌관은 "한국은 자국 방어를 위해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한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가 됐다. 한국에서 벌어진 일은 가장 큰 경제적 성공 스토리다. 한국은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할 수 있는 돈이 있다"고 강조했다.미국과 '비대칭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방위비 분담을 통해 미국의 '지원'을 구매하고, 일정한 자율성을 포기하는 대신 군비 획득을 줄여 결과적으로 경제력을 키워왔다. 그간 미국의 안보지원에 힘입어 경제대국이 된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으로 미국과 갈등을 벌이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며, 대신 일본 수준으로 방위비분담금을 늘리되, 핵옵션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한미 원자력협정' 조기 개정해 '핵 잠재력' 확보해야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을 '미일 원자력협정' 수준으로 조기 개정해 핵 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1988년에 개정된 미일협정은 한미협정 조기 개정의 명분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이 개정협정을 통해 고순도 플루토늄을 획득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습식 재처리와 20% 미만 우라늄 저농축에 대한 미국의 포괄동의를 얻었고 미국의 '사전 동의' 하에 20% 이상의 우라늄 고농축 플루토늄 저장과 운송, 고농축 우라늄 저장까지 할 수 있다.반면 한국은 2015년 협정 개정에서도 농축 농도 20% 미만인 '우라늄 저농축'을 미국의 승인을 얻어 추진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했을 뿐이다.문제는 당시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해 명확한 방침을 세우지 못한 채 협상 결과를 따라가는 데만 급급했다는 점이다.해당 협상에 대해 정통한 한 외교안보소식통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협상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토마스 컨트리맨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차관보가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는 그 어떤 농축에 대해 합의한 적이 없다"며 "미국은 (한국이 요구한) 건식 재처리(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한 문을 열지 않았다. 한국은 협상 과정에서 일본과 같은 수준의 개정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북러조약' 체결과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핵추진잠수함 확보 기회로북한과 러시아가 지난달 19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북러조약)과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확보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꾸준히 반대해왔던 미국이 북러조약 체결 이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가능성과 관련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린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새뮤얼 퍼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11일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작전 분석 결과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면 추후 추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 "핵추진잠수함이냐, 핵무기를 탑재한 함정(전략핵잠수함) 추진이냐에 차이가 있다"며 "한국은 NPT 회원국이다. 한국은 미국의 강력한 동맹이며 동맹 간 협상과 논의를 통해 이뤄질 문제"라고 답했다.국력 쇠퇴로 2개의 전장을 감당하기에 버거움을 느껴온 미국으로선 북한과 러시아가 북러조약을 계기로 핵추진잠수함, 군사정찰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북한이 원하는 첨단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미 정부에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이와 관련, 김지용 해군사관학교 교수는 올해 초 발표한 논문에서 "전략핵탄두, 전술핵탄두, 다양한 형태의 투발 수단을 보유한 북한이 한국과 서해 도서에서 재래식 교전을 벌이는 도중 한국에 전술핵 및 전략핵 교전을 위협하면 한국은 '핵 인질'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충돌할 경우 중국의 북해 함대를 추적, 정찰, 감시하고 대만 전선에 투입되는 주한 미 공군의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핵추진잠수함 보유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방위비분담금 인상하되 '전술핵 재배치'하면 남는 장사"미국이 예산 제약으로 현대화를 포기한 일부 전술핵 무기를 방위비분담금의 틀 안에서 현대화한 뒤, 한국 방어를 위해 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전략 및 전술핵무기 목적으로 B61 폭탄을 제작했지만, 예산 제약으로 인해 100억 달러를 들여 480여 기만 'B61-12' 구성으로 정밀타격이 가능하게끔 현대화했다.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한국은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한다면 방위비분담금을 5~6배 올려줄 수 있다'고 해야 한다"며 "미국의 전술핵 현대화 사업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그런데 전술핵 일부는 비용 문제로 현대화하지 않고 폐기한다. 그 폐기하는 전술핵 일부를 예컨대 방위비분담금 형식으로 현대화하고 한국만을 위한 핵무기로 보유할 수 있다면 한국에는 남는 장사"라고 강조했다.◆관건은 한미 신뢰 강화 … "협정 개정=韓 독자 핵무장" 의심그러나 사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과정을 따져보면 원자력협정 개정도 녹록지 않은 것이 한미 관계의 현실이다. 개정한다고 해도 우라늄 농축시설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설치하기까지 국민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특히 일본 국민들과 달리, 우리나라 국민의 70% 이상이 독자 핵무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미국으로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한국이 독자 핵무장으로 가는 길을 터주는 것 아니냐'는 오랜 의구심을 갖고 있다.세종대왕함 초대 함장(예비역 해군제독)을 지낸 김덕기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2018년 미 해군분석센터(CNA)와의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한 적이 있다"며 "당시 개인적으로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갖게 되면 핵무기를 가지려고 할 것'이라는 점을 가장 많이 우려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안보 상황의 변화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이러한 우려는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