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일부, ‘화학적 거세’ 인권침해 가능성 제기 의료계, 싸이코패스에 효과없어..“근본적 해결책 아냐” 법무부, 해외 사례 통해 효과 검증..부정적 견해에 반박
  • ▲ 지난 3일 사상 첫 화학적 거세 명령을 내린 서울남부지방법원.ⓒ 연합뉴스
    ▲ 지난 3일 사상 첫 화학적 거세 명령을 내린 서울남부지방법원.ⓒ 연합뉴스

     

    성도착증세가 있는 성폭행범에 대한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에 대해 법원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제12형사부(안병욱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화학적거세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검토하고 있다.

    재판부는 미성년자들을 상습 성추행해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모(34)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검찰이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청구하자 위헌여부 판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인인 임씨는 2011년 6월과 작년 4월 잇따라 여자 초등학생을 강제추행하는 등 2009년부터 미성년자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 재판부는 검찰의 청구에 대해 보강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재판부가 요구한 보강자료는 화학적 거세의 실질적인 치료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 약물주사를 맞고 치료가 이뤄진 사례 등에 관한 것이다.

    재판부의 이같은 태도는 피고인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명령하기에 앞서 제도의 효과를 확실히 검증하고 넘어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 화학적 거세에 대해서는 법조계 일각에서 인권침해를 이유로 한 위헌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피고인의 동의와 관계없이 검찰의 청구와 법원의 명령으로 화학적 거세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의 근본적인 부분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의료계에서는 약물주사와 심리치료로 구성된 화학적치료가 성도착증과 관계없는 싸이코패스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약물주사가 성충동을 일시적으로 줄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전문의들도 많다.

    때문에 지난 3일 서울남부지법의 사상 첫 화학적 거세 명령에 대해서도 비판적 여론이 적지 않았다.
    재판부가 결정을 하기에 앞서 제도의 실효성을 더 면밀히 검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대전지법은 재판부가 위헌여부를 검토하는 것이지 제청의사를 분명히 한 것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그러나 재판부가 실제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는 경우, 화학적 거세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다시 재현될 수밖에 없다.

    참고로 법률에 의한 화학적 거세는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화학적 거세와는 다르다.
    화학적거세법에 따른 약물치료는 최장 기간이 15년이며, 피고인의 동의없이 법원의 명령으로 강제할 수 있다.

    특히 현행 화학적거세법은 16세 미만의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19세 이상의 사람을 대상자로 정하고 있으나, 오는 3월 19일부터는 피해자의 연령제한이 사라져 성도착증세가 있다고 인정받은 모든 성범죄자가 화학적 거세의 대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