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정치편향’ 이유로 ‘늦봄 문익환학교’에 지원금 중단대안교육연대 지원금 반납, 민통당 의원 집단성명..파문 확산 전교조, ‘문익환 우리시대의 스승’..초등생 위한 수업방법론까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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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5년 6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회가 펴낸 소식지 ‘우리아이들’ 표지.ⓒ
    ▲ 2005년 6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회가 펴낸 소식지 ‘우리아이들’ 표지.ⓒ

     

     

    1989년 4월 10일, 우리 겨레는 헤어져 살아온 수십 년 세월의 벽을 두드려 깨는 황야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
    늦봄 문익환 목사가 평양에서 ‘남북공동성명서’를 읽는 소리였다.

         - 2005년 6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회 발간 소식지 ‘우리아이들’ 28p
           ‘우리시대의 스승을 찾아서 늦봄 문익환’ 중 머리말 


    문익환이 한 말과 남긴 글과 쓴 책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그 중에서 평양에 가서 발표한 남북공동성명서를 소개하고 싶다.
         - 같은 책 31-32p


    4. 쌍방은 누가 누구를 먹거나 누가 누구에게 먹히우지 않고 일방이 타방을 압도하거나 타방에게 압도당하지 않는 공존의 원칙에서 연방제방식으로 통일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 선택해야 할 필연적이고 합리적인 통일방도가 되며, 그 구체적인 실현방도로서는 단꺼번에 할 수도 있고 점차적으로 할 수도 있다는 점에 견해의 일치를 보았다.

    5. 쌍방은 팀 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은 남북대화와 평화 및 통일의 성취와는 양립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측은 팀 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기간에는 대화가 장애를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문익환 목사는 올해 팀 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기간 북에서 취한 유연한 대화자세를 평가하였다.

    6. 문익환 목사는 교차승인-교차접촉에 대한 북의 거부적 입장과 통일의지를 확인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측은 문익환 목사가 주장하는 남북교류와 점진적 연방제 통일제안이 두개 한국을 지향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8. 조국평화통일위원회측은 전민련의 범민족대회소집제안을 지지하고, 문익환 목사는 제13차 세계청년학생 평양축전에 참가하려는 남한청년학생들을 지지하며, 쌍방은 그 실현을 위하여 계속 인내성 있게 노력한다.
         - 1989년 4월 문익환 목사가 북한의 조평통 위원장 허담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서  


    늦봄 문익환을 어린이들한테 가르치는 길은 이야기 들려주기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은 중학년 어린이부터 읽을 수 있고, 4,5,6학년 도덕 교과 ‘통일 단원’을 지도할 때 독서 자료로 읽도록 지도할 수 있다.

    고학년은 재량활동 정보화 시간에 컴퓨터실에 가서 (사)통일맞이 늦봄 문익환 기념사업회 사이트에 들어가 자료 검색을 하고, 자료실 훑어보기를 할 수도 있다.

    문익환 발자취를 훑어볼 수 있고, 검색 문제로 펴내신 책 가운데서 19번(통일을 비는 마음)과 29번(꿈을 비는 마음) 책 이름이 무엇인지 찾으라고 할 수도 있다.

    늦봄 통일상 제1회 수상 단체(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를 찾아보라고 할 수도 있다.
         - 위 전교조 초등위원회 소식지 33p

    1989년 북한을 무단 방북한 고 문익환목사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한 미인가 대안학교의 정부 지원금 중단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과부는 학교 교육과정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원금 중단의 이유로 밝혔으나 소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해당 학교는 ‘정말 정치적인 것은 교과부’라며 지원금 중단을 정치쟁점화하고 있고, 미인가 대안학교 모임은 항의의 표시로 받은 지원금을 반환하겠다는 결의를 했다.

    파문이 커지면서 지난 2일에는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의원 10명이 공동으로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가 이번에 중단한 지원금 규모는 약 2,000만원.
    한 대안학교에 대한 정부의 소액지원금 중단에 10명의 야당 의원이 새해 벽두부터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 ▲ 2006년 3월 전남 강진군 도암면 늦봄 문익환 학교에서 열린 개교식에서 문 목사의 아내 박용길씨와 아들 문성근씨가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 2006년 3월 전남 강진군 도암면 늦봄 문익환 학교에서 열린 개교식에서 문 목사의 아내 박용길씨와 아들 문성근씨가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간다.

    '정치편향성'을 이유로 교과부로부터 보조금 지원이 중단된 대안학교는 전남 강진에 위치한 ‘늦봄 문익환학교’이다.
    문 목사는 민주통합당 문성근 상임고문의 부친이다.

    늦봄학교는 문 목사의 유가족과 광주·전남지역의 좌파 시민단체가 참여한 ‘늦봄평화교육사업회’가 문 목사의 호(늦봄)를 딴 비인가 대인학교다.

    중고교 6년과정으로 운영되며 학생들은 모두 교내에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의 철학 및 교육과정을 믿고 따르겠다는 서약서를 내야 입학이 가능하다.
    입학금 500만원과 활동수업비 100만원을 함께 납부하면 최종 합격한다.
    기숙사비를 포함한 학비는 월 60만∼80만 원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 2월18일 있었던 제1회 졸업식에서 북한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교직원분과위원회’가 팩스로 보낸 축사를 학생, 학부모 등 150여명 앞에서 낭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이번 졸업식은 6·15의 기치 밑에 통일조국의 대들보들을 훌륭히 키워 민족의 화합과 자주통일에 이바지하려는 늦봄 문익환학교의 선생님들과 통일 인사들의 굳센 의지를 내외에 보여주는 의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신성한 교단에서 통일애국의 무수한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들을 알알이 키워 통일조국의 거목으로 자래워야 합니다”

    축사를 낭독한 전교조 출신 장모 교사는 ‘키워야’를 뜻하는 북한식 표현인 ‘자래워야’ 등을 그대로 읽었다.

    <동아일보> 등의 보도로 학교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늦봄학교는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학교가 생태, 환경, 평화 등의 가치실천을 위해 벌이는 각종 현장학습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학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현장학습 상당수가 정부정책에 저항하는 ‘反정부적’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와 광우병 촛불집회에 연이어 참석했다.

    학생들의 집회 참석은 이 학교 5년차(고교 2년 과정에 해당) 학생들이 하는 ‘진로맛보기’의 일부로, 1979년 남민전 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안모 씨, 한국진보연대 문예위원장 정모 씨 등이 학생들의 멘토를 맡았다.

    지난해 6월에는 86명의 학생이 8박9일의 일정으로 제주 강정마을을 다녀갔다.
    ‘제주평화기행’이라 이름 붙여진 이 행사에서 학생들은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공연을 하고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위한 백배(百拜)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교과부가 늦봄학교에 대한 지원금 중단을 결정한 이유도 졸업식에서의 북측 축사 낭독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현장 방문 때문이었다.

    학교가 보여준 모습이 미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지원금 기준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교과부의 판단이다.

    지난해 8월 국무총리실은 대안교육발전법안을 마련해 제출했다.
    법률안은 정치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교육하는 시설을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늦봄학교는 해군기지 건설 논란이 있는 강정마을로 현장학습을 다녀오고, 북한에서 보내 온 축사를 졸업식에서 낭독하는 등 지원제외 대상을 정하는 기준 중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기관’에 해당된다."
         - 교과부 인성교육지원팀 관계자

    자의적이고 모호한 판단기준으로 늦봄학교를 제원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대안교육연대측의 반발에 대해서도 교과부는 해명을 내놨다.

    "늦봄학교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은 사회적 현안이 된 언론보도와 이에 대한 학교측의 해명울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다."

    다른 때와 달리 지원대상 발표가 미뤄졌고, 교과부가 대선결과를 보고 ‘정치적인’ 결정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지원대상 발표가 늦어진 것은 대선과는 전혀 무관한 내부 일정 탓이다.
    지원대상 명단은 대선 전에 검수가 이미 끝났다."

    그러나 늦봄학교에 대한 논란이 이것만은 아니다.
    늦봄학교의 구성원 측면에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늦봄학교의 교사진 가운데에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의 구성원이 포함되어 있다.
    평통사는 지난 9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압수수사를 받았으며, 현재 검찰이 조사에 착수 중에 있다.

    비전향 장기수가 강사로 나와 한문 특강을 벌이는가 하면, 학부모 가운데는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인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1991년 10월 남북 통일축구대회가 열린 서울 잠실 주경기장 앞에서 민통련 회원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고 있는 문익환 목사.ⓒ 연합뉴스
    ▲ 1991년 10월 남북 통일축구대회가 열린 서울 잠실 주경기장 앞에서 민통련 회원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고 있는 문익환 목사.ⓒ 연합뉴스


     

    더 심각한 것은 늦봄학교를 앞세운 종친떼(종북-친북-때촛불) 진영이 문 목사의 종북이념을 제도권 학교에까지 주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문 목사는 1989년 방북 당시 발표한 남북공동성명서를 통해 ‘연방제 통일’을 지지했다.

    연방제 통일안은 북한 대남전략 전술의 근간으로, 북측이 현재 내세우고 있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그 맥을 같이 한다.

    북한은 남한 내 종친떼(종북-친북-떼촛불)인사들을 선동해 자신들의 연방제 통일안이 한국의 남북연합과 사실상 그 내용이 같다는 논리를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문 목사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팀 스피리트’를 반대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북한 대남전략 전술에 전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 ▲ 2007년 5월 서울 성공회 대성당에서 열린 '늦봄 문익환 시 낭송의 밤'행사에 참석해 문 목사의 시 '전태일'을 낭송하고 있는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 연합뉴스
    ▲ 2007년 5월 서울 성공회 대성당에서 열린 '늦봄 문익환 시 낭송의 밤'행사에 참석해 문 목사의 시 '전태일'을 낭송하고 있는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 연합뉴스

     

    문 목사의 종복이념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전교조가 앞장을 서고 있다. 

    이미 전교조는 2000년대부터 이런 노력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가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붉은’ 이념을 전파하려했다는 정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앞서 소개한 잡지다.

     

  • ▲ 위 전교조 초등위원회 잡지 우리아이들 '우리시대의 스승을 찾아서' 캡처.ⓒ
    ▲ 위 전교조 초등위원회 잡지 우리아이들 '우리시대의 스승을 찾아서' 캡처.ⓒ

     

    <우리아이들>의 내용은 놀랍다.

    문 목사를 수업과 교육의 주제로 삼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수업방법론까지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늦봄 문익환을 어린이들한테 가르치는 길은 이야기 들려주기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은 중학년 어린이부터 읽을 수 있고, 4,5,6학년 도덕 교과 ‘통일 단원’을 지도할 때 독서 자료로 읽도록 지도할 수 있다.

    교사가 먼저 [15, 잠꼬대 아닌 잠꼬대]와 [16. 마침내 통일의 물꼬를 트고]를 어린이들한테 읽어주고, 이야기 나누기를 한 다음에 읽도록 하는 게 좋겠다.

    고학년은 재량활동 정보화 시간에 컴퓨터실에 가서 (사)통일맞이 늦봄 문익환 기념사업회 사이트에 들어가 자료 검색을 하고, 자료실 훑어보기를 할 수도 있다.

    문익환 발자취를 훑어볼 수 있고, 검색 문제로 펴내신 책 가운데서 19번(통일을 비는 마음)과 29번(꿈을 비는 마음) 책 이름이 무엇인지 찾으라고 할 수도 있다.
    늦봄 통일상 제1회 수상 단체(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를 찾아보라고 할 수도 있다.

     - 위 책 33p

    초등학생들을 대하는 교사들의 소식지에 버젓이 무단 방북한 반 정부인사의 남북공동성명문이 돌어가 있는 것은 충격이다.

    북한의 대남전략을 추종하는 인사를 ‘우리시대의 스승’으로. ‘영웅’으로 받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념이나 정치에 대한 개념정립조차 안 돼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종북 인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수업을 권고하는 모습은 섬뜩하기조차 하다.

    늦봄학교의 지원금 중단에 함께 보조를 맞추고 있는 '대안교육연대'는 생명과 평화를 중시하는 대안교육의 가치를 교과부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날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교과부가 성의있는 모습을 보일때까지 7일부터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대안교육연대' 소속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벌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