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의 비상식적 정치, 불안한 문재인과 국민

    역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볼 수 없는 기형적 행태 반복


    변희재

     

  • 철수 후보의 전격적인 문재인 후보 지원 선언을 보니, 안철수의 정치가 도대체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안철수의 정치는 시작부터 끝까지 비상식과 사적인 감정으로 점철된 정치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정치저널리즘에서 분석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던 그의 정치행적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출마선언 당시 정치쇄신을 단일화의 조건을 걸었다. 대선 4개월 앞두고 10년 집권 경험의 제1 야당의 쇄신을 단일화 조건으로 내건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였다. 이제껏 그어떤 단일화는 상대 측의 쇄신을 전제로 이루어진 바가 없다.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쇄신도 없이 덜컥 단일화 협의에 들어갔다.

    둘째, 정당개혁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정당을 만들지 않고 움직였다는 점이다. 이것이 안철수 검증을 가로막은 최고의 카드였으나, 이건 국민사기극에 가까운 일이었다. 자신이 직접 정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감춘 채, 상대 당을 구태로 몰고, 자신을 정당개혁의 적임자로 포장했다. 그러다보니 안철수는 마음에도 없는 무소속 대통령론을 떠들고 다녀야했다.

    셋째, 여론조사 이외에는 시간상 다른 방법을 쓸 수 없는 최대한 늦은 시기에 단일화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처음부터 안철수가 시간을 끌며 여론조사를 통해 민주당과 단일후보를 공짜로 먹겠다는 전략을 세웠다는 점을 추측케 한다.

    넷째,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의 양보론이 보도되었다는 이유로 협상을 깨고, 한겨레 등 언론사를 돌아다니면서 민주당을 맹비난하고 다녔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몽준 등 과거 단일화 협상에서 이런 정도 사안으로 언론사에 후보가 직접 고자질하러 다닌 사례는 없다.

    다섯째, 결국 단일화 협의 최종 과정에서 정치쇄신이나 개혁은 뒷전에 밀리고, 적합도 조사냐, 가상대결이냐는 자신들의 유불리 기준만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단일화 판이 깨졌다는 것이다. 역대 단일화 협상에서 여론조사 기법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단일화 판이 깨진 경우는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여섯째, 단일화가 깨졌음에도, 전격적으로 후보를 사퇴하고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준다. 이 부분이 가장 비상식적인 행태였다. 거대한 정치개혁의 명분이 아니라 단지 여론조사상의 기법 차이 하나 받아들이지 못하여 단일화 판을 깼으면서, 상대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치행위였다. 그럴 바에야 여론조사 기법을 양보하여, 결과에 승복하고, 상대 측의 선대본부장을 맡아 끝까지 선거운동을 해주었으면 되는 일이었다.

    일곱째, 후보 사퇴 이후, 문재인 후보의 경쟁자였던 손학규 후보와 먼저 만났다는 점이다. 이것은 정치 도의상 예의도 상식도 아니다.

    여덟째, 그렇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놓고, 해단식에선 자신의 정치 홍보에만 집중했다. 물론 해단식의 특성도 있겠지만, 언론매체에 이를 모두 공개한 자리에서 자신만의 홍보에 치중하여, 문재인 후보가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되었다.

    아홉째, 12월 5일, 오전부터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집을 방문하였으나 만나지 못했고, 안철수 후보 측은 지원 방식 브리핑 기자회견을 공지했다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제 1야당의 대선후보가 무소속 후보의 집을 방문하여 퇴짜를 맞은 것 자체가 뉴스거리가 되고 말았다. 이에 양측은 감정이 격화되었고 안철수 캠프 내에서는 보쌈파와 독자파 간의 갈등이 분출되었다.

    열번째, 이런 상황이라면, 최소한의 실무진 간의 대화로, 오해를 풀고, 하루, 이틀 실무선에서부터 조율을 하여, 지원 의사를 밝히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단 하루만에 실무진을 건너뛰고 본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 문재인 후보 지원 의사를 밝힌다. 그것도 자신의 글을 먼저 언론에 공개하는 PR을 잊지 않았다.

  • 이러한 일련의 비상식적인 과정은 노무현과 정몽준 간의 단일화부터, 최근의 총선에서의 야권연대 등의 단일화까지, 무수한 단일화 사례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다. 사례가 없다는 건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 및 친노세력과의 교류가 없었다. 안철수 후보의 회사인 안랩 역시, DJ정권과 이명박 정권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지, 노정권 때는 큰 특혜가 없었다.

    또한 안철수 본인 스스로 “안보는 보수”라고 말하듯이, 후보 단일화 토론 당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로 문재인 후보와 대립하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 본인이 의심스러운 듯, 다시 한번 반복하여 문재인 후보에 물어보기까지 했었다. 노선도 다르고, 단일화 과정에서의 빚진 것도 없고, 그렇다고 친노세력과의 공감대도 없으면서, 무조건적 지원을 하겠다고 나서려면, 안철수 개인이 본래부터 자기 헌신의 예수 혹은 돈키호테적 기질의 소유자여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는 치밀한 코스닥 장사꾼의 삶을 살아왔다. 예수나 돈키호테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인물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느닷없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며 대선 2주일 전에 다시 무대에 뛰어오른 안철수 후보의 진의를 추측하느라 기자들은 여념이 없다.

    과연 이런 비상식적인 과정을 거쳐 온 안철수 후보가 상식적인 정치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상식적인 결과라면 이제부터 안철수 후보는 헌신적으로 대선 전날까지 문재인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뛰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도저히 “그렇다”는 안정적인 답을 믿고, 신경을 끊을 수가 없는 입장인 것이 언론이다. 둘 다 괴팍한 성격이긴 하지만, 안철수 후보보다는 훨씬 더 상식적인 정치인의 길을 걸었던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도 대선 전날 파기되었다. 내부의 복잡한 문제 이외의 표면적인 이유는 유세장에서의 노무현 후보의 무례함 때문이었다.

    상식적인 입장에서 맥이 빠질 정도의 힘없는 후보단일화 토론에서조차, 자신을 조금 비판했다고 배신감을 호소한 안철수 후보, “지원 선언해줄 때까지만 대접해주더라”는 정몽준 후보 측의 사례를 참고하여 19일까지 더 이상 유권자들 피곤하게 하지 않게,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헌신적인 유세에만 전념해주길 바란다. 문재인 후보가 "오늘부터 안철수가 나를 도우니, 이제 나는 야권단일후보로서 앞만 보고 뛰겠다"고 안심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제껏, 자신의 소유인 사적 기업 안랩 이외에 공적 조직의 리더를 섬기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바 없는 안철수 후보라서 더욱 불안하다.

    결과적으로 이런 비상식적 정치행위 대신, 안철수는 민주당에 입당하여, 민주당 쇄신안을 들고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등과 정정당당히 경선에 참여했어야 하는 게 맞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 과연 안철수식 상식적인 답변은 무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