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창중 칼럼세상>  

     안철수, 영혼(靈魂) 팔았나?

  • ▲ 윤창중 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 윤창중 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새빨간 거짓말?, 안철수가 돌연 문재인을 향해 ‘조건 없는 지원’을 선언하게 된 배경에 숨겨진 ‘조건’을 깨내기 위한 탐험에 나서겠다!  

    조건 없는 지원?
    최소한의 상식을 갖고 말하려 한다! 왜 안철수가 집에까지 찾아온 문재인을 문전박대(門前薄待)한 뒤 ‘하루 만’에 돌연 문재인과 만나 지지 선언을 했을까? 이 대목을 세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단 하루 만에 문전박대에서 조건 없는 지지로 돌아서는 데엔 단순히 안철수의 ‘심경 변화’가 돌발적으로 일어났기 때문?
    지지 철회하려다가 갑자기 지지 선언으로?  

    그게 진실이라면 안철수의 성품은 감정에 사로잡혀 결정 내려버리는 극도의 ‘정서 불안형’이거나 ‘예측 불가형’이라고 판단하면 그만일 것이지만, 이런 성격인데다 안철수로 하여금 문재인 지지로 돌아선 데엔 분명히 다른 결정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지난번 후보 사퇴 때도 전과 조회서 떼러 서울 종로경찰서에 갔다가 단 몇 시간만에 사퇴 발표를 했지만,  백방으로 머리 굴려보아도 문재인을 이길 수 있는 묘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이 계속 몰아세우며 버텨대니까 더 말려들면 ‘몰락’하겠다는 계산에 이르러 극독의 정서 불안 속에서 전격 사퇴한 것!  

    따라서 이번에 안철수를 움직인 ‘무엇’을 찾아봐야 한다! 
    그건 문재인 쪽에서 안철수에게 전격적으로 ‘빅딜(big deal)’을 제의했고, 이를 안철수가 “바로 이거다. 이 정도면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받아들여 잠수(潛水)를 깨고 문재인 지지를 위해 다시 나왔다고 봐야 하는 것?
    그게 상식적 차원의 접근 아닌가?  

    문재인이 과연 ‘빅딜’을 제안했다면 무슨 내용?
    추론해본다.
    문·안이 어제 30분 간 회동 후 발표한 합의문 중 제3항 “우리 두 사람은 대한민국 위기 극복과 새 정치를 위해 ‘대선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기고 하였다”는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이 대목에!

    ‘대선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
    이 대목이 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인 이유는 안철수가 움직이기 시작해 문재인과의 회동 계획을 발표하기 불과 몇 시간 전인 오전 9시 문재인이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 발족식에서 한 발언, “제가 집권하면, 지역 정파 정당을 넘어선 ‘초당파적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는 마음으로 드림팀을 구성해서, 국정운영을 성공시키겠다”는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 

    문·안이 합의한 ‘대선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라는 부분과 ‘초당파적 거국내각’이 상당히 일치한다.
    그게 무슨 소리?
    ‘문재인+안철수=문철수’ 정권을 만드는 데 적극 협력하면 ‘안철수 몫’을 떼 주겠다는 소리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정권 나눠먹기! 
    ‘문철수 정권’을 나눠먹기 하겠다는 소리를 ‘대선 이후 긴밀한 협의’와 ‘초당파적 거국내각’으로 포장했다고 봐야 하는 게 상식 아닐까? 

    그러면 문·안이 대놓고 ‘문철수 정권’을 의미하는 직설적 표현을 쓰지 않은 게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까? 

    첫째, 바로 나눠먹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피하기 위해서! 
    안철수를 다시 움직이게 한 배경에는 문재인이 대통령 된다 해도 결코 ‘문재인 단독정권’이 아니라 안철수와의 ‘문철수 공동정권’이라는 확신을 줄만한 제안이 틀림없이 안철수 쪽으로 넘어갔고, 이를 문재인 측과 민주당에서 간 안철수 캠프 인사들 간에 물밑거래가 있지 않았나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 이후 긴밀한 협의’라는 게 문재인이 정권을 독식하지 않고 안철수와 나눠먹는 ‘문철수 공동정권’이라는 의미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 때 시시콜콜 여론조사 방식 놓고 실랑이 벌였던 안철수, 그가 과연 이런 ‘빅딜’ 제안이 없었는데도 자발적으로 문재인 지지 선언 쪽으로 확 돌아섰을까? 

    문재인과 안철수, 대답해 주기 바란다.
    정직하자! 
    대통령 문재인에 국무총리 안철수?, 이런 정도의 카드를 놓고 양측이 충분히 사전 협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문철수 공동정권’이라는 표현을 명시하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둘 다 부산 출신이기 때문에 ‘부산 대통령+부산 총리’, 부산이 다 해먹는다는 여론으로 다른 지역의 감정을 자극해 역풍을 맞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 양승태도 부산 출신, 완전히 ‘부산 공화국’이 되는 데 따른 역풍을 피하기 위한 것? 

    안철수에게 묻겠다. 이런 추론이 억지라면 대답하라! 

    첫째, 안철수는 지난달 23일 후보 사퇴 기자회견장으로 가기 직전 참모들에게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도 영혼을 팔지 않았으니,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제가 알던 문재인 후보가 아니예요”라고 했는데(안철수 비서실장 조광희가 트위터에 올린 내용), 그럼 문재인이 안철수의 영혼을 사려했다는 의미 아닌가?
    안철수는 팔지 않겠다고 버텼고. 

    그럼, 문재인은 ‘무엇’으로 안철수의 영혼을 사려했는가?
    안철수가 영혼을 팔지 않았다고 고백할 만큼 문재인이 ‘영혼 장사’ 하려고 나설 때 안철수로 하여금 ‘제가 아는 문재인’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소름끼치게 했던 그 내용은 무엇이었나! 

    둘째, 안철수는 지난 4일 안철수 캠프 국민소통자문단과의 오찬에서 “문재인 후보와 이념적 갭(차이)을 느꼈다”고 문재인을 ‘좌파’로 몰아세우면 자신은 “합리적 보수, 온건 진보를 아우르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명확히 차별화했는데, 문재인의 이념이 단일화 결렬 이후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 문재인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을 선언하게 됐는가? 

    주변 사람들에게 “펀더멘털리즘(근본주의)적인 생각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지 않겠느냐”고 문재인을 과격한 ‘친노(親盧)근본주의자’로 몰아세우더니 돌연 지지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셋째, 안철수는 지난달 22일 문재인과 단일화 담판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후보와 전혀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제 '뭐'가 통했기에 지지 선언으로 돌아섰는가? 

    이렇게 안철수가 자신이 쏟아낸 말들을 모두 뒤집고 앞뒤 맞지 않게 표변했으니, 민주당에서 가지 않은 국민소통자문단장 조용경, 자문위원 박인환과 같은 인물들이 “우리 진영 내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압박하는 통에 안철수가 끌려갔다”고 반발하는 것! 

    안철수와 민주당 탈당파가 모두 살 수 있는 카드를 문재인 쪽에서 전달받은 것으로 보는 건 지극히 상식적!

    안철수, 그는 자신이 쏟아냈던 말들에 대해 합리적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안철수 스스로 문재인 이후 자신의 정치적 부활을 위해 문재인이 내놓은 ‘빅딜 조건’들에 영혼을 팔았다고 상상하는 게 매우 상식적인 가정이다.
    상식적으로! 

    밀실에서 이뤄진 ‘밀약(密約)’, 그게 오래 갈 것 같은가?
    하늘을 손으로 가려? 


  • ▲ 윤창중 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
    정치 칼럼니스트/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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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naver.com/cjyoon1305

    정치부기자 30년.
    그 중 14년을 정치담당 논설위원, 논설실장으로 활동한 정치 전문 칼럼니스트.
    정치 외교 안보 분야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다.
    청와대 외교부 정당 등 권부를 모두 취재했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독특한 문체와 촌철살인의 논평으로, 대한민국의 퓰리처상이라는 서울언론인클럽 칼럼상 수상.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자문위원 공직자 윤리위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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