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간 단일화 룰 협상이 20일 거친 파열음을 내며 어느 한 쪽이 양보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에 대해 "대외적으로 밝힌 것과 달리 협상장에서 `통큰 양보'를 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날을 세운 반면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협상내용을 비공식적으로 흘리는 언론플레이를 통해 여론전을 벌였다"고 받아쳤다.

    이 과정에서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의 언론 플레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며 안 후보 측과 협의도 없이 협상 내용을 두 차례나 공개하는 등 감정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통해 국민적 감동을 주겠다는 두 후보의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서로 유리한 경선룰을 차지하기 위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론이 나온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저녁 영등포 당사 브리핑에서 양측 협상팀이 여론조사 설문 문항을 집중 논의하면서 수정안까지 제시됐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양측 입장을 소개했다. 안 후보 측과 협의하지 않은 브리핑이었다.

    우 단장은 "어제와 오늘 사이 있던 것처럼 양 캠프가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 중심으로 언론에 알려 국민이 혼란스러울까봐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이 전날 협상상황을 언론에 흘리는 바람에 이날 언론에 문 후보가 안 후보 측의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해놓고도 마치 양보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보도됐다는 강한 의구심의 표현이다.

    당장 안 후보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우 단장의 브리핑 직후 "우 단장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자의적으로 발표했다"며 "여론조사에서 무엇을 묻는지 미리 공지하는 것은 여론에 의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잘못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 단장의 돌발적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우 단장과 문재인 캠프에 있다"며 "신뢰를 깨자는 것인지 우 단장과 문 후보 측이 답해야 한다"고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안 후보 측은 항의의 뜻으로 오후 9시 속개될 예정이던 협상단 회의를 늦추기도 했다.

    이날 양측 협상단은 2시간마다 협상 경과를 캠프에 보고하고 상황을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내용만 발표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캠프는 이날 낮에도 수시로 브리핑을 열어 공방전을 벌였다.

    안 후보 측은 전날 협상장에서 여론조사와 공론조사를 단일화 방안으로 제시했지만 문 후보 측이 이를 거부했다며 문 후보의 `통큰 양보론'이 허구라는 점을 부각했다.

    유 대변인은 "제안하라고 해 제안했더니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래서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되고 있다"며 "점잖게 말씀드리는데 맏형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의 공론조사 제안을 거부해 협상이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나온 일부 보도에 대해 안 후보 측의 악의적인 언론플레이라고 받아쳤다.

    협상팀원인 김기식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새벽에 배달된 한 신문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라고 적으며 분통을 터뜨렸다.

    우 단장은 안 후보 측이 제시한 여론조사와 공론조사 방식을 수용했지만 공론조사 세부방안이 안 후보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해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는 협상 내용을 공개하며 협상 난항의 책임이 안 후보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 대변인은 즉각 브리핑을 실시해 "`여론조사+공론조사' 틀을 합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이미 합의 중단된 내용을 공개하고 유리한 해석을 붙여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의도가 아닌지 궁금하다"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