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지방투어 강행군…충북서 '안방' 대접 받아
  • [청주·충주=최유경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지방투어 2탄'이 14일도 전개됐다.

    박 후보는 전일 대전·충남·세종시를 연달아 방문한 데 이어 충주와 청주의 재래시장, 인근 상가 등을 방문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야권이 후보단일화를 위한 협상에 골몰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은 민생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이날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협의를 당분간 중단하겠다"며 룰의전쟁을 위한 줄다리기에 들어가 민생속으로 파고 든 박 후보 대비대는 모습을 보였다.

    ◈ 청주서 2,000여명 운집…박근혜 대통령 외쳐

    청주·충주에서 박 후보는 '안방' 부럽지 않은 환대를 받았다. 박 후보가 예정보다 30여분 늦게 도착하면서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인근에는 2,000여명(경찰추산)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이곳은 청주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으로 평소에도 200~300명이 몰린다고 한다. 전날부터 박 후보의 방문 소식이 알려지면서 오전부터 박 후보를 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육거리시장을 방문, 김과 다시마 등을 파는 가게를 들러 부각을 사고 있다. ⓒ 연합뉴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육거리시장을 방문, 김과 다시마 등을 파는 가게를 들러 부각을 사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유생복장에 유건을 두른 한 할아버지의 지휘에 맞춰 시민들은 박 후보의 도착 임박까지 "박근혜, 대통령" 구호를 연습하는 등 분위기를 한껏 띠웠다. 박 후보가 교통체증 등으로 도착시간을 넘겨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전일 박 후보가 충청권의 지역발전을 약속한 것을 언급하는 등 사람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박 후보를 기다리던 한 40대 아주머니는 "오전 11시부터 밥도 안 먹고 기다렸다. 박 후보는 절제된 표현으로 말 한마디를 해도 야무지게 잘 한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여성대통령 논란 등) 저런 소리 안듣고 더 좋았을텐데…무엇보다 안보관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지지지를 표했다. 

    또 다른 60대 여성도 "예전에 육영수 여사가 이 근처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 뵈었는데 손 흔들던 모습이 박 후보랑 꼭 닮았다. 충청도에서는 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의 모친인 고(故) 육영수 여사가 충북 옥천 출신으로 그를 아꼈던 사람들의 지지가 박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충청권의 표심이 박 후보의 손을 들어줄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박 후보가 '2030세대'로 대표되는 청년층에서 취약하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지지자라고 소개한 위 여성들은 역시 같은 유권자인 자신들의 20대 자녀들의 표심에 대해서는 야권후보에게 기울어 있다고 답했다. 이날 재래시장에서 간간히 발견된 젊은 시민들의 대다수는 제 갈길을 가기 바빴다.

    ◈ 정책발표의 '다나까'…시장의 '~해요'

    마침내 박 후보가 청주 육거리시장에 도착하자 구름떼 같은 청중들이 몰려 들었다. 차량에서 시장입구까지 들어서는 약 100m도 채 안되는 거리를 걸어 나가는데 10분 이상 소요됐다. 사전에 경찰이 짠 지지선이 단박에 무너졌고 일부 시민들과 취재진이 뒤엉키는 등 순식간에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분위기는 뜨거웠다. 어떤 시민은 "박근혜 각하"라고 했고,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외치며 그의 발걸음을 뒤쫓았다. 시장 내부 길이 워낙 좁은데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아찔한 순간도 거듭해서 빚어졌다. 박 후보를 쫓아가던 한 할머니가 밀려 넘어지면서 도미노처럼 7~8명이 삽시간에 길바닥에 쓰러진 것.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경찰과 경호인력이 박 후보에 집중된 탓에 시민들의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뒤따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시장 좌판에 있던 도루묵 등이 뒤엎어지면서 박 후보 측 수행단이 진땀을 빼기도 했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충북 충주시 성서동 차없는 거리를 방문, 쥐포를 사고 있다. ⓒ 연합뉴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충북 충주시 성서동 차없는 거리를 방문, 쥐포를 사고 있다. ⓒ 연합뉴스

    시장을 들른 박 후보는 브로컬리, 고구마, 건어물 등을 차례로 구입했다. 또 떡집에 들러서는 송편을 하나 입에 넣어본 뒤 온누리상품권으로 떡 6천원어치를 구매했다.

    박 후보는 지난 12일부터 연일 계속된 지방투어에 피곤한 기색보다는 외려 활기가 느껴졌다. 딱딱한 어투를 벗고,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정책 발표, 언론 인터뷰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소위 '다나까' 라고 불리는 군대말을 구사한다. 자신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이지만 무겁고 다소 차가워 보인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안녕하십니까, 박근혜입니다."로 시작되는 박 후보의 언어가 '다나까'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다르다. 몸이 풀린 박 후보는 "안녕하세요, 많이 파셨어요?", "제가 좀 먹어 볼까요?" 등 '해요'체로 어투부터 바뀐다.

    시민들의 반응은 단연 뜨겁다. TV에서 보던 모습과는 달리 '친근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날 박 후보와 악수한 한 50대 남성은 "누가 박 후보더러 얼음공주라고 했느냐"고 반문했다. 박 후보도 이러한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다. 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심각한 현안 얘기를 웃으면서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이에 조윤선 대변인은 "박 후보는 상인들의 손을 잡고 밑바닥을 훑는 정치를 정치다. 당을 2번 구한 답이 여기에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