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불발 이후 수사기간 연장 거부..“충분히 했다”법률적 판단 미루고 전면 재조사, 달라진 건 날짜 하나?
  •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부지 매입 과정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검이 요구한 보름간의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6일 수사를 시작한 내곡동 특검팀은 오는 14일을 마지막으로 수사를 종료하게 된다.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치특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청와대와 힘겨루기에 나섰던 특검이 결국 개운치 못한 뒷마무리를 하게 된 셈이다.

    측근 비리에 대한 야당의 특검을 거부권까지 행사하며 원천적으로 차단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까지 언급하며 '우리는 그러지 않겠다'던 청와대가 결국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최금락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밝힌 수사기간 연장 거부 이유에는 그동안 참아온 불편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관계 장관과 수석비서관들의 의견을 들어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청와대는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하금열 대통령실장 주재로 권재진 법무부 장관, 이재원 법제처장을 비롯해 청와대 내부 인사들과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하 실장으로부터 회의에서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보고받고 이를 재가했으며, 특별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 12일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다 실패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 특검팀 수사관들이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로 돌아오고 있다. ⓒ 연합뉴스
    ▲ 12일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다 실패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 특검팀 수사관들이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로 돌아오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➀ 사건의 결론을 내리기에 필요한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졌고, 청와대는 최대한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다.

     

    청와대는 이광범 특검이 지난 한 달간의 시간 동안 충분히 수사를 벌였다고 판단했다.

    특검이 구성된 당초 목표는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사저부지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경호처가 경호부지를 동시에 매입하면서 생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붙어 있는 사저부지와 경호부지의 가격을 배분하면서 형법상 배임행위가 있었는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 되는지를 법률적으로 판단하면 되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법률적 판단이 중요한 수사였지만, 특검은 앞서의 검찰 수사는 뒤로 미루고 전면적으로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

    이 부분에 대해 청와대는 이광범 특검이 수사보다는 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욕보이기 바빴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이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실제로 이광범 특검에서 앞서의 검찰 수사와 달라진 것은 시형 씨가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 돈을 빌린 시점이 5월23일에서 24일로 바뀐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특검은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70여명의 수사 인원을 투입하고 십수억원 상당의 예산을 사용했다. 막대한 예산 뿐 아니라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를 공개 소환한 것을 비롯하여 형님인 이상은 회장,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 20여명의 사건 관계자들에 대해 약 40회에 걸쳐 소환 조사했다.

    모두 51개 항목 206페이지에 달하는 경호처 기밀자료를 비롯해 많은 자료도 제출 받은 것으로 전해지며 경호처에 대해서는 유례없는 압수수색을 벌였다. 거의 성역 없는 광범위한 수사였다는 것은 특검 내부에서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청와대는 특검이 이 같은 수사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청와대가 최대한 성실하게 협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 청와대와 대통령실의 특수성이나 국정업무 차질에도 불구하고 특검의 요구에 최대한 성실하게 임했고 부득이 응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이유를 충분하게 설명했지만, 특검은 오히려 이를 마치 청와대가 고압적인 태도로 수사를 회피한 것 같은 뉘앙스를 내비치면서 여론을 호도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청와대 압수수색’ 등 특검이 지난 9일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하면서 이유로 든 사유들이 대부분 청와대의 적극적인 협조로 해소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수사는 불필요하다는 얘기다.

     

  • ▲ 12일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다 실패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 특검팀 수사관들이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로 돌아오고 있다. ⓒ 연합뉴스
    ▲ 12일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다 실패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 특검팀 수사관들이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로 돌아오고 있다. ⓒ 연합뉴스



    ➁ 수사가 더 길어질 경우 국정운영과 선거관리는 물론, 국격에도 타격이 있을 것.

     

    가장 먼저 청와대는 이번 특검을 통해 연말 대선 정국에 악영향이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검이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불거지는 정권 심판론이 결코 공정선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견해다.

    “청와대는 수사기간 동안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해외순방준비와 시행, 예산 국회대비 등 산적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특검의 수사요구에 성실하게 임해왔다.”

    “그러나 수사기간이 더 연장될 경우, 국정운영 차질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수사기간이 연장되면 특검은 오는 30일까지 연장 수사가 가능하다.

    이는 후보 등록이 이뤄지는 25일 이후 본격적인 선거 운동 가운데 수사 결과가 발표된다는 것으로, 특검이 야권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수사결과 발표가 대통령 선거기간 중에 이뤄지게 되어 발표 내용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엄정한 선거관리와 국민들의 선택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특히 이번 특검 과정에서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언론을 통해 해외로 퍼져 나간 것이 국격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수사기간 동안 법으로 엄격하게 유출이 금지된 수사내용이 언론에 상세하게 공개되고 과장된 내용이 해외언론에까지 보도되면서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주는 등 국격에도 큰 손상이 빚어졌다.”

    “정부로서는 국익을 위해서도 이런 일이 계속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라도 청와대는 이번 특검수사과정에서 참을 만큼 참았다는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번 특검은 특검법안이 도입될 때부터 전례 없이 특정 정당에 의해 특검이 추천되고,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수사가 이루어져 정치특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재의 요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특검법안을 대승적으로 받아들였다. 청와대는 이미 말씀드린 대로 특검이 이미 특검법이 정한 수사범위 내에서 법적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수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검 스스로도 정해진 1차 수사기간 내에 수사를 완료하겠다고 수사초기부터 여러 차례 공표한 바 있다. 따라서 특검은 파악된 사실을 토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하루빨리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대통령실의 충정을 깊이 헤아려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 최금락 홍보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