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창중 칼럼세상> 

     친박계? 소리만 들어도 속이 메스껍다

     

  • 신(神)이시여, 존재하십니까? 박근혜가 새누리당 대변인에 김재원 의원을 내정하고…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또 골수(骨髓) 친박계? 홍사덕·송영선이 구설수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또 친박계를 중용하다니. 

    정말 고집불통이군! 하다가 아침에 일어나보니 조선일보 한 구석에 김재원이 기자들과 저녁 식사하며 쏟아낸 막말들이 보도된 걸 보고 신이시여, 존재하십니까? 하고 혼잣말을 했다. 김재원? 그럴 사람 아닌데…하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김재원이 내 눈에 들어온 건 지금으로부터 8년 전, 그가 초선의원인데도 당돌하게 원내대표까지 지낸 김덕룡과 TV 앵커출신으로 각광 받다가 정계에 입문한 박성범을 지방선거 공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을 때. 

    김재원, 나이 40살, 이런 젊은 정치인이 있구나! 난 너무 그의 기개에 감탄해 전화를 걸었다.

    “내가 막걸리 한잔 사겠다.”

    청진동 해장국집에서 만나 생선전과 술국을 시켜 놓고 대한민국 정치가 정말 나아져야 한다고 소리소리 지르며 통음했다. 

    그런데, 2007년 친이계가 정권을 잡자 그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졌다. 그러면 친박연대나 무소속으로 출마하겠구나. 이런 짐작을 하던 차에 김재원이 전화를 해왔다.

    “공천 떨어졌지만 구질구질하게 출마하지 않고 4년 쉬려합니다.” 

    그래?

    김재원은 정치를 쉬고 북경대학교에 가서 중국어 배우다가 정치평론가로 변신해 재기를 모색했다. 드디어 박근혜가 당권을 장악하고, 공천도 쉽게 받고, 지역에서도 너끈히 당선됐다. 

    이젠 잘 풀리겠지, 그러나 대선캠프에서 중책을 맡는 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도 좋을 게 없고 김재원 자신의 장기적 정치 플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 음지에서 일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대변인에 기용된 지 하룻만에 덜컥 낙마! 이게 정치라는 거구나! 

    홍사덕? 그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저녁식사 약속 있으면 운전기사 먼저 보내고 혼자 택시 타고 갈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특히 돈 문제에 관한 한 깨끗한 걸로 정평이 나있는데, 어떻게 돈 구설수에 오르나? 

    한번은 이기택 전 민주당 대표가 혀를 내두르며 말을 했다.

    “야~ 홍사덕 집에 가봤더니 지은 지 30년 다 된 아파트에 살고 안에 들어가 보니 책만 거실에 가득하더라.”

    음식점도 한 곳만 대놓고 가서 먹을 정도로 흥청망청 세상을 살지 않는 홍사덕. 

    또 이해할 수 없는 게 송영선이다. 남자 10명은 내동댕이칠 여장부이지만 그야말로 목에 칼 들어와도 돈 같은 문제를 놓고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사람이 아닌데도, 왜 그랬을까? 내가 사람 속을 잘 몰랐기 때문에 오판한 걸까? 

    난 솔직히 말해 정치부 기자 30년 넘게 했지만 이들이 낙마하는 걸 보고 대단히 혼란스럽다. 그러나 이들과 언론인으로서 쌓은 인간적 관계를 다 무시하고 다시 결론을 내렸다. 

    마이웨이식 박근혜의 오만이고 개인적 인연을 끊지 못하는 박근혜의 용인술이 빚은 한계이고, 5년 만에 권력 잡은 친박계의 탐욕이고 자기도취! 

     이들 모두 ‘박근혜 대통령’만을 생각하며 5년을 보냈지만 애초부터 나서서는 안됐던 것! 홍사덕은 종로에 출마한 것 자체가 무리였고, 낙선했음에도 경선캠프 공동대표 맡아 전면에 나선 것도 탐욕이고, 송영선이 여의도 앞에 오피스텔 열어 박근혜에 대한 충성을 쌓으려고 했던 것, 모두 과욕이다. 

    정권이 코앞에 다가왔으니 이 기회에 한탕 해보려고 과속하다가 제대로 앞도 보지 못하고 빚은 추돌사고! 정말 왜들 그러나! 

    박근혜? 친이계 설쳐대는 것 그렇게 꼴 보기 싫어하더니, 제 사람 중용하고 친정체제 만들어 한마디 하면 확 돌아가게 하려는 것도 똑같다. 이번에도 대변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제 사람 심으려다 이 난리 난 것!  그렇게 친이계 욕해대던 친박계가 당권 잡자마자 사고 쳐대는 것도 똑같고!

    박근혜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친박계를 해산하지 않거나, 친박계 스스로 해산하지 않는다면? 과거사 문제처럼 벌써 국민과의 ‘오기 싸움’이 또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집권당이 친박계의 전유물인가! 친박계 ? 소리만 들어도 속까지 느글느글 메스꺼워진다. 지켜보겠다. 박근혜와 친박계가 이기는지, 민심이 이기는지!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 칼럼니스트/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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