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설픈 경제민주화, 유신 논쟁을 부른다

    어설픈 중도시장 공략하다, 과거세력으로 내몰려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 /뉴데일리 논설실장
       


  •   현재까지 이번 대선에서의 후보 구도는 완성되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박근혜 후보로 일찌감치 정해졌으나 야권에서는 누가 나올지 전혀 예측되지 않고 있다. 대충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와 외곽의 안철수 원장이 단일화하여 박근혜 후보와 일대 일 승부를 할 거라 예측들 하고 있으나 이것도 불확실하다. 안철수라는 존재가 어디로 튈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보자의 구도는 결정되지 않았다 해도 대략적인 대선 이슈는 윤곽이 드러났다. 경제민주화와 유신이다.

    경제민주화는 현재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간에 총론적으로 이견이 없는 대선 이슈이다. 경제민주화는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MB 정부 들어 급격히 좌익으로 사상 전향하며 내세운 노선이다. 이 때문에 표절까지 운운하지만, 실제 정책 하나하나 따져보면 현재의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서 늘 떠들던 재벌 규제, 보편적 복지확대, 부자증세를 그대로 따온 것이다. 그러니 누가 누구에게 표절을 물을 자격도 없다.

    경제, 통일 이슈 차별점 없어, 40년 전 과거사 전쟁으로 이슈 이동

    문제는 대선을 놓고 경쟁하는 여야 간에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이 사실상 똑같아지다 보니 경제 이슈가 제대로 뜨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선의 경우 증세와 감세를 놓고 강한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이는 한국에도 그대로 이어져 2002년 대선과 2007년 대선에서도 법인세 등 증세와 감세로 나뉘어졌다. 증세와 감세는 성장과 복지 등등으로 세분화된 공약으로 또 나눠진다. 이런 큰 기준으로 다양한 경제정책들을 내놓으며 상호 경쟁하는 것이다.

    그러나 2012년 대선에서는 양당이 똑같이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다보니, 같은 정책을 놓고 표절 논란 혹은 진정성 논란에만 머물러있다. 억울한 측은 민주통합당이다. 1955년 민주당 창당 이래 최초로 종북당과도 손을 잡으며 가장 왼쪽의 정책을 대폭 수용했는데도, 새누리당이 같이 왼쪽으로 옮겨가면서 정책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특성 상 경제정책보다 더 중요한 대북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 시점과 방식을 놓고 약간의 이견만 있을 뿐, 큰 이슈가 될 것 같지 않다. 야당으로선 김정일 사후 30대도 안된 김정은 3대 세습 체제를 인정하고, 이들에게 지원을 하자는 말을 꺼내기 어색해서 이 이슈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통일 이슈만 나오면 수구세력으로 몰려 표떨어질까 벌벌 떠는 새누리당으로서는 반색할 일이다. 북한인권법 제정, 조속한 통일담론 제안 등 공격적 대북 이슈를 제기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와 통일 이슈가 불붙지 않다보니 차별점은 약 반세기 전 과거로 돌아간다. 이미 5.16 군사 쿠테타(혁명)의 정당성 논쟁이 벌어졌고, 장준하 타살 의혹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유신 논쟁이다. 이 이슈를 누가 제일 먼저 제기했냐는 따질 필요도 없다.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통일 이슈가 빠진 상황, 그것도 야당이 회심의 카드로 준비해온 경제민주화 이슈를 빼앗겼다면, 당연히 손쉽게 차별화할 수 있는 과거사 논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그것도 전체적인 판세에서 야당이 밀린다면 더욱 그렇다. 똑같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게 되면 당연히 진정성 논란으로 번지고, 진정성을 확인한다는 명분으로 과거를 끌고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만 보면 박정희 정권 때 벌어진 모든 역사적 사건이 대선 이슈가 될 전망이다.

    박근혜 후보, 전태일 재단 방문 등은 친노종북 입장에선 거점 침공으로 받아들여

    이런 과거사 전쟁을 펼치게 되면 야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안그래도 야당의 경우 지난 5년 내내 수권능력은 보여주지 않고, 거리로 촛불 들고 나간 난동 세력으로 찍혀있다. 대선 기간조차 국가경영을 말하지 않고 과거사 투쟁만 벌인다면 선거를 제대로 치르기도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여당도 무조건 반기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국가 중대사는 내팽겨치고 40년 전의 일을 끄집어내는 야당도 한심하게 보이지만,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미래 지향적 이슈를 던지지 못해, 야당과의 진흙탕 과거사 논쟁에서 뺘져나오지 못하는 여당 역시 국민들에게 “다음 정권 들어서면 5년 내내 40년전 일로 개싸움 하겠구나”라는 불안감을 증폭시키게 된다. 안 그래도 현재 안철수라는 제3세력이 장외에서 하이에나처럼 돌아다니고 있는 판에, 여야가 과거사 싸움에 매달리는 건 양자 모두 자해행위이다.

    박근혜 후보 측이 의욕적으로 시도하는 국민통합 행보도 마찬가지이다. 어차피 국민 전체의 자산이나 다름없는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을 찾는 건 너무나 당연한 행보이다. 그러나 전태일 재단과 쌍용차 농성 현장, 용산 참사 현장 등을 찾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이는 친노종북 세력들의 국민 선동을 위한 주요 거점지역이다. 이런 곳을 방문한다는 건 야당 입장에선 거점을 공격하러 들어온 침공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들을 둘러싼 세력이 진정한 소통에 응할 만큼 건강하지도 않다. 즉 낡은 친노종북 기득권 세력의 거점을 치고 들어가 소모적인 정쟁만 유발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수우파의 입장에서 좌파와의 소통 혹은 좌파로의 영역 확장을 꾀한다면 이런 방식은 위험하다. 좌파의 가치로 보자면 당연히 다뤄야할 사안임에도 정략적 목적으로 이를 은폐하고 탄압하는 요소요소를 찾아, 이를 이슈화시켜야 한다. 그 대표적 사안 둘만 들자면 포털과 방송사 작가 문제이다.

    친노종북 세력이 정략적으로 은폐하는 포털, 방송작가 등 좌파적 개혁이슈 찾아야

    포털은 재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터넷에서 경제는 물론 정치와 언론까지 장악한 괴물이다. 이들에 찍히는 순간 시장에서 바로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경제권력에다 검색과 언론권력을 한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노종북 세력은 자신들의 우군이란 이유로 이를 이슈화시키지 않고 있다. 이런 포털의 독재에 신음하는 수많은 벤처, IT기업들을 위해 포털 개혁담론을 제기한다고 치자. 친노종북 진영에서 이에 대해 반론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면 이런 걸 해야하는 것이다.

    방송사 작가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독점화된 지상파 방송시장 구도에서 귀족노조들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 작가와 PD들을 착취해왔다. 방송사 귀족노조 자체가 친노종북의 핵심세력이다 보니 당연히 이 문제는 이슈도 될 수 없고, 해결책을 찾을 수도 없다.

    왜 보수우파는 이런 문제를 시장의 원리로 이슈화시키지 못하는가. 비정규직 작가와 PD들만 아군으로 만들어도 온갖 거짓선동의 주범은 방송사 귀족노조 권력은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다.

    이런 것들 말고도 친노종북 세력들이 권력을 위해 은폐하는 좌파적 가치를 담은 개혁사안은 수두룩하다.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 내세우는 세력은 이런 거 하나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기득권 좌파 세력만 쫓아다니고 있는 격이다.

    새누리당의 어설픈 중도 공략, 제3세력에 중원 내주고 40년전 과거로 내몰릴 위험성

    현재 새누리당은 성장을 이야기하고 통일을 이야기하면 수구세력으로 몰릴까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과 통일 없이는 현재 대한민국 전체 국민이 처한 현실을 극복할 수 없다. 가계부채, 청년실업, 고령화 문제 등을 성장과 통일없이 세금 나누기만으로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가. 그와 더불어 포털 등 인터넷 시장, 방송사 작가 등 방송시장, 대중문화 시장 , 청년창업 시장 등 젊은층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시장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개혁해줘야 한다. 성장과 통일이라는 거시적 차원의 국가발전 전략 내에서 각종 다양한 시장 개혁을 통해 약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의미의 좌우통합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새누리당이 공격적으로 이슈화시키지 못한다면 끊임없이 유신과 5.16 등 케케묵은 과거사 논쟁에 휘말리며 중원의 거대한 공간을 안철수 등 제3세력에 내줄 위협에 처하게 된다. 중도표를 얻겠다며 통합진보당의 정책이나 따라가자고 선동하는 새누리당 내의 일부 세력들이야마로 중도시장에서 새누리당을 퇴출시키며 40년 전 과거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