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전기차 전략국가로 한국 선정..르노닛산, 현대기아, 쉐보레도 출시 고려 중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전기차. 美캘리포니아州에서는 이미 몇 백 대 이상의 전기차가 주행 중이라고 하나 전체 자동차 수에 비해서는 여전히 드물다. 미국 소비자들이 아직은 ‘연비’에 그리 민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세계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이 제도도, 인프라도 미흡한 한국에서 ‘전기차 세계대전’을 펼치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연비에 매우 예민한 한국 소비자들에 주목한 것이다.

     

    폭스바겐, 최초로 '한국서 2014년 양산 전기차 출시' 공식선언

    이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르노삼성과 닛산 등을 통해 2013년 하반기부터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공언했고 국내 대기업과 인프라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또한 이르면 2013년, 늦어도 2014년까지는 전기차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쉐보레도 하이브리드 전기차 ‘볼트’의 출시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폭스바겐이 2014년부터 한국 시장에 전기차를 내놓기로 하고, 9월 3일 로드쇼를 가졌다.

    폭스바겐코리아(사장 박동훈)는 9월 3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골프-e-블루모션 로드쇼’를 진행했다.

  • ▲ 폭스바겐이 공개한 전기차 '골프 e-블루모션'. 기존 골프의 차대를 사용해 승차감이나 운동성능은 그대로다.
    ▲ 폭스바겐이 공개한 전기차 '골프 e-블루모션'. 기존 골프의 차대를 사용해 승차감이나 운동성능은 그대로다.

    로드쇼에서 폭스바겐은 베스트셀러 ‘골프’를 베이스로 만든 ‘골프 e-블루모션’을 소개하며, 그룹이 선정한 18개 전기차 전략국가 중 하나로 한국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는 순수 전기차를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폭스바겐은 2013년 첫 양산 전기차 보급을 계획 중이다. 전기차 출시에 앞서 주요 전략국가에서 ‘골프-e-블루모션 로드쇼’를 갖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은 독일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아일랜드, 스위스, 벨기에,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등을 ‘전기차 전략국가’로 꼽았다.

  • ▲ '코뚫린 골프'. 폭스바겐이 이번 로드쇼에 선 보인 '골프 e-블루모션'. 전기 충전기를 꽃은 게 마치 코뚜레 뚫린 것처럼 보인다.
    ▲ '코뚫린 골프'. 폭스바겐이 이번 로드쇼에 선 보인 '골프 e-블루모션'. 전기 충전기를 꽃은 게 마치 코뚜레 뚫린 것처럼 보인다.

    폭스바겐 그룹은 2018년 세계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E-모빌리티(전기차량)’ 분야에서도 수위권에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 2013년을 전기차 보급 원년으로 삼아 ‘골프-e-블루모션’, ‘e-up!’ 등 이미 양산 준비를 마친 순수 전기차들을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이번 로드쇼에 등장한 ‘골프-e-블루모션’은 폭스바겐이 첫 양산하는 순수 전기차다.

    디자인은 일반 골프와 똑같다. 하지만 엔진룸에는 최고 출력 115마력(85kW)의 전기 모터가 들어 있다. 26.5kW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한번 충전으로 최대 150km 주행할 수 있다.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배치했다. 덕분에 골프 고유의 밸런스는 그대로 유지했다.

    전기차의 특성대로 27.6kg.m (270Nm)의 최대 토크가 시동을 걸자마자 나타난다.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11.8초로 중대형 가솔린 세단급이다.

  • ▲ 폭스바겐 전기차 '골프 e-블루모션'의 실내. 엔진 차량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 폭스바겐 전기차 '골프 e-블루모션'의 실내. 엔진 차량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폭스바겐 그룹은 독일에서 일반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골프-e-블루모션’으로 일상 생활을 하는 테스트를 실시했다. 총 50만km가 넘는 주행 테스트 중 도심 운전과 주변 이동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선방 날린 폭스바겐, 눈치보던 닛산, 쉐보레, 현대기아도 뛰어들까

    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은 폭스바겐의 전기차 출시에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 밝혔다.

    “한국이 전기차 전략국가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친환경 디젤 분야의 대표 브랜드라는 폭스바겐의 위치를 더욱 강화해 전기차까지 포함하는 최고의 친환경 브랜드로 업그레이드 해나갈 것이다. 단순히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차량이 아닌 다이내믹한 운전 재미와 경제성, 실용성까지 모두 만족하는 폭스바겐 전기차를 2014년 성공리에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 ▲ 닛산의 양산 전기차 '리프'. 고객 만족도도 괜찮다. 닛산의 소형차 마치의 차대를 활용했다.
    ▲ 닛산의 양산 전기차 '리프'. 고객 만족도도 괜찮다. 닛산의 소형차 마치의 차대를 활용했다.

    폭스바겐의 ‘골프-e-블루모션’ 출시에 다른 브랜드들의 전기차 출시 계획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쉐보레는 이미 하이브리드 전기차 ‘볼트’를 국내에 들여와 시험용 및 언론 시승용으로 운영하고 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인기를 끈 ‘리프’ 출시 시기를 가늠하는 한편 르노삼성의 SM3를 베이스로 한 ‘전기차 리스 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 준비를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과 함께 실시하고 있다.

  • ▲ GM쉐보레의 하이브리드 전기차 '볼트' 초기 모형. 현재 국내에서 시험운행 중인 '볼트'와는 약간 다르다.
    ▲ GM쉐보레의 하이브리드 전기차 '볼트' 초기 모형. 현재 국내에서 시험운행 중인 '볼트'와는 약간 다르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전기차를 출시하고자 해도 장애물이 있다. 정부와 이익집단들이다.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은 막대한 지원금은 물론 인프라 구축에도 열심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일본의 전기차 보급 노력은 대단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기차 인프라 구축은 물론 차량구입 시 지원금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한국이 전기차 세계대전장 되면 좋은 점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치자 영세한 전기차 업체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여기다 지경부 등 정부부처가 개입해 '보여주기식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기차 개발은 중구난방으로 진행됐다.

    5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일반 도로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국산 전기차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내 것이 최고'라고 외치던 영세 전기차 업체 대부분은 문을 닫았다.

  • ▲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차가 선보인 전기차를 시승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차가 선보인 전기차를 시승하고 있다.

    국회와 국토해양부 등도 문제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전기차 이용이 편리하도록 자동차 관련 법률을 개정했다. 반면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은 60년대 수준이다. 세법도 문제다. 유럽 등에서는 차량의 출력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탄소배출량은 일종의 '가감 요소'로 적용한다. 반면 우리나라 자동차 세법은 여전히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차량의 '뻥마력' 문제가 계속 생기고 있다).

    석유기업들도 문제다. 해외의 메이저 석유업체들은 차세대 에너지 시장 선점을 위해 전기차 인프라 구축 및 배터리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내 정유업체들은 이에 대해 "지금도 돈 잘 버는데 왜 해야 하나"고 반문한다. 일부 자동차 업체들의 대답도 "지금 이대로가 좋아"이다.

    전력회사 또한 전기차 사업 활성화를 위한 스마트 그리드 구축, 개별 독립형 발전시설 설치, 전기차 충전소 사업 등을 위한 로드맵이나 시나리오를 작성하면서 재벌기업만 따라가는 형국이다.

    이러니 세계적으로도 연비에 가장 예민하다는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전기차를 국내에 출시하기 어렵다.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 이익이 되는 면이 훨씬 많다. 먼저 전기차를 사게 되면 각 가정마다 비상용 발전기를 갖게 되는 셈이다. 전기차는 전력시설이 마비될 때 1~2일 정도는 각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있는 충전지 역할을 한다.  

    자동차 생활도 바뀐다. 주차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충전소를 결합하면 도시에서의 전력사용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 전기요금과 연료비 또한 상당히 낮출 수 있다. 도심에서의 소음도 줄어든다.

    이런 것들이 결합되면서 사회 전반적인 '비용'이 줄어들면서 물가에도 영향을 주며, 자동차를 보는 시각도 달라지게 된다.

    폭스바겐이 2014년 양산 전기차를 출시하고, 다른 업체들이 대응을 서두른다면 우리 사회의 혁명에 방아쇠를 당기는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