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사관 앞서 양심선언 기자회견"당시 고문할 때 죄책감 느끼지 않았다"
  • ▲ 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에 대한 인권유린 및 한국인에 대한 고문사실 증언 기자회견에서 중국공안 출신 이규호(41)씨가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 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에 대한 인권유린 및 한국인에 대한 고문사실 증언 기자회견에서 중국공안 출신 이규호(41)씨가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김영환 씨의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 공안 출신인 조선족 이규호씨(41)는 1일 서울 중국대사관 맞은편 옥인교회 앞에서 열린 '중국의 탈북자 북송반대' 집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구금됐다 최근 풀려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49)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전기고문 등 인권유린을 당했다고 주장한데 대한 증언하고 나선 것이다.

    "김영환의 발언을 듣고 중국 정부에 분노했다. 이번 양심선언을 통해 탈북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지난 2월 박영선 전 의원의 단식소식을 듣고 현장을 방문해 감동을 받았다. 4월에는 한국에 온 북한자유연합 수잔솔티 대표의 연설에 또 감동을 받았다."

    이날 이규호 씨는 공안으로 근무할 당시 입었던 제복과 모자 등을 착용했다. 공안 공무원증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행했던 고문 사실을 고백했다.

    1996년 겨울, 선양시 서탑파출소에서 근무하던 이규호 씨는 30대 후반 무렵의 한 남성을 심문했다. 이 남성이 신분증도 없었으며 묻는 말에 대답도 하지 않자 이규호 씨와 서너 명의 동료들은 전기충격 방망이와 발뒤꿈치로 4~5시간 정도 그를 구타했다.

    "옷을 벗겨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기가 흐르는 방망이로 고문을 하면, 무릎을 꿇고 앉아서 까무러친다. … 당시 그가 조선(북한)으로만 보내지 말고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파출소장에게 보고했고 이튿날 단둥 국경을 거쳐 북송됐다고 들었다."

    1995년부터 근무를 시작한 이 씨는 2002년 부당하게 해고당한 뒤 복직 소송을 벌여오다 2010년 2월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경찰국의 최말단 조직인 파출소에도 고문 장치인 전기방망이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고문을 하는 동안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중국에서 고문은 늘상 있는 일이고 당연한 일이다. 취업차 한국에 와보니 고문이 심각한 인권침해인 것을 알게됐고 죄책감을 느꼈다."

  • ▲ 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에 대한 인권유린 및 한국인에 대한 고문사실 증언 기자회견에서 중국공안 출신 이규호(41)씨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에 대한 인권유린 및 한국인에 대한 고문사실 증언 기자회견에서 중국공안 출신 이규호(41)씨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규호 씨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단순한 시비와 취객 등으로 잡혀온 사람들도 구류실에 구금해놓고 폭행한다.

    "중국 정부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되는 사람이라고 추정되면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고문을 진행한다. … 탈북자뿐 아니라 한국인을 포함해 술 한잔 먹고 실수한 사람들조차 철제 감방에 넣어 놓고 발로 차고 때렸다."

    "많이 체포하면 할수록 상여금을 받고 승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공안들은 고문을 통해서 반강제적으로 혐의를 시인하게 한다. 공안들은 체포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

    "공안원은 체포된 사람의 이력서를 통해 시골 출신인지, 부잣집 출신인지를 확인한다. 고위공무원과 관련돼 있지 않고 소외된 사람인 사실이 확인되면 강도를 높여서 고문한다."

    이규호 씨는 현재 방문취업비자로 국내에 체류하면서 일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김규호 탈북난민구출네트워크 대표는 "이씨가 중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자가 만료되면 난민지위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 ▲ 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에 대한 인권유린 및 한국인에 대한 고문사실 증언 기자회견에서 중국공안 출신 이규호(41)씨(왼쪽 두번째)와 참석자들이 중국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 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에 대한 인권유린 및 한국인에 대한 고문사실 증언 기자회견에서 중국공안 출신 이규호(41)씨(왼쪽 두번째)와 참석자들이 중국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31일 '김영환 씨 고문 의혹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밝혀 달라'는 언론의 질의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중국의 주관 부문은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 중국은 한국인 사건 연루자(김영환씨)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했다"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인터넷 홈페이지 공식 논평란을 이용하지 않고 개별 언론사에 입장을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2일 "이규호 씨의 증언처럼 중국 공안이 국적을 불문하고 반인권적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면 이는 결코 중국 내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 당국은 더 이상 고문 사실을 은폐하지 말고 반인권적 가혹행위에 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공안의 가혹 행위를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계속 오리발을 내민다면 이는 중국 스스로 인권유린국임을 자인하는 셈이며,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이 제대로된 문명국이라면 김영환씨 고문 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철저한 진상 조사는 물론 피해자 및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사과, 피해 보상 등 중국의 전향적인 대처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