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16일 정밀 건강검진 결과 발표"고문 뒤 극도의 불안함 시달리며 두려움 느껴"
  •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정밀 건강검진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이 나왔다.

    지난 3월29일 중국 국가안전부(MSS)에 억류돼 지난달 20일 석방된 김씨는 이 기간동안 국가안전부 요원들에 의해 안면 등을 구타를 당하고 고압 전류에 의해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16일 신체에 구타나 전기 고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고문후유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4월 10일부터 5~6일 동안 전신 구타, 전기 고문 등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안면부 MRI와 3차원 CT 소견에 골절이나 부종 등의 이상 소견은 없었다. 몸에 화상이나 구타의 흔적, 관절 이상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 전상훈 홍보대외정책실장

    의료진은 김 씨가 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한 시점부터 약 두 달 동안 '급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정신 증상을 앓은 것으로 판단 된다고도 했다. 현재 회복기로 판단한다며 지속적인 추적 검사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 ▲ 중국에 억류돼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정밀 건강검진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이 16일 나왔다. ⓒ 뉴데일리
    ▲ 중국에 억류돼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정밀 건강검진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이 16일 나왔다. ⓒ 뉴데일리

    전 실장은 그러나 고문 흔적과 관련해서는 "안면부와 전신에 남아 있는 외상의 흔적은 없으며 육체적으로 양호한 건강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국가안전부 요원들이 석방 석달 전부터 고문을 멈춰 고문 흔적을 아물게 했다고 주장해왔다.

    김 씨는 고문 뒤 강한 두려움, 수치심과 더불어 주변의 책상이나 벽을 부숴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과 분노 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치소로 이동한 이후에도 고문이 다시 반복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극도의 불안 등이 지속됐다는 뜻이다.  

    김씨를 검진한 김정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 주관적인 불편감은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문에 대한 생각과 두려움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감금으로 PTSD가 생길 수 있으나, 600여 항목의 정신분석조사에서 고문 후유증에 대한 진술의 성실성과 일관성이 뚜렷하게 나오고 고문 시점과 증상 발현 시기가 일치해 김 씨의 PTSD는 고문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

    PTSD는 전쟁, 고문, 재해, 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고 난 뒤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이를 계속해서 재경험하거나 회피하는 고통을 느끼는 정신질환이며 공황장애나 충동조절장애, 우울증, 약물남용 등을 겪을 수 있다.

    국제의학계에서는 피해자가 고문을 당한 정황이 뚜렷하고, 복수(複數)의 피해자가 나올 경우, PTSD를 고문의 증거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

    김 씨는 지난 13~14일 이틀간 가정의학과, 피부과, 성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신체 전반과 피부 화상 흔적, 안면 구타관련 검진, 정신상태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았다.

    이번 검진 결과에 대해 '김영환 고문대책회의'는 김영환 씨 전기고문에 대한 청원을 '유엔의 고문과 기타 비인간적이며 모멸적인 처우 및 처벌에 대한 특별보고관'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의회에 청문회 개최를 의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