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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칼럼세상>
칠전팔기 박지원의 미래
이명박 정권의 물러터진 검찰이 이번에 박지원’을 거꾸러뜨려 정치생명을 끊을 수 있다?
한명숙이 무죄 받게 해 버젓이 금배지 달고 재기하게 한 그 실력과 결기를 갖고?
한명숙 수십명을 합쳐놓고도 모자랄 박지원을! 칠전팔기의 박지원을!대한민국 검찰의 검객(劍客)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지금 검찰은 저축은행 비리 수사 과정에서 1억인가 하는 돈을 찾아낸 걸 대단한 개가로 생각해 박지원은 충분히 잡아넣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천만의 말씀이 되고야 말 것임을!
우선 검찰이 박지원의 머릿속에 내장된 ‘탈출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대단히 ‘정치적으로’ 접근하면서 박지원의 전술에 대응하는 데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기울이지 않으면 박지원한테 대한민국 검찰이 무릎 꿇게 되는 굴욕을 겪고야 말 것! 감히 예언한다.
박지원이 정두언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에 민주당을 전격 참여시켜 검찰의 손발을 묶으려하자 검찰이 곧바로 다음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걸 보면 박지원이 그렇게 나올 줄 몰랐다는 반증! 검찰에 대한민국 수재들이 다 모여 있다하지만 박지원의 ‘꾀’를 당하기엔 순진한 것!
검찰이 이 정도의 정치 감각을 갖고 박지원한테 대응한다면 필패! 검찰의 전격 소환 통보? 박지원은 그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 정도에 겁먹고 순한 양이 되어 검찰청으로 걸어 들어갈 박지원이라면 오늘의 박지원이 결코 될 수 없었다.
단언하건대, 박지원은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대선 정국’과 절묘하게 걸어 검찰이 질려버릴 정도로 확대 재생산하고 나설 것! 그래서 대선 정국에서 어디로 정권이 가느냐, 눈치 볼 수밖에 없는 검찰을 향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융단폭격’으로 되돌려 주려할 것!
또 한편으로는 검찰과 이명박 정권을 향해 ‘빅딜'을 시도하겠다는 사인을 은밀히 보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려고도 할 것-이게 어렵다고 최종 확인되면 검찰을 수세에 빠뜨리기 위해 기발한 술책들을 구사할 것!
박지원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데는 천재다. 어떻게 만드느냐?
첫째, 박지원이 어제 국회 본회의 대표연설에서 MB 정권의 ‘대선자금’ 수사를 언급한 대목에서 착상할 필요가 있다. 박지원은 검찰총장 내정자 천성관이 해외여행 때 신용카드 쓴 것까지 빼내 낙마시킬 만큼 마당발 정보통. MB의 대선자금에 관해 캐낸 비밀 몇 가지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큰 것으로.
‘대선자금’이라는 판도라 상자 뚜껑을 열듯 말듯하면서 문제를 키워가며 검찰과 MB 정권을 향해 협박하고, 또 한편으론 타협하는 카드로 활용할 게 뻔하다. ‘대선자금 문제’를 ‘박지원 문제’와 비등할 정도로만 키우는 데 성공하면? 박지원은 이번 국회 회기가 끝나는 8월3일 이전까지 대선자금 문제를 박지원 문제 수준으로 키우려 할 것! 이러고도 남을 박지원! 그러면 검찰이 박지원을 강제 소환할 수 있다?
이건 김대중의 전형적인 수법-본말(本末)을 지능적으로 전도시켜 오히려 상대방을 역풍 속으로 빠뜨리는 것! DJ의 사유체계를 연구해보면 박지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김대중의 황태자가 박지원이니까.
박지원이 지난 4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대선 정국을 앞두고 내 입을 막기 위해 박지원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는 난 무릎을 쳤다. 저거구나, 여차하면 대선자금을 끌어들이려는.
둘째, ‘목포’를 자극하는 전술! 박지원이 “내가 돈 받았다면 (지역구인) 목포 역전에서 할복이라도 하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검찰은 ‘목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박지원은 목포를 입에 올렸을까? 박지원이 현재 호남에서 미치고 있는 정치적 몸집을 김대중 시절의 박지원 정도로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박지원, 엄청 컸다. DJ가 위기에 몰릴 때마다 광주, 목포를 반드시 언급해 지역감정에 불 붙이는 것 그대로.
일본에서, 정치인을 손대면 100% 구속시키는 도쿄 지검 특수부도 올 1월 민주당 정권을 만든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에 대해 압수수색까지 하고서도 쇠고랑을 채우지 못했다. 오자와? 27살에 일약 중의원에 당선되자마자 일본 금권(金權)정치의 전설이라는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를 찾아간 오자와, 그 밑에서 정치에 관해 수많은 훈련을 받았다.
김영삼 김대중도 대한민국 금권정치의 거두! 특히 DJ의 기발한 돈 관리 수법, 그 밑에서 정치를 터득한 박지원.
검찰이 대선자금 문제를 걸고 넘어지려는 박지원을 잘못 다루면 박지원은 야당의 대선 정국에 엄청난 기여를 하게 되고, 결국 이번 대선에서 야당이 이길 경우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 이명박 검찰이 한명숙한테 죽 쒔던 것처럼.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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