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개혁이 담보되지 않은 경제적 성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결국은 사회불안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방정식이다."
    아시아를 순방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몽골에서 열린 민주화 운동가 국제포럼에서 한 말이다.

    클린턴이 몽골을 찾은 것은 그간 군사적 분야에 치우친 아시아 외교정책의 중심을 경제 쪽으로 조정하려는 차원으로 읽힌다. 미국과 중국 업체는 현재 몽골 타반 톨고이의 광산개발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이 이날 연설에서 중국을 단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 메시지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분명했다고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클린턴은 연설에서 "정치 해방 없이는 종국적으로 경제 해방을 이룰 수 없다"며 "정치적 의사 표현을 단속하고 국민의 눈과 입, 귀를 통제하는 것으로 치안이 유지된다는 환상에 빠질 수는 있겠지만 환상은 결국 사라진다"고 했다.

    그는 "경제 개방과 언론자유의 폐쇄를 병행하는 국가들은 비용을 치르게 돼있다"며 "그런 접근법은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수적인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말살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0여년간 두자릿수 성장률을 구가하다 최근 경기둔화에 빠진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민주적 가치가 서구사회에만 적용된다는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의 1990년대 논리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비정부기구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유일하게 아시아에서만 정치적 자유와 시민권이 꾸준히 신장됐다는 것이다.

    반면 아시아에서도 민주화를 이룬 나라와 달리 어떤 국가는 24시간 내내 자국민의 정보 접근을 통제하고 민주 운동가를 구금하며 지도자를 스스로 뽑을 시민권을 유린하는 국가들도 있다고 빈정댔다.

    NYT는 어법에서 아주 명쾌하고 모호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는 클린턴의 이런 발언이 중국으로서는 아주 민감한 시기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력 교체기를 맞아 최고권부 내에서 전례없는 이전투구 양상이 빚어지고, 환경을 비롯해 각종 사회적 이슈를 놓고서도 사면초가로 내몰리는 중국을 향해 작심한 듯이 거침없는 표현들을 쏟아냈다는 인식이다.

    최근 미국은 몽골을 독재에서 민주국가로 전환된 대표적 성공 사례로 여기면서 관계개선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점을 중시하기 때문으로 뉴욕 타임스는 봤다.

    실제로 최근 양국 협력관계는 날로 좋아지고 있다. 미국은 매년 몽골에 막대한 원조를 제공하면서 학생 수 천명에게 비자를 발급하고 있고, 몽골은 미국의 요구대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백악관에서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 부부과 만찬을 했고, 조 바이든 부통령은 몽골로 건너가 `찬란한 민주주의'의 개화를 칭송하기도 했다.

    클린턴도 이날 울란바토르에서 엘베그도르지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서방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가 몽골이다. 그게 의심된다면 직접 몽골에 와보면 된다"고 치켜세웠다.

    이날 NYT는 해외판인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을 통해 클린턴 장관이 아시아 순방에서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이는 미국 아시아 외교의 중심이 군사에서 경제로 옮겨지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