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 없는 폭력으로부터 ‘운행하는 화물차’ 보호해야
  • 파업에 앞장서던 광부 아버지가 아들의 발레리노 꿈을 실현해주기 위해 일자리 버스에 오른다. 사람들은 배신자라고 손가락질하며 달걀을 던진다. 아버지는 고개를 들지 못한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명장면 중 하나다.  

    관객들은 아들의 춤을 본 아버지가 감동해 아들의 하나뿐인 꿈을 실현시켜 주고자 파업하는 동료들을 벗어나 돈을 벌러 가는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 딱한 사정을 동료들이 이해해 계란 세례 대신 격려를 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는 사실적이었다. 달리는 버스에 대고 동료들은 온갖 비난을 퍼붓는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이들의 차가 불타고 협박 당했으며 폭행까지 당했다.

    25일 화물연대가 요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 전면운송거부에 들어갔다. 2003년, 2008년도에 이어 4년만에 또다시 전국적 실력행사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이 과격한 구호가 화물연대가 내걸은 문구다. 얼마나 거칠게 나올지 예고하는 대목이다.

    화물연대는 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비조합원들에게까지 운송을 못하게 압박을 가했다.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연대 조합원이든 아니든, 생각이 같든 다르든 전혀 중요치 않은 것이다.

    불과 이틀만에 뉴스에선 수십대의 비조합원 트럭이 불에 탔다는 보도와 비조합원에 대한 폭력 행위, 경찰 폭행, 계란세례, 협박 등 불법행위가 연신 보도됐다.

    비조합원 트럭 화재사건을 두고 화물연대의 한 간부는 정부나 특정세력이 사회적 반작용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공작을 펼친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글쎄올시다.

    이미 2008년 총파업때 이들의 도를 넘은 불법행위는 널리 알려진 일이 아니던가. 집단 폭행, 엄청난 소음에 신고한 주민에 대한 협박까지. 당시 무능한 경찰을 탓하는 민원도 셀수 없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4년이 지나도 이들은 마찬가지였다. 일을 하러 가는 비조합원 트럭을 다른 트럭으로 막아서거나 달걀을 던지는 조합원들. 일부 언론은 비조합원이 달걀을 맞아도 이들이 아무말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서 화물연대의 일방적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이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아버지는 파업 때문에 아들에게 꿈을 접으라고 말하지 않았다. 죄인이 된 심정으로 동료들의 비난을 받으면서 돈을 벌러 떠난다. 관객의 마음이 되어 이들의 편이 되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서 화물연대로부터 강력하게 비조합원의 운행을 보호해줘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이미 운송에 참여하는 차량에 대해 통행료 감면 및 경찰 에스코트 등을 시행하고 불법 운송방해행위로 인한 차량 파손 등의 피해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액 보상해 줄 방침이다.  

    반면 불법 집단행동에 참가해 운송을 거부하는 화물운전자에 대해서는 규정에 따라 6개월간 유가보조금 지급을 정지하고 차량을 이용해 불법으로 교통방해를 하거나 운송방해를 할 경우에는 운전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 화물운송종사자격을 취소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황식 국무총리와 국토해양부도 “화물연대가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국가와 국민경제를 볼모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그 어떤 측면에서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해외발 경제위기 불안감이 쓰나미처럼 몰아치는 위기상황. 그 어느때보다 국민들이 단합해야 하는 시점에서의 파업이라 국가 경제의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2008년도 총파업때 요구했던 5개 사항 중 표준운임제 도입을 제외한 화물운송제도 개선방안 법제화와 고속도로 통행료 대상차량 확대, 화물차 감차, LNG화물차 보급 등 4개 사항은 이미 다 들어줬다고 화물연대에 항변했다.  

    이번에 화물연대는 표준요금제 도입 외에 운송료 30% 인상, 산재보험 전면 적용, 노동기본권 보장, 화물운송법 전면 재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

    가장 중요안 화두인 표준요금제 도입 문제는 빠르게 풀 길이 없다. 법으로 적정한 운임을 보장해, 이를 위반하는 업체를 처벌하는 규정을 만들어 달라는 게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표준요금제의 골자다.

    정부나 화주단체는 처벌 조항까지 만들면서 기업을 옥죄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어긋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정부가 함부로 건들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중재에 힘써야 하겠지만 화주단체와 화물연대간의 문제인 것이다.

    정부는 또 이미 리터당 345원의 지원이 2001년부터 제공돼 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매년 약 1조 5천억원에 달하는 유가보조금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 주고 있는 상태다. 이들의 운임 30% 인상이나 면세유 지원에 대한 답변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운송업계가 다단계로 이뤄져 있는 만큼 운임 지급의 부조리한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고단한 진통이 예상된다.

    산재보험 당연가입 역시 화물차 기사들이 직원이 아닌 개인 사업자 형태로 있기 때문에 해결하기 위해선 갖가지 법을 건드려야 하는 복잡한 문제로 단기간에 끝날 게 아니다. 또한 산재보험 명목으로 매달 수입의 일정액을 내야 하는 부담을 원치 않는 화물차 기사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율도 필요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이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했으니 사태를 장기화 시키지 말고 빠른 결말을 내야 한다. 잘못된 유통구조를 파악해 뜯어 고치는 일부터 시작해 착취 당하는 이들의 고통을 해소해 줘야 한다.

    다만 이미 정부가 강경하게 내세운 대로 화물연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한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조합원을 ‘악’으로 규정해 욕하고 폭행하는 이들이 과연 국민의 호응과 사회의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전국에서 발생한 수십대 차량의 방화범을 반드시 잡아 진실을 밝혀야 하며 화물연대가 비조합원에게 강요하고 강제한 불법사항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엄중히 물어 법을 실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