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이진숙의 강기(剛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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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진숙 MBC본부장ⓒ
    ▲ 이진숙 MBC본부장ⓒ
    이진숙 MBC 기획본부장은 TV조선에 출연해 왕년의 민완기자답게 작금의 ‘지독하고 집요한’ MBC 장기 파업에 대해 차분하지만 단호하고 일관된 원칙을 자신만만하게, 그리고 논리정연하게 밝혔다.

    바로 이거다.

    대한민국 진영이 갖춰야 할, 그러나 예컨대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종종 잃고 있는 태세는 바로 이런, 자기정당성에 대한 꺾임 없는, 전투적 확신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강인한 롤 모델이었다.

    통합진보당 구(舊)당권파를 비롯해 저쪽 진영은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저열함, 폭력 깽판도 불사하는 돌격대 근성, 쇠심줄 같은 지속력을 가지고 덤벼든다. 그에 비한다면 이쪽의 반응은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다. 가장 문제인 것이, 겁이 많고 기(氣)가 약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싸움이 몸과 마음에 배어있지 않다. 상대방은 이걸 간파하고 저렇게 험하게들 나오는 것이다. 끈질기게 윽박지르면 결국엔 두 손 들더라는 것이다.

    이 패턴(pattern)을 깨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 진영은 '역사의 얼룩'에 대한 빚을 갚을 만큼 다 갚았다. 꿀릴 게 없다. 저쪽은 그러나 이젠 빚 갚으라고 독촉하는 정도를 넘어, 재산 다 내놓으라는 식이다. 그러자니 억지, 궤변, 행패, 무례, 떼쓰기, 폭거, 불법, 꼼수, 막무가내로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진영은 그래도 어떻게 잘 해보려고 그 동안은 살살 달래보기도 하고, 양보도 해주고, 뒷걸음질도 곧잘 쳤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안 된다. 이젠 본격적으로, 세차게 반격해야 한다. 그 동안 버릇을 너무 잘못 들여주었다.

    어떻게 싸울 것인가?

    이진숙 본부장처럼 흔들림 없는 원칙, 심리적 강기(剛氣), 정당성의 선취(先取),  그리고 이로정연(理路整然)한 논쟁능력을 갖춰야 한다.

    더불어, 상대방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강한 기운을 쏘아대야 한다.
    “뭐? 어쨌다구? 그걸 말 따위라고 해?” 하는 단칼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
    ‘조선 제1 검(劍)’이라는 검객(劍客) 정신 같은 것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 진영에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그거다.

    그러나 냉엄해야 한다. 가슴에 시뻘건 불꽃을 품더라도 눈과 입에선 푸른빛이 나와야 한다. 이론적인 탁월성과 논리적인 타당성을 발휘해야 하고, 매사 근거자료를 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도덕적 우세를 점해야 한다. 천격(賤格)으로 내닫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미운 상대방’을 행여 닮아가선 안 된다. 저들은 이미 도덕성의 요건을 잃었다. 말의 내용도 영 바닥이다. 남은 건 악 밖에 없다. ‘머리 끄뎅이녀’의 저 악물은 이빨을 보라. 그런 게 느껴지지 않는가?

    대한민국 진영은 저들의 끝자락을 보고 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문제는 그러나 저들이 강한 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진숙 본부장 같은 이쪽 나름의 강한 기가 여기저기 각자가 있는 곳에서 파랗게 뿜어졌으면 한다.

    류근일 /본사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