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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김정은"
신준식 기자 /뉴포커스 -
- ▲ 목 부분에 쇠사슬을 묶어 철거되는 레닌 동상, 마치 과거 처형당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얼마 전 북한에서는 김일성 100돌을 맞아 만수대 언덕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을 나란히 세웠다.
그것을 기사화 시키면서 문득 ‘굿바이 레닌’이라는 제목의 독일 영화 한편이 생각났다. 제목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사회주의의 몰락’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특히 그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이 동독에서 레닌의 동상이 헬리콥터에 의해서 철거되는 장면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관객 쪽을 훑듯이 지나가는 레닌 동상의 눈동자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퇴장하는 레닌주의의 실패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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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근대적 코미디의 표본.
최근에는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에서도 민주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유독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북한만이 피하고 있는 듯 하다. 만수대 언덕에 세워진 동상을 보면 주민들의 온 사회를 공동체적 가치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이러한 전근대적 코미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오직 북한 주민뿐이다.너무도 장엄한 김일성과 김정일의 두 동상은 개인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면서 위엄을 과시한다. 이것이 북한이 개인을 대하는 방식이다. 동상 마저도 개인을 깔보는 무례함으로 일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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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체사상 해체를 다룬 영화, '굿바이 김일성, 김정일'을 기대해 보자.
김일성 100돌 열병식을 보고 있자면 ‘세상에서 이렇게 오와 열을 잘 맞추는 민족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집단주의의 문제점이 바로 이곳에 있다. 매스게임에서 한두명이 빠지면 과연 티가 날까? 척척 발을 맞추고 행진하는 열병식 행사에서 한두명이 사라진다고 티가 날까? 답은 간단하다. 기계적으로 동작을 맞추는 이러한 군무 혹은 행진에서는 한두명이 사라지면 전체의 균형과 조화가 깨져버린다. 이것이 개인을 배제시키는 집단주의의 맹점이다. -
- ▲ 이렇게까지 오와 열을 잘 맞추는 민족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렇게 하나가 둘이 되고, 열이 백이 되면 중동에서와 같이 민주화 바람의 시초가 될 수 있는 돌발적 현상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것이 집단주의다. 신격화라는 체제의 도구가 더는 정권의 무기 역할을 못할 만큼 주민들의 의식이 변하면, ‘굿바이 레닌’의 철거장면에서와 같이 주민들이 김씨 일가의 눈을 같은 높이에서 정면으로 응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그 때가 또 한 편의 영화의 탄생이 이뤄지는 순간이다.‘굿바이 김정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