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도 승리, 대세론 깨고 또다시 대세론민주당 내부 기대감 고조, 역동적 대선 기대
  • 전국을 순회 중인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한길 후보를 두고 정치권이 예사롭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6선에 전직 국무총리까지 지낸 친노계의 ‘대부’ 이해찬 대세론을 깨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김 후보를 재평가하기는 충분하다.

    전체 대의원의 48.8%를 차지하는 수도권과 70% 비중인 모바일 투표가 남았지만, 31일 전북에서의 승리로 김 후보가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이날 한 TV방송에 출연해 “나는 김한길 후보가 될 것으로 본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동안 조심스럽던 분석에서 다소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민주통합당 고위 당직자도 “이제 김한길 대세론이 됐다. 모바일 투표의 표심이 어디로 갈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이대로 가면 이해찬이 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 ▲ 이해찬 후보와 김한길 후보 ⓒ 연합뉴스
    ▲ 이해찬 후보와 김한길 후보 ⓒ 연합뉴스

    ◆ 섣부른 김한길 대세론…왜?

    이처럼 200표가량에 불과한 표 차이에 벌써부터 김한길 대세론까지 나오는데는 민주통합당 내부의 어떤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표심을 쥐고 있는 손학규 대표의 힘이 작용할 것이라는 공학적이고 표면적인 이유 외에 그동안 좌충우돌했던 민주통합당의 행보에 ‘김한길’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가져올 변화의 모습을 꿈꾸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총선 패배 이후에도 민주통합당은 쇠퇴의 결정적 원인인 ‘분란’을 가져왔던 친노세력이 여전히 득세한다는 것이 늘 발목을 잡아왔다. ‘박지원’이라는 새로운 세력과의 화합도 점쳐졌지만, 결국 이해찬-문재인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지 못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이-박 담합 논란을 중심으로 김한길 후보를 중심으로 한 ‘반(反) 이해찬 전선’에 김두관·손학규·정세균·정동영 등 다른 대권주자들이 가세함에 따라 향후 대선 정국에서 잠룡들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생기게 됐다.

    민주통합당 한 친노계 의원은 “이해찬이든 김한길이든 이번 당대표 경선을 통해 민주당이 다시 일어설 계기를 찾아야 한다. 숨죽이고 있던 대권 후보들이 가세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고성국 박사는 이번 김한길 돌풍에 대해 “총선 패배 이후 쏟아지는 질책과 ‘박근혜’라는 벽이 너무 높아진 것에 대한 패배 의식이 이번 당권 레이스에서 극복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고 했다.

  • ▲ 민주통합당 당권 레이스가 대권 잠룡들의 힘겨루기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문재인.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당권 레이스가 대권 잠룡들의 힘겨루기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문재인.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 연합뉴스

    ◆ 따지고 보면 김한길도 담합…역풍에 역풍 조심해야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 속에서 김한길 후보는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결국 김 후보를 지원하는 여러 계파들 역시 대선이 최대 목표인 만큼 철저히 ‘무계파’ 색깔을 유지하며 친노세력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다. 따지고 보면 반(反) 이해찬 전선도 목적을 위한 여러 계파의 ‘담합’이라는 인식이 내포된 셈이다.

    “김한길 뒤에는 최명길이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김 후보가 이날 불교방송라디오 인터뷰에서 우스갯소리로 한 이 말에서도 읽을 수 있다.

    “요즘에 제가 승리할 때마다 김한길 뒤에는 김두관이가 있다고 경남에서 이겼을 때 그러더니, 충청북도와 강원도에서 이기니까 그런 말은 잘 안먹히잖냐. 그러니까 또 김한길 뒤에는 손학규가 있다고 자꾸 그런다.”

    대권 주자의 지원을 받는다는 ‘연합 전선’의 의미를 일축하는 말이다. 김 후보는 “이건 사실 대의원들을 엄청 모욕하는 일”이라며 “이런 분들이 절 찍어줘서 이긴거지, (뒤에) 누가 있기 때문에 이긴 것은 아니잖냐. 굳이 사람이 내 뒤에 있다면 김한길 뒤에는 최명길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선 정국에 반드시 필요한 친노세력까지 모두 아우르고 싶어 하는 전략이 담긴 말이다.

  • ▲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한길 후보가 30일 강원도 원주시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1위로 선두를 탈환하고 나서 부인 최명길씨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한길 후보가 30일 강원도 원주시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1위로 선두를 탈환하고 나서 부인 최명길씨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김한길 체제..오히려 더 혼란 가져올 수도

    일각에서는 굳어져가는 김한길 대세론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나온다.

    반(反) 이해찬 혹은 반(反) 문재인이라는 근시안적인 목표로 뭉친 연합이나 담합이 1명의 후보를 선출하는 대선 정국에서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다.

    실제로 문 상임고문을 제외하면 소위 ‘고만고만한’ 지지율을 가진 손학규·정동영·정세균·김두관 등 나머지 잠룡들의 ‘화합’을 점치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만약 김한길 당대표가 당선된다고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 1위인 문재인 상임고문의 추락만 더 가속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원을 했던 나머지 대권 잠룡들에 대한 ‘예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문 상임고문이 문재인-안철수 야권단일후보를 다시 제창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문 상임고문 역시 이-박 담합 논란에 공조했던 사람으로서 문-안 연대만이 정권재창출의 유일한 방안으로 내세우면서 나머지 잠룡들 전체를 견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여권 한 중진의원은 “우리가 무서운 것은 문재인-김두관-안철수가 힘을 합쳐 덤비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김한길 당대표보다는 이해찬 당대표가 더 곤란한 상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