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되고 ‘빨갱이’는 안 되나? 
      
     빨갱이를 빨갱이라고 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이라고 할 수 없다
    고성혁(회원)    
      
     ‘빨갱이’라는 단어만큼 정확하고 힘 있는 단어도 없다. 從北(종북)주의자라는 말보다 훨씬 강력한 용어가 빨갱이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 빨갱이란 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군사 전문 사이트 ‘유용원의 군사세계’(이하 군사세계)에서조차 빨갱이라는 단어는 사용할 수 없었다.

    ‘유용원의 군사세계’에서조차, 빨갱이는 금칙어

    금칙어이기 때문이다. 금칙어 선정은 욕설이나 비속어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빨갱이도 금칙어에 포함돼 있었다. 회원들 간에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되는 막고자 금칙어로 처리한 듯하다.

    그런데 최근 며칠 전 빨갱이라는 단어가 살아났다. 군사세계 회원들이 강력히 요청했기 때문이다. 한 회원이 사이트 운영자에게 간청하는 글을 올렸다.

    “운영자님, 빨갱이 단어를 풀어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우리 사회에 빨갱이들이 있다는 것 모두 알고 있습니다. 욕설이 아닌 이런 정상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빨. 갱. 이. 단어를 못 쓰게 하면 이렇게 점자를 중간에 넣거나, 이마저 막는다면 다른 수 백 수 천 가지 방법을 여기 회원들은 찾아내고 사용할 것으로 봅니다. 부디 정상적인 단어인 빨.갱.이.를 금지 단어에서 풀어주실 것을 ‘앙망’드리옵니다.”

    이후 많은 댓글이 달렸다. 빨갱이라는 단어를 금칙어에 포함시킨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댓글을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다.

  • “자기를 빨갱이라고 하는 놈도 있어”

    “자유 대한민국 국민이 XX일보 사이트에서 ‘빨 갱 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자체가 한편의 코미디 같습니다.”

    “김일성 수령, 김정일 위원장, 김정은 부위원장, 수구꼴통, 가스통 할배 등은 말들은 품위가 있어서 이 사이트에서 용인해 주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다소 민감해 보이는 부분이라도 회원의 질의에 가부간의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만.”

    “빨.갱.이라는 말은 당연히 풀어야합니다, 요즘은 자기가 빨.갱.이라고 하고 다니는 놈도 있더군요.”

    결국 ‘빨갱이’ 금칙어에서 해제

    빨갱이라는 단어를 금칙어에서 해제 시켜줄 것을 회원들이 요구하자 결국 회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운영자는 이렇게 답했다.

    “최근 정치권 일각의 심각한 문제점 등을 감안해 지적하신 사항에 대해선 금지어에서 해제 조치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군사세계’ 회원들은 ‘빨갱이’라는 단어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에 환호를 했다. 이는 4ㆍ11 총선의 영향과 통합진보당의 깽판이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이다. 국민들에게 빨갱이는 우리사회에 버젓이 활동하고 있음을 각인시켜 준 케이스다. 안철수는 이 세상에 빨갱이가 어디 있냐고 할지 몰라도 상식적인 국민은 빨갱이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 결과다.

    그동안 빨갱이라는 말 대신에 ‘從北’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빨갱이라는 말보다는 그 뉘앙스나 파괴력에서 한창 못 미치는 단어다. 그 만큼 우리사회가 한동안 빨갱이를 잊고 살았다. 이 단어도 사실 우파가 만든 말은 아니다.

    빨갱이를 빨갱이라고 할 수 없는건 비극

    2001년 12월 사회당 대표 원용수는 민주노동당 대표 권영길이 통합 제의를 하자, “조선노동당의 외교정책을 우위에 놓는 ‘종북세력’과는 당을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북한 노동당 노선을 추종하는 세력을 종북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빨갱이를 보고 빨갱이라고 말 할 수 없는 것은 비극이다. 빨갱이에겐 빨갱이라고 불러야 한다. 죽은 김정일에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고 하면서 빨갱이를 보고 빨갱이라고 할 수 없다면 그게 어디 대한민국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나마 최근 우리 사회가 빨갱이를 다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빨갱이는 목청껏 빨갱이라고 불러 그들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