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테일러의 一喝: “공산당 동조자는 소련으로 이민가라”
     
    이동복

     최근 통합진보당의 내분 과정에서 부각되고 있는 ‘종북(從北)’ 논란이 새삼스럽게 상기시켜 주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1947년10월의 어느 날 미의회의 ‘하원 비미국행위 진상조사위원회’(House Un-American Activities Committee)에 출두한 “원탁(圓卓)의 기사(騎士)”의 미남 주연 배우 로버트 테일러(Robert Taylor)의 속 시원한 증언 내용이다. 로버트 테일러는 한 의원이 “공산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나는 당연히 미국에서는 공산당이 불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어서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나라에서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당연히 소련이나 또는 소련의 동조국으로 이민(移民)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시원스럽게 답변하여 의원들로부터 박수와 환호를 받았었다.
     
     그런가 하면, 1956년6월12일 유명한 미식 축구선수 출신의 콘서트 연주자 겸 배우로 ‘하원 비미국행위 진상조사위원회’ 청문회에 불려 나왔던 폴 로비손(Paul Robeson)의 청문회 발언은 대조적이었다. 그는 “당신은 공산당 당원이냐”고 묻는 의원들의 끈질긴 질문에 대해 “도대체 민주당이나 공화당은 되면서 어째서 공산당은 안 된다는 것이냐”“나는 스칸디나비아나 영국을 여행하면서 파쇼주의자들과 투쟁하다 생명을 잃은 공산주의자들의 무덤에 조화(弔花)를 놓고 조문(弔問)한 사실은 있다”“나는 소련이나 중국과의 평화는 원하지만 프랑코의 스페인이나 히틀러의 나치 독일과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등의 동문서답(東問西答)으로 끝까지 즉답(卽答)을 회피했다. 그는 또 “당신은 스탈린을 찬양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나는 그런 기억이 없다”면서 “스탈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문제는 소련 사람들의 문제이지 그 동안 수백만명의 흑인 노예들을 학살한 당신들이 스탈린을 가지고 왈가왈부(曰可曰否)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말로 역시 즉답을 끝내 회피했다.
     
     우리는 지금 통합진보당 내분의 와중(渦中)에서 ‘폭풍의 눈’ 속에 서 있는 이석기, 김재연, 황선 등 이른바 ‘종북’ 인사들이 전개하는 동문서답의 논리와 앞에 인용한 로비손의 동문서답의 논리 사이에는 놀라울 정도의 일치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이들 통합진보당의 ‘종북’ 세력들에게는 로버트 테일러가 환생(還生)하여 “북한 땅으로 이민 가라”고 일갈(一喝)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가, 문제는 오늘날 통합진보당은 물론 민주통합당 내의 ‘종북’ 세력이 문제의 이석기, 김재연, 황선 세 사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자칫하면, 19대 국회는 제헌국회 때의 ‘국회 프락치 사건’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에 추종하는 인사들이 합법적인 의원 신분을 가지고 국정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 헌정(憲政)의 파국 상황을 면하기 어렵게 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국정운영의 전도(前途)가 더욱 막막(漠漠)해 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