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좌파논객, 이정희 공동대표 및 당권파 비례대표 사퇴 요구발칵 뒤집힌 통합진보당 홈페이지 게시판
  • ▲ '참 좋았던 한때' 좌측부터 통합진보당 심상정, 이정희, 유시민 공동대표가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2일 현재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분당 위기에 놓였다. ⓒ연합뉴스
    ▲ '참 좋았던 한때' 좌측부터 통합진보당 심상정, 이정희, 유시민 공동대표가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2일 현재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분당 위기에 놓였다. ⓒ연합뉴스

    통합진보당 홈페이지가 발칵 뒤집혔다.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설마설마'했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진보 성향의 누리꾼들은 물론 좌파 논객들까지 통진당을 향해 강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조준호 공동대표는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을) 당의 선거관리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정선거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로 인해 당원들의 민의가 왜곡되고 국민들로부터 많은 의혹과 질타를 받은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 사례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투표함의 투표용지가 전체 선거인명부에 적힌 인원수보다 많은 것은 기본이고 특정 후보에 기표한 투표용지가 낱장으로 분리되지 않은 채 한 묶음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또 투표용지의 일련번호가 적힌 부분과 배부자 보관용 부분이 분리되지 않고 통째로 들어 있는 것도 발견됐다. 동일한 아이피(IP)에서 집단 투표가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모두 대리투표와 무더기 사전투표의 흔적들이다. 당권파인 민노당 출신 당원이 투표함을 들고 옮겨다니는 등 부정·대리투표가 횡행했다는 내부 폭로까지 나왔다.

    통진당은 이번 경선 부정을 통해 이동식투표, 대리투표, 이중투표 등 21세기판 '체육관 선거'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고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번 사태가 역사상 정치적으로 가장 혼탁했던 1960년 자유당 정권이 자행한 3.15 부정선거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보신당 연대회의 창준위는 논평을 통해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선거는 (1960년) 자유당 부정선거와 가까운 수준으로 당 이름에 '진보'를 함께 붙이고 있는 정당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 공동대표는 "4월17일부터 어제까지 조사를 벌인 결과 이번 비례대표 선거가 정당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판단하며 책임소재가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사태 수습은 당권파의 간판격인 이정희 공동대표만 사퇴하고 부정투표로 순번이 뒤바뀐 비례대표 1ㆍ2ㆍ3번은 사퇴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 통합진보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비례대표 부정선거를 비난하는 글이 빼곡하다. ⓒ홈페이지 캡처화면
    ▲ 통합진보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비례대표 부정선거를 비난하는 글이 빼곡하다. ⓒ홈페이지 캡처화면

    ■ "경기동부? 모택동 홍위병이 연상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통진당 홈페이지 게시판은 부정선거에 대한 비난글로 삽시간에 뒤덮였다. 당권파이자 종북(從北) 성향인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주타깃이었다.

    아이디 'bittos'는 "이번 부정 선거 사태의 관여자는 모두 그 책임 정도에 따라 당원 자격을 정지시키고 심하면 제명 및 출당시켜야 한다. 직접 행위자와 상급 지시자는 더욱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아이디 '아이구우'는 "당권파 분들은 머리가 나빠서 모르는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시는건지. 제가 볼 때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미 결과를 다 가지고 있고 누가 조작했는지 파악하고 있다. 다만 당을 깰까봐 참는 것이고 물밑 교섭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유진이'는 "이미 발표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발표라느니, 진상이 뭐냐느니, 잘 모르겠다느니, 구체성이 없다느니 딴지 거는 분들(당권파 지지자들)은 제발 자중해야 한다. 그동안 게시판 봐 왔는데 조작에 가담한 분들 사과하고 다 내려 놓아야 한다. 무겁고 혹독하게 그리고 더 크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아이디 '지음'은 "경기동부와 당권파는 쪽수(인원수)가 많다는 생각에 버틸 것이다. 한 석도 내 놓을 수 없다며 죽기 살기로 버틸 것이다. 일본의 가미가제 특공대가 연상된다. 아니면 모택동의 홍위병들이 연상된다. 국회의원 13명이면 경기동부의 핵심들이 몇 년간 먹고 살기에는 걱정 없다는 말이다"라고 꼬집었다.

    부정투표로 순번이 뒤바뀐 비례대표 1ㆍ2ㆍ3번이 사퇴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쓴소리를 던지는 누리꾼도 있었다. 

    아이디 '타키투스'는 "물타기를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비례대표로 뽑힌 사람이 그에 관련해 모른다고 해서 비례대표 사퇴는 없다? 과정에서 정당성이 있었다면 과연 지금의 비례대표가 됐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이번 부정선거 관련,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비례대표 당선자들은 전부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와 당권파 비례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 ⓒ진중권 트위터
    ▲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와 당권파 비례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 ⓒ진중권 트위터


    ■ 진중권 "당권파 측 비례대표 후보 사퇴하라"

    평소 같았으면 숨죽이고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을 좌파 논객들도 사실 관계가 명확해지자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정희 대표는 사퇴하고 비례대표는 다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이번엔 후보 검증도 철저히 해야 한다. 비례대표 선출 과정 자체가 당 안팎 유권자들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는 당권파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구 민노당 내에서 비슷한 일은 무수히 있었다. 이른바 NL(주사파)인 당권파. 이번에 문제가 드러난 것은 그나마 다른 계열, 특히 참여당 계열이 견제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 교수는 "일단 문제를 일으킨 당권파 측 후보들은 사퇴해야 한다. 당연히 불이익을 줘야 한다. 그 다음에 순번대로 가되, 철저한 검증을 통해 거기에도 혹시 문제가 있는 후보들이 있다면 따로 걸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진보당 비례대표후보 선거부정 소식을 들으니 일부의 의식과 행태가 '현대화' 이전에 '근대화'가 안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일을 확실히 정리 안하면 향후 원내교섭단체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