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설득기술은 빵점..불 지르는 x보다 불 끄는 x이 지각하는 꼴
  • 광우병 ‘에비’는 없다, 상상이 있을 뿐

  • ▲ 류근일 본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본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한국의 대중민주주의는 사실과 진실보다는 드라마 같은 ‘작품’을 축으로 해서 돌아간다.
    미국에서는 늙은 젓 소 한 마리가 광우병으로 죽었어도 그로 인해 촛불 군중이 등장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누가 “인간 광우병이 몰려온다”는 드라마를 만들면 그것이 “그렇지 않다”는 진실을 압도한다. 

      전 세계에서 왜 한국에서만 촛불이 흥행이 되는가? 흔히 ‘국민불안’ ‘정부에 대한 불신’을 이야기하지만, 그보다는 한국에서는 ‘상상의 정치’가 너무 잘 먹히기 때문 아닐까? 어릴 때 “xxx가 아이를 잡아가 고추를 떼어 먹었다더라”는 가당치도 않은 유언비어를 듣고 벌벌 떤 기억이 난다. 동네 아이들이 다리 밑으로 몰려가 돌팔매질을 하며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이게 ‘상상의 정치’다.

      ‘나 쁜 놈’ ‘무서운 x'을 설정하고 그에 대한 적개심과 공포심으로 자신과 공동체의 취약성을 뛰어넘고 싶어 하는 심리는 기실 고전적인 것이다. 그 대상은 훈(Hun)족 추장 아틸라도 될 수 있고, 매일 밤 마귀와 만나는 ’마녀‘도 될 수 있고, 흑사병을 불러온 죄 많은(sinful) 인간들일 수도 있다. “쉿 에비 왔다”인 셈이다. 그러나 이건 다 ’상상의 정치‘일 뿐이다.

      근대사는 ‘에비’가 ‘상상의 정치’ 즉 조작된 상징임을 밝힌 정신사였다. 합리와 과학으로. 그러나 현대의 대중은 합리와 과학에 완벽하게 승복하지 않는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 그들은 다시 ‘에비’를 불러들이고 있다. '에비‘가 찾아왔다는 ’상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왜? 불안, 분노, 불만, 박탈감이 있고, 그것을 폭발시킬 이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 측근의 대형 비리 같은 것이 터질 때면 사람들의 마음이 뒤틀린다. 우리는 돈이 없어 장가가기도 힘든 세상인데 너희들 잘나가는 끗발들은 뭐, 수억 원대 뇌물을 꿀꺽? 이런 심리에는 “인간광우병에 걸릴 우려는 전혀 없다”보다는 “저 봐라, 내가 뭐랬냐? 광우병 온다지 않았느냐?”는 ‘상상의 정치’가 더 팍팍 먹힌다.

    문제는 정부라는 게 너무 굼뜨다는 점이다. 왜 즉각 나서서 대대적인 홍보의 소나기를 퍼붓지 못하고 안 하는가? 답답하기 그지없 다. 이명박 정부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에선 빵점 이하라는 게 다시 한 번 드러나고 있다. 이 커뮤니케이션 싸움에서 항상  음모가들에 뒤지고 만다. 불 지르는 x보다 불 끄는 x이 지각을 하는 꼴이다.

      ‘에비’는 없다. 그러나 상상의 ‘에비’는 엄존한다. 음모가들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아직도 근대사를 졸업하지 못한 셈이다.

     류근일 /본사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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