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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각 장애 인권 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 자택연금에서 탈출해 미국 대사관에 피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향후 신병처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 당국은 모두 천광천의 소재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으나 미국 텍사스 주에 본부를 둔 단체 `차이나에이드'는 28일 천광청의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천 변호사가 미국의 보호 아래 있다"고 말해 미국 대사관에 피신해 있음을 시사했다.
천광청의 탈출을 도움 혐의로 공안당국에 구금됐던 동료 인권운동가 후자(胡佳)도 30일 천의 행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미국 대사관에 있다"고 확인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그의 신병처리를 놓고 깊숙한 물밑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따라 그가 중국의 강력한 요구에 눌려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 처럼 중국의 손에 넘겨질 지 아니면 13개월간 미국 대사관에서 피신생활을 하다 결국 미국으로 망명한 팡리즈(方勵之)의 사례처럼 국외로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또 천광청이 중국에 계속 남아있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그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미.중간 타협책이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지난 2월 왕리쥔이 청두(成都)의 미국 영사관으로 피신해 망명을 요청했음에도 그의 요청을 거부하고 신병을 중국당국에 넘겼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듯 영사관으로 피신한 왕리쥔과 관련, `정치적 망명'이나 `난민' 등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제약할 수 있는 용어를 일절 쓰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은 협상 끝에 왕리쥔이 제 발로 미국 영사관을 나가는 방식으로 그의 신병처리 문제를 마무리했으며 이런 미국의 왕리쥔 처리를 놓고 중국의 압력에 무릎을 꿇은 저자세 외교라는 비난이 제기됐었다.
왕리쥔에 대한 이런 미국의 방식은 톈안먼(天安門) 사태 직후에 빚어진 반체제 지식인 팡리즈(方勵之)의 사례와는 대조적인 것이다.
1989년 톈안먼 사태가 발생한 후 중국의 민주화 운동가 및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자 팡리즈는 주중미국대사관으로 피신, 망명을 요청했다.
당시 미국 대사관은 그의 망명 요청을 받아들여 미국 대사관에 머물게 한 채 중국과 협상을 진행했다.
중국은 미국 대사관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 팡리즈의 망명을 막고자 유.무형의 압력을 넣었으나 결국 13개월만에 그의 미국행을 묵인했다.
천광청 사안은 그가 인권운동가이고 미국이 그간 중국의 인권개선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는 점에 비쳐 왕리쥔보다는 팡리즈의 사례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만일 미국이 중국의 압력 등에 밀려 천광청을 중국의 손에 넘길 경우 인권단체나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질 것을 우려, 천광청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천광청이 현재 중국 체류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 역시 그의 신병처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천광청이 혹독한 탄압과 시련을 각오하고 중국에 머물고자 할 경우 미국으로서는 그의 희망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광청이 중국 체류를 고집할 경우, 미국은 중국 당국의 분노가 진정될 때까지 시간을 끈 뒤 그의 안전과 처우 등에 관한 각종 조건을 놓고 중국과 타협하고서 그의 신병을 중국에 넘기는 해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나 매체들은 천광청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왕리쥔에 이어 천광청 마저 미국 공관으로 피신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때 야기될 수 있는 중국인들의 인권개선 요구나 국가 이미지 저하 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중국은 당분간 미국에 대해 천광청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공세를 펴기보다는 물밑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광청 문제는 당분간 미국과 중국의 `뜨거운 감자'로 작용하면서 미ㆍ중 양국간의 새로운 갈등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