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춘 회고록 표지ⓒ
    ▲ 이재춘 회고록 표지ⓒ

    2011년 12월 17일 필자는 개인적인 용무로 북해도에 머물고 있었다  그날은 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도쿄에서 노다 일본총리를 만난날 이었다. 그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 일본언론들은  한시간 반 정도의 정상 회담중 한시간 이상을 독도문제, 위안부 문제 등의 사안을 가지고 한일정상간 논쟁이 벌어지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이슈에 관하여는 논의할 시간도 없었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대서 특필했다. 바로 그날 김정일이 급사했다는 뉴스를 이틀이 지나서야 평양의 발표로 알게 되었고, 양국 정부 수뇌부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개탄을 금할 수 없었다.

    김정일 사후 지금까지 전개되고 있는 북한의 새로운 사태, 즉 김정은 중심의 국가권력 장악과 3대 세습 완성, 강성대국 선포와 탄도미사일 발사, 그리고 대한민국에 대한 난폭한 협박과 도발 등등은 우리가 국내적으로 뿐만 아니라 외교에 있어서도 대한민국의 체제수호와 안보 강화에 우선 순위를 두고 전열을 강화해 나가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와  있음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외교부는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일이 마치 대일외교의 전부인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저속한 포퓰리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필자는 지난 주말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한-일 양국간의 협력”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도쿄의 세계평화연구소가 양국의 정치, 외교, 국방, 학계의 전문가 그룹을 초청하여 개최한 비공개 회동에 다녀왔다. 양국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이 문제에 대한 접근과 대응에 있어서 한-미-일 3국간의 공동 대응이라는 원론적인 처방만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난망시 된다는 점이었다.

    북 미사일 발사만 보더라도 미국은 북한의 핵 미사일이 아직은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자체보다 핵 비확산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고, 이란문제 시리아문제 등 당면 외교현안의 해결이 보다 더 시급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이미 북한이 실전 배치했다는 노동미사일만으로도 국가적으로 중대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걸핏하면 6자회담 타령이나하는 중국은 물론 그것이 당장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느긋하게 판단하고 있는 미국과도 그 처지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응에  있어서는 두나라 특유의 전략과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데 대하여 특히 양국의 군사당국자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경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북한의 동태와 관련한 양국 군사당국간의 긴밀한 정보교환과 인적교류인데 이미 2년전에  이에 관한 협력을 명문화하는 협정이 합의 됐지만, 시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독도문제나 위안부문제 등이 걸림돌이 되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공히 미국과의 동맹관게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일간에도 '준동맹관계'에 있는 것이고, 양국에 대한 공동의 위협이 존재하는 한 이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생존과 안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우리 외교의 우선순위도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재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인식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시급을 다투는 문제는 아니다. 한반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논의를 유보하자. 그리고 더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 즉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에 집중하자. 초가 삼간 다 타도 빈대 죽는 것이 시원하다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위기에 처한 나라를 운영할 수 없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