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이유>

  • ▲ 윤창중 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 윤창중 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경기도지사 김문수의 대선 후보 출마 선언, 그의 근성(根性)에 거듭 경탄한다.
    현재 바닥에 가까운 김문수의 국민 지지도-김문수의 말대로 박근혜의 현재 위상이 바위라면 자신의 기반은 계란. 더 정확히 표현하면 김문수의 위상은 메추리알이라고나 할까.

    자신의 측근 의원들이 이번에 모조리 낙선한 상황에서, 혈혈단신의 도전! 역시 노동운동가라는 바닥에서부터 기어올라 오늘의 도지사에 이르기까지 무(無)에서 유(有)를 일궈내는 근성! 근성의 정치인이다. 무서운 도전이다.

    근성의 정치인,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정치인에게 역사의 신(神)은 기회를 준다.
    현재의 대선 후보 지지도가 경선 때까지 지속될지, 아니면 뒤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5년 전 이명박·박근혜 간의 경선도 처음엔 당대표 박근혜의 압도적 우위에서 출발했다. 오히려 박근혜 쪽에서 서울시장 임기를 마친 MB가 박근혜의 지지도가 두려워 경선에 참여하지 않거나, 아니면 당을 새로 만들어 딴 살림이라도 차리지 않나 걱정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지지도는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모든 선거엔 이변(異變)이 등장하는 것!

    그래서 김문수의 이번 도전은 흥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그런 흥미 차원의 관점에 주목하기 앞서 몇 가지 묻고 싶다. 우선 이번에 대선 후보 출마 선언을 하기 전 까지 그가 쏟아놓은 말들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고 싶다.

    그는 도지사 임기를 다 채울 때까지 대선 후보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셀 수 없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도지사 선거 전은 물론 후에도. 그저 대한민국 정치인은 거짓말로 그 때 그때 상황을 모면하려하지 않느냐, 그걸 갖고 뭘 신경 쓰느냐? 김대중도 3차례나 대선 불출마 선언하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선거에 나가 결국 대통령 됐는데 그까짓 것 가지고 뭘 트집? 이건 원칙의 문제. 대한민국 정치가 이런 걸 눈감아주니 전혀 달라지지 않는 것!

    또, 김문수는 이번 총선 전에 뭐라고? 새누리당이 과반수 확보하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문수가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면 박근혜 1인 주인공의 대선 드라마에 흥행성을 높여줄 것이니 그 정도는 눈감아 줄 필요가 있다고? 그렇다면 김문수는 단순히 박근혜의 불쏘시게가 되기 위해 이번에 출마했을까? 치어리더가 되기 위해? 페이스메이커? 그럴 리가 있겠는가!

    김문수는 이번에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룰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경선 룰이 박근혜에게 유리하고, 자신에겐 불리하다는 뜻. 그러니 당원이나 대의원 제치고 완전히 ‘국민’이 참여하는 완전국민경선을 하자는 것. 결코 동의하기 어렵다. 솔직히 말해 경선 룰부터 시비하는 건 당당한 자세가 아니다. 5년 전 경선 룰 만들 때 친박계가 만든 것도 아니고, 이명박 박근혜가 합의해 만들었고, 박근혜가 5년 전 경선 결과에 승복했던 경선 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에 들어가 박근혜에게 유리하게 뜯어 고친 것도 아니잖은가? 이건 객관성의 문제.

    김문수가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말하면서 경선 룰부터 시비 거는 게 어찌 좀 ‘거시기’하다.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면 그의 경선 참여가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의 흥행을 높일 것이라는 일반의 관측을 깨뜨릴 수 있다. 주인공이 늘어난다고 해서 흥행에 대박을 터뜨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관객을 더 짜증나게 할 수 있기 때문! 더러운 진흙탕 싸움이 될 개연성에 긴장해야 한다.

    그래서 갖게 되는 의문이 있다.

    첫째, 김문수, 경선까지 완주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가깝게는 5년 전 손학규의 불쾌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경선에서 질 것 같으니 탈주! 공교롭게도 이들의 인생역정과 정치인생, 손학규가 나갈 때까진 두 사람이 복사판처럼 똑같다. ‘제2의 손학규’가 안 될 것임을 입증해야 할 것!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7년 이인제가 안 될 것임도 입증해야!

    둘째, 김문수의 ‘이념적 과거’에 대해 대한민국 국가 중심세력이 갖다 붙이고 있는 의혹의 꼬리표를 깨끗이 뗄 수 있을까? 유치찬란하게 색깔론을 들이대는 게 아니다. 김문수는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과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공로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인정해왔지만,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이젠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대해 더 이상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확증해 주기 바란다.

    이런 이유에서 김문수의 대선 후보 출마 선언에 대한 판단을 일단 유보하면서 냉철히 지켜보려 한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 /전 문화일보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