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박계, '독식 본능' 경계하라>
권력을 잡은 권세집단, 세력가들은 힘만 세지면 가장 먼저 독배부터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한다. 기다렸다는 듯.
무슨 독배? 공신들 자기네들 끼리끼리 모여 문 쾅쾅 걸어 잠그고 권력을 나눠주고 위세부리다가 결국 권력 자체를 붕괴시키고 마는 독배. 굶주린 이리떼가 모처럼 포획한 사냥감으로 배 채우느라 정신없다가 다른 야수들한테 잡아 먹히는 것처럼.
독식본능! 패배자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승자 만능주의! 불과 4년전 이맘때, 친이계가 바로 그랬다. 창업공신들이 4년 내내 끼리끼리 모여 돌려막기 인사하고, 회전문 인사하고, 권력으로 안되는 게 없는 것처럼 위세 부리다가 몰락하고야 말았다. 몰락! 그렇게 욕 먹으면서도 절제, 자제하지 않고.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을 이겼다 해서 친박계가 당대표, 최고위원,사무총장,대변인과 같은 자리부터 모조리 독식한다? 친박계 일색, 친박계 단일 색깔로 경선캠프→대선캠프 만들어 대권에 도전하면 이길 수 있다? 청와대 입성에 성공한다? 단호히 예견하건대, 권력을 놓치고야 말 것!
지금 국민은 예리한 눈초리로 박근혜와 친박계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총선 전보다 더 날카롭게. 오만하지 않고 얼마나 겸손한 자세로 나갈 것인지. 권력을 잡아도 민심 우습게 보지 않고, 거들먹거리지 않을 것인지.
불길하다. 불길해! 총선 끝나고 다음달 5월 전당대회 연다는 소리 나오자마자 '친박계 타령'부터 나오는 걸 보니! 이건 아니다. 당대표 물망? 친박계. 원내대표 하마평? 또 친박계. 최고위원? 친박계. 또 또 또 또 친박계.
4년전부터 질리게 들었던 친이계의 독식을 재현한다?자, 한번 상상해보자. 전당대회장에서 친박계가 나란히 연단에 앉아있는 모습을. 웃을 것도 없는 대목 같은데도 희희낙낙하는 모습을. 사이 좋~게. 대선 후보 박근혜, 당대표 친박계 누구, 최고위원들도 친박계, 전당대회 의장 친박계, 전당대회 진행하는 사회자 친박계...
친박 친목회! 이게 감동적일까? 친박계가 정권 잡으면 대한민국이 확확 바뀔 것이다,그래서 밀어주자, 이런 뭉클뭉클한 감동을 던져 줄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국민의 기질, 국민성은 기본적으로 평범한 것보단 그냥 뒤집어 비럴 것 같은 역동성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기 때문에 그렇게 밋밋하고, 자기네들끼리 다 독식할 것 같으면 감동? 절대 못한다.국민 눈앞에 펼쳐지는 전당대회 몇몇 장면이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왜 그럴까?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나타나는 첫 몇몇 장면이 이 영화가 괜찮은지 아닌지, 관객의 판단을 결정적으로 지배한다. 첫 화면부터 감동적이면 그 감동을 영화 끝날 때까지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영화를 본다. 그러나 첫 장면부터 에이! 라면? 티켓 값 아깝다는 찜찜한 생각을 지우려고 애쓰며 심란하게 영화를 지켜본다. 성질 급한 관객은 도중에 나가 버리기도 한다. 극장 밖에 나가서도 혹평하고.
박근혜 친박계는 마음을 텅텅 비워야 한다!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 이럴 때 절박하게 요구된다.
그게 뭘까? 당의 간판들을 전당대회에서 박근혜계가 아닌, 비박계나 반박계로 꽉꽉 채우는 것이다. 밖에서 또 인재들을 영입해 당의 면모를 새롭게 할 수도 있다.집토끼 친박계들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그 약발로 경선 캠프에도 참여하고, 대선 캠프에서 끼어서 나중에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한 자리 하려고 욕심 부리는 게 대세가 되면 친박계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희박!
뒤로 돌아 볼 필요 없다. 친박계가 밖에 돌아다니는 산토끼들을 과감히 잡아 들이지 않고 끼리끼리 독식한다면 전망은 비관적! 더 이상 기대하고 말 것도 없다.
친이계 중에서도 괄목할 능력과 대중성이 있는 인물이라면 공평무사하게 중용하는 그릇!
박근혜 욕하고 나간 사람들, 모두 끌어들여라! 지금 친박계에게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이다. 권력을 나눠라, 그러면 더 커진다.!
그리고 전당대회의 또 다른 관건은 당 간판들을 40~50대 중심으로 완전히 바꾸는 데 있다. 여기에 젊은 세대들을 과감하게 요직에 앉혀야 한다. 새누리당의 아킬레스건이 거기에 있다면 그 곳을 찾아 침을 놓아야한다. 그것도 대침을!
친박계는 1992년 '김영삼 모델'을 상기하기 바란다. 김영삼은 대선후보, 대통령이 되기 위해 자신의 비서실장부터 자신을 반대했던 민정계로 심어 놓고 안방을 훤히 공개했다. 그렇게 사람부터 모아야 하는 것!
광야를 누비며 민심을 포용할 수 있는 역동적인 기마군단! 친박계가 자기네들 밥그릇 지키고 키우느라 병약하고 문약하고 추접스럽게 기득권이나 지키려는 세력처럼 비쳐지는 지도부를 만든다면? 대권은 신기루로 끝날 것!
친박계! 지금 독식해 확 접수하고 싶은 독식본능, 독식 욕구를 꾹꾹 속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천하를 얻으려 한다면 손에 쥐고 있는 모든 것 버리고 내려놓아야한다. 독식하지 말라! 오만하지 말라!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