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코 앞 개념찬콘서트서 김용민 핑계 급급'지지층 이탈 우려', 정부ㆍ여당 비판에 올인
  • 오히려 당당했다. 끝내 ‘사과 한마디’ 없었다.

    4.11총선을 코앞에 둔 7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개념찬콘서트 바람(風)’에 나선 김용민의 친구들 ‘나는 꼼수다’ 김어준과 주진우의 얘기다.

    저질 막말 문제로 자격 논란을 빚은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에 대한 핑계대기에만 급급했다. 오히려 방송인 김제동을 마치 사찰 논란의 피해자인 것처럼 포장, 김용민 사태를 정권심판론으로 물타기하려는 꼼수가 엿보였다.

    지난 2월 비키니 사진을 두고 ‘여성비하 논란’이 일 때만 해도, 그래도 한 때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던 나꼼수였다. 하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데다, 여론마저 등을 돌리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바짝 독이 오른 모습이다.

    이날 김어준은 “투표율이 70% 넘으면 주진우와 키스하겠다”며 여전히 장난스러운 말투로 이번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표현해 논란을 자초했다.

  • ▲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투표 독려 콘서트에 출연한한 '나는 꼼수다' 진행자 김어준과 주진우. ⓒ 뉴데일리
    ▲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투표 독려 콘서트에 출연한한 '나는 꼼수다' 진행자 김어준과 주진우. ⓒ 뉴데일리

    ◆ ‘가카’가 ‘김용민’ 뒤에 숨었다?

    “김용민은 사퇴하지 않는다.”

    당초 이날 콘서트는 투표 독려가 주된 콘셉트였다. 하지만 이날 김어준과 주진우 등 출연자들은 막말 논란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노원 갑)에 대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논리는 하나다.

    이번 막말 논란이 민간인 사찰논란과 정권심판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권이 벌인 ‘물타기’라는 것이다.

    김어준은 김용민의 ‘막말논란’에 대해 “김용민 뒤에 '가카'(이명박 대통령)가 숨고 박근혜가 숨고 새누리당이 숨었다”고 표현했다.

    주진우도 “이 기회에 우리를 밟으려고 계속해서 비수를 던진다. 하지만 저희는 꺾이지 않는다. 가진 게 없어서 두려운 게 없다”고 거들었다.

    일부 매체들이 김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정부ㆍ여당을 옹호하고 나꼼수를 탄압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여권에서 소위 ‘피해망상’, ‘자해공갈’이라고 비꼬는 대목이다.

    근거 없는 비난과 폭로도 이어졌다.

    김어준은 ‘사찰’에 대해 “대통령과 그 형제가 자기들 욕하는 사람을 잡아내려고 세금을 주며 우리들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진우는 “박정희가 권력을 남용해 자기 딸 같은 애들 데려다가 술 먹고 접대 받은 적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나 증거는 대지 못했다.

    김어준은 “(김용민 논란 뒤에)숨은 '가카'를 (찾는 것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투표로만 '가카'를 찾을 수 있다. 김용민은 사퇴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김용민을 심판하는 선거가 아니라 '가카'를 심판하는 선거”라고 했다.

  • ▲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투표 독려 콘서트에서  방송인 김제동 씨가 영상메시지를 통해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 뉴데일리(자료사진)
    ▲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투표 독려 콘서트에서 방송인 김제동 씨가 영상메시지를 통해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 뉴데일리(자료사진)

    ◆ 선거 앞두고 날로 높아지는 수위…닥치고 폭로?

    이날 공연 출연진들은 민간인 사찰에 대한 비판에 주력했다. KBS 새노조의 '불법사찰 문건'의 80%가 노무현 정부 당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난데다, 김용민 논란으로 여론의 역풍이 불고 있는 분위기를 감지한 모습이었다.

    증거는 없었다. 농담 반 진담 반 '아님말고'식의 특유의 화법으로만 일관했다.

    어차피 사찰이라는 사안 자체가 진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노린 ‘묻지마 폭로’만 난무했다. 너도나도 자신이 ‘사찰 피해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봉주 전 의원에게 새벽에 전화가 왔는데 '따님이 예쁘던데 5학년이죠?'라고 물어왔다. 또 내게도 전화가 와 '밤길 조심하라'고 했다.” - 김어준

    “나는 요주의 사찰 대상이다. 책 쓰느라고 오피스텔 하나 얻어 기거했는데 (정보기관의)정보보고에 ‘주진우가 부인과 별거하고 뚱뚱한 여성과 살고 있다’고 썼다.

    또 다른 정보기관은 ‘주진우가 부인과 별거하고 덩치가 큰 파마머리 여성과 지내고 있다’고 했다.” - 주진우

    ->‘뚱뚱한 여성’은 김용민을, ‘덩치가 큰 파마머리 여성’은 김어준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이날 폭로한 내용을 보면 김제동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높은 수위에 '불법 사찰'이다.

    주진우는 “(때마다 국가기관 정보원들이)저희에게 전화해서 '언제부터 있었냐, 무엇을 하고 있었냐'며 (우리의 동향을)실시간으로 엄중히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게 뭐하자는 것이냐”며 목소리는 높였지만, 이에 대한 녹취록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노이즈마케팅의 핵심 주인공인 방송인 김제동은 이날 공연장에 나오지 않았다. 정치승려 법륜과 함께 청춘콘서트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김제동은 인터뷰 영상으로 등장했다.

    최근 국정원 직원과의 만남에 대해 “사찰이나 압력으로 느낀 적 없다”고 말한 그다.

    정작 자신이 사찰을 당한 적은 없다면서도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권력이 시민을 사찰하는 게 아니라 시민이 권력 사찰할 권리가 있다는 걸 투표로 말해달라”고 했다. “4월 총선 투표율이 65%를 넘으면 상의를 벗어 '베이글' 몸매를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김제동은 MBC노조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행사를 앞두고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함께 술을 마신 자리에서 (행사에) 안 갔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결국 나는 갔다. (만약 이를)압력으로 느꼈다면 (추도행사에) 안 갔을 텐데 갔기 때문에 압력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으로는 사찰이 아니었다고 말하면서도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셈이다.

  • ▲ 투표 독려 콘서트에서 '나는 꼼수다' 진행자 김어준과 주진우가 발언하고 있다. ⓒ 뉴데일리
    ▲ 투표 독려 콘서트에서 '나는 꼼수다' 진행자 김어준과 주진우가 발언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끝없는 바람몰이, 일단 팬들은 환호하지만…

    나꼼수를 비롯한 이들 좌파 단체들은 이번 콘서트를 연말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 계속 바람몰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 전면 세금급식 주민투표를 시작으로 10.26 재보궐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보였던 정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속셈이다.

    그동안처럼 이날 콘서트에 참석한 관객은 내내 큰 목소리로 환호하며 이들의 주장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SNS 상에서도 지지층은 결집하고 있다.

    '저는 용민이만큼 착한 사람, 본 적이 없는 듯', '조선일보가 종편 청문회 피하려고 노력한다', '수도권에서 10석 잃더라도 시사돼지 하나 국회에 보낼 수 있다면 다행'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용민 후보의 잘잘못을 떠나 논란의 배후에 정부ㆍ여당이 자신의 허물을 덮기 위한 꼼수가 있기 때문에 김용민에 대한 비판은 잠시 접어두고 계속 정부ㆍ여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자는 얘기다.

    좌파 진영은 지난해 '단일화 뒷거래'로 파장을 일으킨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묻지마 지원'으로 비슷한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예전처럼 열광적인 반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민간인 사찰과 김용민 막말 등으로 좌파들의 꼼수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유권자들이 회의감이 고조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근 김용민 논란은 물론 민간인 사찰에 대해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과하는 수준 갖고 안 된다면 빠르게 사퇴해야 한다”며 당 내부 목소리를 대변했지만, 한명숙 대표는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 논란이 절정에 이른 지난 7일 “김 후보의 발언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는 사과의 말만 겨우 내놨다.

    김용민이 선거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종교계를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도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김 후보가 출마한 지역구의 노원구기독교연합회는 8일 “막말로 사회에 저질문화를 확산시키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사람은 절대 국회로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교회평신도단체협의회, 한국장로총연합회 등 7개 교계 단체 장로 회원 300여명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에스더기도운동 회원 100여명도 이날 서울 노원갑 김 후보 선거사무실 앞에서 김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김용민 자신은 사퇴 요구를 끝끝내 거부하고 있다.

    김 후보는 8일 서울 노원 공릉문고에서 열린 시사인 주진우 기자 사인회에 방문해 “당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지만 새누리당과 조·중·동이 그만두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만두느냐”며 총선 완주 의사를 밝혔다.